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 낙인 찍혀…출산 앞둔 간호사, 조리원서도 '퇴짜'

입력 2015-06-18 21:21  

격리병동 의료진, 감염과 편견 속 '힘겨운 死鬪'

"심리적 격리가 더 무서워"…24시간 내내 환자 돌보는데
아이는 친구 사이서 따돌림…상처 받을까봐 집에도 못가

"홀로 싸우는 환자에 죄송"…진료만 할 뿐, 말벗도 못돼줘
버려진 느낌 든다 호소할 땐 육체적 피로보다 더 괴로워요



[ 마지혜 기자 ] “건국대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산모는 못 받겠습니다. 예약금은 돌려드릴 테니 다른 산후조리원을 알아보세요.”

출산을 한 달 반 앞둔 건국대병원 간호사 김모씨는 지난 15일 산후조리원에서 갑작스레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전화를 받았다. 조리원 측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과 관련된 산모는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건국대병원에서 출산한 산모가 조리원에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이용자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다른 조리원에 연락해 봤지만 같은 이유로 계속 거부당했다. 그는 “메르스 확진자를 접촉한 적이 없고 격리대상자도 아닌데 단지 건국대병원 간호사란 이유로 거부당해 당황스럽다”고 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玖庸?메르스 환자나 격리자를 돌보는 병원 의료진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18일 서울 화양동 건국대병원에서 만난 의료진은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건국대병원은 지난 7일부터 본관 11층을 격리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지난 6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다가 건국대병원에 온 76번 환자와 접촉한 환자 21명과 직원 22명 등 43명이 한 명씩 격리돼 있다. 총 9대의 엘리베이터 중 의료부품 운송용 한 대와 격리환자 전용 한 대를 제외한 7대가 아예 11층에 서지 않았다. 격리환자 담당 의료진조차 10층에서 내려 특정 계단을 이용해 11층에 출입했다.

격리병동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 20명 중 4명은 7일부터 일부러 집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자녀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쟤네 엄마가 건국대병원 간호사”라고 놀림을 받는다는 걸 알고나서부터다. 한 간호사는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격리기간에는 아예 만나지 않기로 하고 병원 근처 숙박시설에 묵고 있다”며 “육체적 피로와 병에 대한 두려움보다 의료진에 대한 심리적 격리가 더 무섭다”고 말했다.

외로워하는 격리자들 곁에 충분히 머물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함도 크다. 격리자들은 외부인과 접촉하지 못하다보니 간호사들에게 많이 의존한다. 김현미 격리병동 수간호사는 “외로움을 특히 많이 느끼는 고령 환자들은 간호사가 말벗이 돼주고 오래 같이 있어주길 바라지만 메르스는 규정상 진료나 간호 목적 외에 자주 드나들며 얘기를 들어주기 어려워 죄송스럽다”고 했다.

메르스 지역거점병원인 서울의료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병원은 본관과 독립된 건물에 음압시설이 설〉?격리병실을 두고 확진환자 14명을 치료하고 있다.

진료실에 들어서니 병실과 유리벽으로 차단된 공간에서 3명의 간호사가 폐쇄회로TV(CCTV) 모니터로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유리벽 너머에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덮는 방호복을 입고 고글을 쓴 의료진이 호흡장치를 단 채 환자를 진료 중이었다.

이인덕 간호부장은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전문의 각각 2명과 간호사 39명이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며 “감염내과 의사들은 외래진료 등을 모두 중단한 채 확진자 진료를 전담하면서 거의 24시간 내내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어 “보통 중증환자들은 임종 전에 가족의 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지만 메르스 환자는 가족 없이 홀로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는다”며 “쓸쓸히 떠나는 환자를 보는 것이 가장 큰 슬픔”이라고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한경스타워즈] 4개월만에 수익률 100% 기록한 투자 고수들의 열전!! (6/19일 마감)
[이슈] 30대 전업투자자 '20억원' 수익 낸 사연...그 비법을 들어봤더니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