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경영노트] '이유 있는 고집'이 혁신 촉진…비난·반대에 굴하지 마라

입력 2015-09-18 07:00  

1979년 7월1일 세상에 공개돼 음악 소비의 역사적 전환을 가져온 워크맨은 개발 당시만 해도 녹음 기능이 빠졌다는 이유로 카세트테이프 녹음기의 주 소비층이었던 기자들로부터 조롱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소니의 공동 창업주 모리타 아키오와 이부카 마사루가 ‘음악의 개인화’에 대한 굳건한 신념으로 보여주었던 이유 있는 고집이 아니었다면 워크맨은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주변 동료나 사회로부터 동의를 구하려 애쓰지 않는 태도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며 이런 태도를 ‘이유 있는 고집(disagreeableness)’으로 정의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일수록 대개 인정보다는 비난에 직면하기에 disagreeableness는 경영 혁신에 꼭 필요한 요소다.

1912년 미국 통신사 마르코니에서 일하던 27살 직원 데이비드 사노프는 ‘모스 부호만이 아니라 목소리나 음악도 전파를 이용해 멀리 전송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일명 ‘무선뮤직박스 사업’으로 불린 이 계획은 무선 전파를 이용해 음악을 가정으로 옮겨놓자는 것이었다. 오늘날 라디오 방송에 해당하는 아이디어다. 당시엔 상贊歐竪?어려운 혁명적인 생각이었다. 전파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주변으로부터 의심과 비난만 샀다. 1919년에 약 5000대에 불과할 정도로 더딘 라디오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노프가 제안한 스포츠 경기의 라디오 실황 중계라는 아이디어도 반대와 비난을 들었다. 그것을 원하는 고객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회사의 지원을 얻는 데 실패했지만 사노프는 집요했다. 1921년 열린 미국의 잭 뎀프시와 프랑스의 조르주 카펜티에 간 세기의 권투 시합이 열리자 사노프는 아나운서의 음성을 시합장 바깥의 한 오두막에 임시로 만들어진 스튜디오에서 송신하는 데 성공한다. 뎀프시의 극적인 KO승을 집에서 생생히 청취한 미국인들은 라디오에 열광했고 같은해 라디오 보급대수는 30만대를 넘겼다. 1927년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비행 소식을 라디오로 들은 사람은 600만명을 넘었다.

소니의 워크맨과 라디오의 대중화 사례에서 보듯 혁신은 비난과 반대를 먹고 자란다. 따라서 최고경영진이든 일선의 구성원이든 비난과 반대에 굴하지 않는 뱃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상명하복의 정서, 위험회피의 풍토에서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직 전체가 disagreeableness를 죽이는 익숙한 논리에 빠지기 쉽다. 예컨대 벤치마킹은 유용한 경영혁신 도구지만 ‘남을 잘 따라 하면 되는 것’으로 쉽게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논리에 빠지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할 때마다 “남들은 어때”라며 경쟁사나 선도 기업에서도 적용한 것인지에 더 관심을 둔다. 심지어 그대로 베끼는 데 열중하기까지 한다. 또 다른 논리로 “예전에 다 해봤는데 말야……”라고 말하는 경험에 대한 맹신이 있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경험에 대해 “믿을 만한 길잡이처럼 보이지만 더 지혜롭게 이끌어주기보다 우리를 기만한다”고 분석했다.

픽사와 월트디즈니는 의도적으로 구성원들의 disagreeableness를 독려하는 기업이다. 영화 제작자나 감독들은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여덟 명의 감독으로 이뤄진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라는 조직을 찾는다. 그러고는 이제까지 작업한 버전을 공유하며 생생한 토론을 벌인다. 여기서는 아무도 공손해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부정적이고 모욕적일 수도 있는 신랄한 피드백도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다. 서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믿음이 공유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드 캣멀 회장 스스로도 브레인 트러스트는 눈치 보지 않는 피드백, 불편함과 서투름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환경이라 말한다.

피터 드러커는 “반대 의견이 하나도 없을 때는 오히려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 내 건전한 비판의식, 긍정을 견제하는 부정, 다수와 생각을 달리하는 소수의 disagreeableness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통찰하는 말이다. 픽사와 월트디즈니가 남보다 한발 앞선 혁신적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도 구성원들의 disagreeableness를 잘 활용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강진구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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