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유조선·윤활유·해치백 자동차의 변신…'천덕꾸러기'가 '효자' 됐다

입력 2015-06-24 21:49  

저가 중국산에 밀리던 철근, 아파트 분양 활기에 수요 급증
유가 하락에 유조선 주문 늘어…잘나가던 해양플랜트 수주 급감
윤활유 사업·해치백 자동차도 '곁가지' 취급받다 판매 호조



[ 도병욱/김보라 기자 ]
철근, 유조선, 해치백 자동차, 윤활유…. 각 업종에서 그동안 ‘돈 안 되는’ 제품으로 여겨지면서 변두리에 머물던 품목들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최근 불황 속에서 해당 업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효자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도 덩달아 이들 품목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경기 활황에 철근 인기

철근은 저가 중국산 습격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생산을 접거나 축소했다가 최근 다시 판매량을 늘리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건설용 철강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철근은 고도의 기술이나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고부가가치 제품군에는 속하지 못했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은 이달 철근 판매가 85만t을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t 더 많은 수치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주요 5개 건설사의 1분기 철근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지난 4월 이후 비가 오지 않아 건설공사 일수가 늘어난 것도 품귀 현상을 부추겼다.

철근 판매 호조에 힘입어 국내 8대 제강사의 철근 보유 재고는 1월 54만8000t에서 4월 41만8000t까지 감소했다. 그동안 수요처가 마땅치 않아 가격을 대폭 인하했던 제강사들은 철근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3월 기준 철강사들이 건설사에 납품한 주요 철근의 t당 가격은 62만~66만원 수준이다. 1년 전 72만5000~74만원과 비교하면 10만원 이상 싸 가격 인상 여지가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강업계 관계자는 “철근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라 선주문하면 1주일에서 보름까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며 “3분기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봉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4월1일 분양가 상한제 자율화 이후 2분기에만 연간 전체 공급량의 53%에 달하는 주택 분양이 집중될 것”이라며 “5월 말 철근 재고는 2013년 말 이후 처음으로 30만t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조선 빅3, “유조선 덕에 먹고 산다”

유조선은 지난해부터 다시 국내 조선사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2000년대 후반부터 유조선 수주를 점차 줄였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해양플랜트 설비 등에 비해 가격이 싸고 마진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이 1974년 원유운반선 ‘애틀랜틱 배런’호를 1호 선박으로 건조한 이후 유조선은 한동안 한국 조선업계의 주력 제품이었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돈이 안 되는 선종’이라는 평을 받았다.

분위기는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을 계기로 바뀌었다. 저유가로 석유 수요가 늘어났고, 유조선 발주도 증가했다. 글로벌 석유업체들은 수송이 아닌 저장 목적으로 유조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유조선을 제외한 대부분 선박 발주량이 줄어들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다시 유조선 수주에 뛰어들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빅3가 수주한 선박 가운데 유조선 비중이 약 20%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33%를 기록했다. 올 들어 수주한 선박 중 43%가 유조선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유조선 덕에 먹고 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윤활유·해치백 자동차도 다시 주목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큰 폭 적자를 기록한 정유업계의 영업손실 규모를 줄인 ‘효자’ 제품은 사업 비중이 5% 수준밖에 안 되는 윤활유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31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윤활유 사업만 떼놓고 보면 2898억원 이익을 냈다. 지난해 2897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에쓰오일도 윤활유 부문에서는 2578억원 흑자를 올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윤활유 사업이 정유사업의 곁가지 분야로 취급받았지만 지난해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윤활유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고, 영업이익률도 다른 부문에 비해 높아 효자 품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i30를 비롯한 해치백 차량도 최근 효자 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2007년 출시된 i30는 2008瘦沮?국내외에서 13만대 팔렸지만 2013년과 2014년엔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어서 현대차의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도병욱/김보라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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