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재처리? 한·미가 서로 다른 용어를 쓴 까닭

입력 2015-04-26 21:41  

뉴스속의 과학


[ 김태훈 기자 ]
4년6개월을 끈 한·미 원자력협정이 지난 22일 타결됐다. 이번 협상의 쟁점 중 하나는 사용후핵연료를 다루는 문제였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연료를 재가공해 차세대 원전의 연료로 쓰려는 한국과 이 과정에서 핵무기 원료를 추출하는 것을 막으려는 미국의 입장이 맞서면서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다. 새 협정은 미국의 명분을 지키면서도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용후핵연료를 다루는 문제가 민감하다 보니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사용한 용어도 달랐다. 미국은 재처리(reprocessing)란 단어를 쓴 반면 한국은 재활용(recycling)이란 표현을 썼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연탄재에서 미처 타지 않은 것을 골라 새 연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핵연료 성분 중 핵분열로 에너지를 내는 것은 우라늄235다. 핵연료에는 우라늄235가 5% 정도이고 나머지는 핵분열을 하지 않는 우라늄238이다. 우라늄238은 원자로 발전 과정에서 플루토늄으로 바뀐다. 연탄재에서 미처 타지 않은 게 사용후핵연료 성분 중 플루토늄인 것이다.

플루토늄은 핵무기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접근을 막은 이유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사용후핵연료를 질산에 용해해 순수 플루토늄을 뽑아내고 있다. 일명 습식 재처리 방식이다.

한국이 미국과 공동으로 2020년까지 개발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사용후핵연료를 분말로 만들고 이를 전기분해하는 건식 방식이다. 플루토늄이 별도로 추출되는 게 아니라 다른 금속과 섞인 상태로 나온다. 무기로 만들기 어려운 반면 차세대 원전에서는 연료로 쓸 수 있어 재활용이 더 적합한 표현이라는 게 한국 측 주장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거쳐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태우면 핵폐기물의 방사능은 1000분의 1, 부피는 20분의 1로 줄어든다.

새 협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기까지 해결할 과제가 많다. 미국이 한국에 허용한 것은 파이로프로세싱의 전 단계일 뿐이다. 후반작업은 여전히 미국에 의존해야 한다.

재활용한 핵연료를 태울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를 개발하는 것도 과제다. 한국은 2025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 시범 공장을 개발하고, 여기서 나오는 재활용 연료를 쓰는 차세대 고속로를 2028년부터 가동하는 게 목표다.

아직 개발 단계여서 성공을 예단하기 이르다. 2020년까지 진행될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결과에 따라 한·미 원자력협정을 통해 한국이 얻을 이익도 달라진다는 게 과학계의 평가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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