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욱의 마이스터 이야기] 이재순 석공예 명장

입력 2015-06-05 05:52   수정 2015-06-10 12:04

▲ 이재순 명장이 석공예 작품에 그림을 그린 뒤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
<p>이재순(61) 석공예 명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돌' 전문가이다. 그는 기능인 최고 명예인 명장 뿐 아니라 석장(石匠) 중요무형문화재이기도 하다. 2관왕이 쉽지 않은데 그는 이 분야에서 단연 최고 중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p>

<p>석공예 명장은 석조물을 제작하는 장인을 말한다. 그는 1977년 세계기능올릭픽 대회에서 석공 부문 1위에 오르며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45년 동안 석공 분야에만 매진했다. 그동안 제작한 작품은 국내와 해외까지 합하면 2,000여 점에 달한다. 전국 사찰과 문화재가 있는 곳에 그의 작품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p>

<p>이 명장의 경기도 구리시 작업 현장 사무실에는 훈장과 대통령 표창, 한국산업인력공단 감사패, 공로패 등 그동안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명장은 지난 89년 석공예 명장으로 선정됐다. 이후 2007년 문화재청이 처음으로 만든 중요무형문화재 120호 석장(석조각)이 됐다. (사)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리더십도 갖췄다.</p>

<p>석공은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다. 매일 하루 8시간 이상씩 작업을 해야 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몇 개월, 심지어는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작업을 하다보면 돌가루가 몸속으로 들어가 진폐증에 걸릴 확률도 다른 사람보다 높다.</p>

<p>"석공예 분야는 무척 어렵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왜 이러한 일을 하지?'하면서 회의가 들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 일에 매진하다, 나중 우연한 곳에서 제가 만들었던 작품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p>

<p>석공예 분야 중 손으로 직접 하는 수작업은 우리나라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다. 선조들의 손기술을 고스란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의 수작업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하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처음 큰 돌을 깰 때는 기계로 자른다. 그 이후 다듬는 작업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사람의 손을 직접 거쳐야 한다. 돌을 자르는 기계는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 유럽 나라들이 우수하다. 비록 기계 작업은 유럽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손기술은 우리가 단연 최고다.</p>

<p>석공 기술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석공들이 노동자 취급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수한 우리 기술을 후대에 잘 전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석공에 대한 사회 편견을 없애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 기능인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다.</p>

<p>이 명장도 장인들을 위한 국가정책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p>

<p>"국가는 각 분야별로 좋은 인재들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장인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남들이 기피하는 우리 전통 기술을 찾아 집중 육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p>

<p>소외되어 있고 일반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의 전통 기술을 그대로 나두면 더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석공 기술의 우수성을 후대들이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p>

<p>이 명장은 "석공예 부문은 아직까지 젊은 층이 부족하다"며 "이들이 석공예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의 전통 기술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아들 이백현(35)씨도 중요무형문화재 석장 이수자이다. 대학에서 조소과를 졸업한 이씨는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는 일을 하고 있다.</p>

<p>이 명장은 석공예 분야 발전을 위해 기능인들이 생활 석공예 작품을 많이 만들고, 정부도 이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생활 관련 석공예 분야 종사자는 아직 적다. 이 분야가 실용화 되어 있지 않고, 장인들도 경제적 도움이 별로 되지 않기 때문에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석공예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집중육성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p>

<p>"섬세하고 세밀한 석공예 기술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석공예 분야에서도 대중과 밀접한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돌이 도자기나 다른 사기그릇보다 음식을 보존하고 냉장 보관하는 데 가장 알맞은 도구입니다."</p>

<p>이 명장의 제자 김수현은 스승의 뜻에 따라 현재 '돌 접시'를 제작하고 있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나중에는 석공예 중 생활 석공예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묵묵히 이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돌로 만든 그릇이 우리 식생활에서 일반화 되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p>

<p>"석공예가 발전하고 우리의 전통기술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석공예도 생활 공예로 발전해야 합니다. 돌 접시를 일식집이나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활용한다면 음식 보전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적 기법의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생활 공예 육성에 앞장서겠습니다."</p>

<p>기능인 육성과 관련, 이 명장은 기능인 우대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크지만 실제 현실은 부족하다며 아쉬워한다. 아직까지도 정부의 기능인 정책이 실무보다는 이론 위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기능인보다는 이론을 잘 아는 사람이 대우 받는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기술자 양성이 시급한 부분이다. 독일이나 스위스 등 기술 강국에서는 우수 숙련기술인들이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p>

<p> <이재순 명장의 성공 비결></p>

<p>이재순 명장은 리더는 자기 일을 사랑하고 후배들에게 아량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기능인 중 최고 리더는 항상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공부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 마포에서 동대문구로 이전한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지역본부 표지석을 직접 만들었다. 표지석에는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가 적혀 있다. 개인이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끊임없이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p>

<p>1.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p>

<p>다른 무엇보다 돌은 강하다. 돌을 다루는 석공은 강한 사람이어야 한다. 강하기 위해서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이라도 참고 꾸준히 일하면 무슨 일이든지 달성할 수 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참을성이 부족하다. 일부는 '벼락성공'을 꿈꾸며 요행을 바란다. 한 번의 요행으로 성공을 바라기보다 자기 직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와 상관없이 이는 보편적 진리이다.</p>

<p>2. 지혜롭게 행동하라</p>

<p>돌을 다루는 일은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석공이라는 직업은 분명 힘이 들지만 모든 것이 힘만으로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힘을 덜 들게 하려면 지혜가 있어야 한다. 우수한 예술가나 기능인은 기술과 지혜를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몸 또는 기술만으론 한계가 있다. 몸과 머리, 그리고 열정을 함께 갖추고 있어야 진정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p>

<p>3. 예술에 철학을 넣어라</p>

<p>석조물은 기후나 시간, 사람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기능인들의 작품에는 철학적 마인드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부처님을 부처님답게 만들어야 하는데 작업하는 사람 기준에 따라 부처님을 조각하면 안 된다. 성모상에도 성모 마리아의 깊은 철학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예술 속에 삶의 철학을 집어넣어야 진정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p>

<p>4. 지나친 전통 고수보다 시대 흐름을 따르라</p>

<p>석공은 대중친화적인 작품을 많이 생산해야 한다. 석공예에 전통과 현대적 기법을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돌은 도자기나 다른 사기그릇보다 냉기와 음식을 자연스럽게 보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앞으로 돌로 만든 그릇이 일반화 될 것이다. 우리 식탁에 자연스럽게 올라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석공예도 과거의 방식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생활 공예로 발전시켜야 한다.</p>

<p>글=김연욱 마이스터연구소 소장 yeounook@naver.com</p>

<p>사진=김도연 기자 csroute@naver.com</p>



-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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