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오르면 韓銀의 고민도 커진다

입력 2015-01-23 20:51   수정 2015-01-24 03:50

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 김유미 기자 ] 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하기 직전인 21일 국제 금값은 5개월 만에 트로이온스(1트로이온스=31.1035g)당 1300달러(약 140만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트로이온스당 1140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가 반등세가 가파르다. 금값에 따라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가 몰리고 은행에선 금괴를 사겠다는 문의도 늘었다고 한다.

이 같은 풍경도 꽤 오랜만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값은 2011년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가까이 올랐다가 죽 내리막을 탔다. 한창 오르막일 때 금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다. 한국은행도 그중 하나다.

한은은 2011~2013년 다섯 차례에 걸쳐 금 90t을 사들였다. 미국 국채 등 달러자산에 몰린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금은 최고의 안전자산이다. 국채는 이를 발행한 국가에 문제가 생기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지만 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금을 사들였는데 이후 가격이 떨어지면서 한은은 평가손실을 봤다. 매입 규모와 시기별 가격을 감안한 평균 매입 가격(2011년 이후 매입분)은 트로이온스당 약 1628달러. 지금 금값이 1300달러니까 트로이온스당 328달러를 손해 본 셈이다. 2011년 이후 매입분 90t의 평가손실을 계산하면 총 9억4800만달러(약 1조300억원)다.

다만 평가손실은 장부 위의 숫자일 뿐이다. 지금 당장 금을 트로이온스당 1300달러에 팔지 않는 이상 실제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금을 보험에 비유하면서 “보험금은 받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은 투자 대상으로서의 한계도 뚜렷하다. 다른 금융자산과 달리 이자가 나오지 않는다. 이동과 운반, 보관비용은 더 크다. 그럼에도 한은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중앙은행은 금을 많이 갖고 있는 게 좋다”며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7위 규모이지만 금 보유액은 세계 30위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생각이 비슷하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주요국 중앙은행은 유로화 자산을 축소하고 금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유로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금값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유로화에 연동한 최저환율제를 폐지한 것은 ‘중앙은행과 유로화의 절연을 선언한 첫 사례’라는 설명이다. 스위스는 작년 말 외환보유액의 20%를 반드시 금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유 연구위원은 “경기침체를 겪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어 금의 매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이 말대로라면 한은도 매입 시점을 슬슬 고민해야 할까. 금값이 정말 바닥을 찍었다면 ‘상투 잡았다’는 비판을 또 듣기 전에 서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질문에 한은은 무조건 ‘노코멘트’다. 나름의 투자 전략 아래 금을 사야겠다고 결정해도 그 전엔 알리지 않는 게 철칙이다. 국제 금시장의 가장 큰손인 중앙은행이 금을 산다는 소문이 나면 가격이 금방 뛰기 때문이다.

한은이 가진 금은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은 지하금고에 있던 금은 6·25전쟁 직후 헌병대 군용트럭에 실려 진해 해군통제부로 후송됐다. 금괴 89상자 가운데 순금 223㎏은 이때 북한군에게 약탈당했다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 모으기 운동으로 모인 금을 포함해 지금은 모두 영국중앙은행(BOE)에 보관돼 있다. 런던금속거래소가 가까운 만큼 대여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금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국내로 가져오자는 목소리도 가끔 나온다. 현재 한은이 가진 금의 무게는 총 104.4t이다.

김유미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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