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소액주주 '슈퍼파워' 시대

입력 2015-06-10 11:18   수정 2015-06-10 11:23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들의 힘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지난 3월 GS 계열사인 피혁업체 삼양통상에서 소액주주가 내세운 비상근감사가 선임에 성공하는 등 '뭉치면 힘을 발휘한다'는 자각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널리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해진데다 실제 지분을 갖고 있는 리더급 운영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팬오션 소액주주 반발에 인수작업 막판 진통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기존 주식에 대한 감자가 포함된 회사의 회생계획안 승인이 팬오션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하림도 오는 12일로 예정된 팬오션의 채권자 및 주주 등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팬오션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팬오션은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사 부문 국내 1위 해운사다. 2007년에는 곡물수송량 세계 1위를 하기도 했다. 하림과 사모펀드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팬오션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금액은 1조80억원이었다.

하림은 이후 팬오션 재무제표 실사 등을 거쳐 인수를 하려면 사전에 1.5 대 1의 감자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일부 채권단과 주주들이 반발하자 법원이 1.25 대 1의 중재안을 냈고, 팬오션은 이를 반영해 변경회생계획안을 내놨다.

그러나 회생안 의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안이 통과되려면 채권자 3분의 2, 주주 2분의 1의 동의가 필요지만 이미 절반에 육박하는 주주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생안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은 우호지분을 모아 변경회생안 부결을 추진 중이다. 팬오션 소액주주권리찾기 인터넷 카페는 소액주주 측이 주주의결권 행사를 위해 4500만주에 달하는 반대 지분을 확보했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이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관계인집회 참석을 신고한 총 주식 수 1억500만주의 절반가량이다. 소액주주들이 산업은행의 지분 2788만주를 제치고 최대 의결권을 갖는 셈이다.

소액주주 카페 대표는 최근 한경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변경회생계획안이 1차 관계인집회에서 부결되고, 2차 수정안에 감자안이 삭제돼도 이를 다시 부결시켜 하림의 팬오션 인수 자체를 무효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하림 관계자는 “팬오션의 회생과정에서 채권단이 손해를 보는 만큼 주주도 당연히 권리를 감축해야 한다"며 "만일 감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팬오션 인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반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 40만주 이상 위임 결의

삼성물산 일부 소액 주주들도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에 불만을 품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연대를 선언하는 등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http://cafe.naver.com/black26uz3)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340명의 회원이 '주식 위임 결의' 코너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의 권리를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전날 오후 11시까지 위임 의사를 밝힌 삼성물산 주식은 41만3455주에 달했고, 이후에도 위임 의사를 표시하는 주주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어 그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이 맡긴 주식은 적게는 9주부터 많게는 3만5954주까지에 고르게 분포됐다. 지난 8일까지 800명이던 이 카페의 회원 수는 하루 만에 1500명으로 불어난 상태다.

합병 비율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함께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분쟁 심화가 삼성물산 주가 상승의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회원들의 참여를 이끄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앞서 카페 운영자 '독타맨'은 공지 글에서 "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주권을 엘리엇 측에 위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카페에 주식 위임 의사를 밝힌 주주들은 "불공정한 기업에 경종을 울리길" "앞으로 계속 추가 매수할 것이고, (매수)하는대로 계속 위임할 예정" "합병은 하되 합병비율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등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 카페는 주권 위임 의사를 밝힌 회원이 급증함에 따라 위임권 모집, 홍보 등 관리 업무를 체계적으로 나눠맡을 운영진을 모집하는 등 본격적인 주권 위임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소액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최근 소액주주들이 뭉쳐 감사선임에 성공한 사례가 나오는 등 실질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물산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그다지 크지는 않겠지만 기관투자가들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여론은 형성하는데는 일정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삼성물산도 이러한 주주들의 강력한 의사표시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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