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기업 팔다리 풀어줘야 경제 산다…일 벌일 사회 분위기 만들어야"

입력 2015-01-01 22:42   수정 2015-01-02 06:25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에게 듣는다

"기업인이라고 해서 형기 다 채워야 하나
'땅콩회항' 압축성장 산물…규범·관행 再정립 계기
反기업정서 없애려면 자수성가 기업인 키워야"



[ 이태명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스스로 “재계에서 욕 많이 먹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2013년 8월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뒤 여느 재계단체 수장과 다른 행보를 보여서다. 그는 취임 직후 “대기업의 입장만 무작정 편드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대기업 총수나 대기업 잘잘못을 옹호하고 선처를 바란다는 입장 표명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좌파 재계단체 회장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지난달 24일 신년인터뷰에서 “사업하는 사람에게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의미 없다”고 했다. 합리적이냐 여부가 자신의 판단 기준이란 얘기다. 그는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선 기업들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SK 회장에 대해선 충분히 형을 살았으니 가석방시켜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인 가석방·사면 관련 얘기가 많습니다.

“대한상의는 그동안 기업의 일탈에 대해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냥 편드는 건 좀 아닌 것 같았고 국민들 보기에도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죠.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경우는 조금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국가 경제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간곡하게 다시 한번 (가석방 등을) 생각해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입니다. 충분히 처벌받았다고 봅니다.”

▷최태원 회장만을 특정해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있습니까.

“사법 절차가 덜 끝난 사안에는 의견을 내지 말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 회장은 이미 사법 절차를 마치고 처벌을 더 받느냐, 덜 받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잖아요. 유독 기업인이라고 끝까지 (가석방은) 안 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반재벌 정서가 높습니다.

“법만으로 사회가 선진화되지는 않습니다. 규범과 관행이 바뀌어야죠. 기업들이 압축성장 과정에서 많이 발전했지만 ‘어떤 게 정말 옳은 규범과 관행이냐’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건 사실입니다. 세계적 수준에 맞는 질적 성장, 규범과 관행을 정립해야 할 때입니다.”

▷반기업 정서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자수성가형 기업인을 얼마나 더 많이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에요. (자수성가하는) 그런 기업인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대기업=재벌 2·3세’로 일반화되는 겁니다. ”

▷구체적인 방법이 있습니까.

“상속받는 쪽을 억누르지만 말고 자수성가할 사람을 지원하면 됩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너무 커서 걱정’이라고 하는데 그게 그 기업들 잘못인가요. 그러지 말고 자수성가형 기업이 더 나올 수 있게 시장 진입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20대 그룹 중 절반 정도가 자수성가형 기업이 되도록….”

▷결국 규제 완화의 문제라는 말씀이네요.

“사전 규제를 대폭 들어내야 해요. 진입 규제, 사전허가제 이런 것을 없애 진입을 자유롭게 해주고 사후에 그걸 평가해 지나친 일탈행위만 규제하면 됩니다. 일단 일을 벌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을 하려거든) ‘나를 통과해 가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선 아무도 일을 못 벌입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의지가 있었고 지난 1년 동안 성과도 꽤 있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얘기해 규제개혁의 성과가 팍팍 나타나려면 정치권에서 협조해야 돼요. 입법부에서 법을 바꾸지 않고 큰 규제나 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올해 통상임금이나 정년연장 등 굵직한 노동 이슈가 많습니다.

“서비스업은 규제로 다 막혀 있고 제조업은 노동생산성이 이런 상태로 가다간 우리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인건비 수준도 높고 노동시장이 이렇게 경직돼 있으면 (기업은) 살 수가 없습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야 합니다.”

▷정규직 과보호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엔 동의하십니까.

“정규직 고용에 대한 지나친 경직성을 조금 완화해야 됩니다. 그래야 (기업이) 비정규직을 좀 더 고용할 체제를 갖출 수 있습니다. 좌우지간 노동시장 경직성 등 기업의 팔, 다리를 풀어줘야 경제가 삽니다. ”

▷정부 조세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연구개발비 등 비과세 감면 혜택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그런 혜택을 많이 줄여 아쉽더군요. 상속세 공제 혜택은 재논의돼야 합니다. 장수기업을 키우려면 공제 요건을 좀 더 완화해줘야 합니다.”

▷정부가 국민연금 등을 통해 기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배당을 늘리면 가계소득이 높아지고, 가계가 돈을 써야 내수가 살아난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강제로 배당을 요구하는 것, 즉 ‘수단’이 맞느냐는 데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겠죠. 이와 별개로 정부에 부탁하고 싶은 건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좀 더 높여달라는 겁니다. 지금 법인세 하나만 놓고도 얼마나 말이 많습니까. 그런 논의가 된다는 것만으로 기업은 불안해합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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