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대기업만 빅딜인가

입력 2015-01-01 20:45  

대학도, 연구소도 위기다공기업, 정부도 빅딜하라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 안현실 기자 ] 미국 스탠퍼드대가 개설한 공개강좌(open courseware) 인기가 폭발적이다. 지난 학기 전기공학과가 학점제로 개설한 5개 강좌 수강료는 과목당 3000달러 이상이었다. 국내 연간 등록금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10만명 이상이 몰려 3일 만에 매진됐다. 이 대학이 2011년 3개 강좌를 학점 없이 과목당 1000달러를 받고 시범운영에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존 헤네시 총장은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기존 강의실의 역할이 얼마나 더 작아질지 두고 보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대학의 온라인 빅뱅이 시작됐다.

지금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이 죽기 살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삼성-한화 빅딜은 그 서막이다. 산업계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위기감이 감돈다. 중소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산업 전반의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중소기업이 떼로 도태당할 수도 있다. 문제는 생존을 위한 빅딜이 어디 산업계만 절박하겠냐는 거다.

당장 세상은 확 바뀌고 있는데 자신이 죽어가는지도 모르는 국내 대학이 그렇다. 아무리 구조조정을 외쳐도 요지부동인 대학이다. 그나마 달라진 게 있다면 학령인구 감소를 조금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가 아니다. 세계적 명문대학들이 공개강좌를 무기로 혁명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국내에서 자칭 명문대라는 대학들이 그들의 한낱 분소로 전락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특히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공과대학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KAIST, 유명 사립대들부터 먼저 빅딜에 나서야 할 판이다.

정부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지난 50년간 한국의 과학기술을 선도해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새로운 50년의 장기비전을 발표했다. 미래 성장동력 탐색을 위한 개방형 연구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KIST가 마침내 존재의 위기를 감지했다. 하지만 KIST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상위 통제기구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나 미래창조과학부가 꿈쩍도 안 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정부연구소들을 단지 한 지붕 아래 모아만 둔 게 개혁일 수는 없다. 연구소도 빅딜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 개혁도 내부 최적화만으로는 언제 도루묵이 될지 모른다. 민간과 경쟁하거나 중첩되는 공공기관이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이게 다 정부가 직접 장사를 해 보겠다고 덤빈 결과다. 공기업 개혁의 진정한 의미는 공공-민간 간 빅딜이다. 정부 빚도 줄이고, 혁신 동력도 될 수 있는 공기업 민영화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정부 개혁도 차원을 달리해야 할 때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을, 교육부가 교육을, 보건복지부가 보건을,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을, 금융위원회가 금융을 꼭 담당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소관 분야에서 규제개혁이나 혁신에 실패하면 그 업무를 타 부처로 넘기는 빅딜이 필요하다. 그래서 존재이유가 사라지는 부처가 나오면 바로 문을 닫으면 된다. 그게 진짜 정부혁신이다.

산업계는 위기 감지가 가장 빠른 곳이다. 그래서 산업계 빅딜은 그 자체로 거대한 변화의 예고탄이다. 한국 경제 새 판 짜기는 정부, 대학, 연구소 등이 여기에 얼마나 빨리 발을 맞출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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