[천자칼럼] 사이버 전쟁

입력 2014-12-26 21:11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전쟁은 전우의 시체를 넘어 적진에 들어가 깃발을 꽂아야 끝났다. 이런 전쟁은 이제 사라질 것 같다. 무인기인 드론이 폭격에 나서고, 아이언맨 같은 로봇이 시가전을 벌일 날이 머지않았다. 전쟁은 이미 여론전이나 외교전으로 바뀐 지 오래다. 국제 여론으로 몰아가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경제 제재, 무력시위 등으로 압박한다. 맞붙는다 해도 무력충돌 없이 정보기술 싸움으로 상대국을 괴롭힌다.

가상공간인 인터넷망과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상대국의 주요 시설과 기반망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사이버 전쟁이다. 역사상 첫 사이버 전쟁은 2007년 4월27일 에스토니아에서 일어났다. 에스토니아는 하루아침에 국가 주요 웹사이트가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전면공격을 받았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부처와 경찰 언론 은행 등의 인터넷망이 한 달 가까이 마비됐다. NATO 등은 러시아를 의심했으나 결정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

2010년 이란이 본 피해는 훨씬 심각했다. ‘스턱스넷’ 공격을 받아 주요 원자력발전소의 원심분리기 1000여대가 파괴됐다. 스턱스넷은 시설이 한 번 감염되면 복구 불능 상태로 망가져 ‘한 방(one-shot) 무기’로 불린다. 이 공격으로 이란은 1년간 사고 원전을 가동하지 못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고 주장했지만 증거는 없었다.

소니 영화 ‘인터뷰’를 놓고 벌어진 북한과 미국 간 갈등도 사이버 전쟁의 한 단면이다. 북한의 해킹으로 의심되는 국내 원전 내부 정보 유출 사건도 사이버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걸 보여준다. 북한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이란에 이어 세계 6위의 사이버전 강국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이버전 병력만도 우리보다 10배가 많은 6000명 수준이다. 북한은 2009년 청와대와 국회, 은행, 언론사 등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사이버 도발을 계속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북한 인터넷망이 불통된 시기에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 종북성향 댓글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통계다. 불통 이전에는 종북성향 댓글이 많게는 4000개 넘게 달렸는데 불통 시점에서는 이것이 90%나 줄었다는 것이다. 반정부적 댓글 대부분이 북한 사이버전 요원들의 조직적인 활동이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오히려 북측 공세에 대응 일환으로 벌어진 국정원의 댓글 활동은 대선 이후 선거 관여 여부로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한국 사회를 만인의 갈등으로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사이버전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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