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돌아 그곳에 가면 행복을 낚는 낚시꾼이 있나니…

입력 2015-06-15 07:10  

여행을 부르는 사진


[ 최병일 기자 ]
더없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도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감동을 이기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눈을 아찔하게 만드는 강렬한 색상과 매혹의 순간을 영원처럼 잡아주는 것이 사진입니다. 뛰어난 사진 한 장이 구구한 말과 허다한 설명을 잠재웁니다. 사진은 여행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매개체입니다. 좋은 여행기가 여행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듯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곧바로 여행을 떠나라고 재촉하고 부추깁니다.

여행사진을 즐겨 찍는 작가 6명이 멋진 여행의 순간을 잡아냈습니다. 휴양지를 담은 사진도 있고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사진도 있습니다. 사진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여행의 빛나는 순간을 함께 느껴보세요.

삶은 지나갑니다. 하지만 여행의 순간을 담은 사진은 우리 눈 속에, 기억 속에 남아 삶을 이어가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입니다.

1. 중국 구이린(桂林)

셀 수 없이 많은 산봉우리를 품은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구이린(桂林). 천하제일의 절경으로 불리는 곳으로 더운 여름에는 산수가 어우러진 시원한 풍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진면목을 보려면 좀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구이린 시내에서 차로 2시간30분, 리장(麗江) 하류의 싱핑(興平)이란 마을에는 독특한 어업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가마우지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가마우지 낚시’는 960년 전에 시작해 거의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가마우지 목을 올가미로 묶어 생선을 삼키지 못하게 한 다음 새가 잡은 물고기를 수확하는 낚시법이다. 싱핑의 숙소에 묵으며 여관 주인에게 요청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가마우지 낚시를 볼 수 있다. 횃불이나 가스등을 켜 물고기를 유인하는 방식이라 가마우지 낚시는 주로 저녁이나 새벽에 이뤄진다. 빛이 부족해 사진이 흔들리기 쉽다는 것이 문제. 촬영을 하고 싶다면 카메라가 허락하는 한 ISO(감도)를 최대한 높이고 렌즈의 조리개도 최대한 개방해 빠른 셔터스피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평생을 이곳에서 가마우지 낚시를 하며 살아온 황씨 형제를 제외하면 가마우지 낚시는 명맥이 끊기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사라져가는 어로법을 만나러 떠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2. 브라질 샤파다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시간이 멈춰 보석이 되다

3년 전 브라질 사진작가와 함께 국내에서 한국과 브라질의 풍경 사진을 전시한 일이 있다. 브라질의 절경을 잘 알고 있는 브라질 작가에게 매력적인 여행지 몇 군데를 소개 받았다. 그중 그가 밑줄까지 쳐가면서 알려준 장소가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주의 샤파다 지아만치나 국립공원이다. 샤파다 (Chapada)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적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이름 그대로 다이아몬드가 많이 나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었던 곳이다. 3만8000㎢에 달하는 규모로 열대와 온대, 아열대 등의 여러 기후대를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지아만치나의 광활함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그곳은 약 25억년 전 만들어진 시간의 보석창고 같은 곳이다. 어린 지구가 만들어낸 다양한 자연과 원시적인 동굴은 아름답다는 감정을 떠나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3. 체코 프라하
낯섦마저 매혹적인 '千塔의 도시'

이름마저 아름다운 이곳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다. ‘천 탑의 도시’라는 명성 그대로 도시 곳곳에는 성과 교회의 뾰족한 탑들이 우뚝 솟아 있다. 탑 꼭대기에는 구름이 내려앉았고 때마침 해가 기운다. 말할 수 없이 우아하고 고혹적인 풍경 앞에서는 눈을 깜빡이는 찰나조차 아깝다. 감각과 생각이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출 때와 비슷해지는 느낌이다.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 낭만과 음악이 가득한 카렐교, 전 세계 여행자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그라피티로 발자취를 남긴 존 레넌 벽 등을 둘러보고 나면 도시를 향한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사진 속 아름다운 풍경은 프라하의 지지코브 tv타워에 오르면 볼 수 있다.


4.아프리카 우간다
하얀 미소가 흐르는 '붉은 땅' 그리움도 강렬한 풍경이 되고

우간다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지금까지 본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보다 이곳의 컬러가 훨씬 화려하다. 길가에 늘어선 상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차림도 화려하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 그야말로 교통지옥이다. 머릿속에 맴돌았던 내전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거리의 활기찬 사람들과 자동차들의 행렬은 이곳이 우간다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우간다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일으키는 흙먼지도 붉은 색을 띠고 있다. 우간다의 북쪽은 아직도 내전중이다. 쿠미 지역도 한때는 반군들이 점령했던 곳으로 많은 희생자들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주 평온한 상태여서 여느 시골 풍경처럼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질 정도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순박한 미소를 보내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붉은 땅.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이 될 것이다.


5. 호주 해밀턴 아일랜드
하트모양 산호숲 "사랑해" 고백해볼까

여행사진을 찍다 보면 때로 감탄사로만 기억되는 곳이 있다. 호주 퀸즐랜드주의 해밀턴 아일랜드다. 연중 300일 이상 태양이 빛나는 이 섬 주변에는 산호바다가 펼쳐져 있다. 헬기를 타고 오르면 배 위에서 봤던 광경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인공위성에서도 자태가 보인다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드러난다. 옥빛 산호 군락 중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게 ‘하트 리프’로 불리는 하트 모양의 산호초다. 전세계 연인들이 깜짝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들르는 명소다.

산호군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덕 숲과 해변에는 그림 같은 리조트가 있고, 아련한 포구와 낭만적인 바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북쪽 원쓰리 힐에 오르면 인근 섬들의 군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감상하는 일몰과 캐츠아이 비치의 전경도 빼어나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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