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는 엉망이어도 우리의 삶은 나아간다

입력 2015-12-31 17:28  

죽는 산업만 있는 게 아니다…떠오르는 산업은 더 많다


새해 경제도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저성장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걱정들이 앞을 가린다. 내수 분야가 더욱 그럴 것 같다. 경기침체에다, 가계부채 급증, 저유가까지 겹쳐 소비가 부진할 것이라는 저주의 말이 떠돈다. 조선 철강 해운도 그렇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피자 가게들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죽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죽고 사는 생태계에서 죽는 것에만 주목할 수는 없다. 경제는 엉망이라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수많은 자동차가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전국을 누빈다. 아니 공항은 새해 첫날부터 사람들로 북적댄다. 아파트 단지에는 온라인 몰이나 TV홈쇼핑으로 구매한 상품을 실어나르는 택배 차량들이 드나든다. 소비가 죽고 시장이 죽는다고 말하지만, 화려하게 살아나는 업체도, 산업도 많다.

사양기업이 있을 뿐, 사양산업은 없다

한국 영화는 지난해 2억1520만명을 넘는 관객을 불러모아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좁다는 국내 시장에서 할리우드 대작들을 번번이 따돌리며 1000만명 이상이 본 대박 국산 영화들도 속출한다. 불황의 여파가 크다는 패션시장에서 유니클로는 연간 매출이 가뿐히 1조원을 넘었다. 토종 캐주얼 1위 브랜드인 빈폴, 아仟돗?시장 1위인 노스페이스 등의 매출이 정체해 있는 반면 해마다 20% 넘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맛집 마니아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식감을 혁신한 인스턴트 식품들은 선풍적인 인기다. 농심의 짜왕과 맛짬뽕, 오뚜기의 진짬뽕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에 힘입어 라면시장은 2013년 2조100억원에서 2014년 1조970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2조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산업’에서도 히트상품은 끊임없이 나온다. 지난해 한경이 선정한 히트상품 리스트에는 트롬세탁기, 티볼리, 루나폰, 빽다방 등이 어김없이 포함됐다. 사양기업이 있을 뿐, 사양산업은 없다.

유니클로 한샘 농심…성공한 기업 줄을 잇는다

경쟁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사라지지만 동시에 많은 기업이 새로 생기고 뜬다. 국내 가구업체 1위인 한샘은 이른바 ‘가구 공룡’ 이케아 공포를 깨끗이 날려버리고 더 강해졌다. 이케아가 국내에 들어오면 가구업체들이 다 죽을 것처럼 야단이었지만, 1년이 흐른 지금 한샘은 물론 ‘빅5’ 업체들은 오히려 매출이 20%나 늘었다. 원가를 절감하고, 매장을 늘리고, 생활용품으로 다변화하면서 혁신에 나선 결과다. 편의점은 고객들로 더 붐빈다. 1000원짜리 원두커피 전쟁이 벌어지고, 캔맥주 등의 상시 할인, 치킨·빵 등을 사전에 주문받아 제공하는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덕이다. ‘메기효과’다.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한 이후 더 강해진 한국 영화도 그랬지만 패션, 가구, 음식료 등이 모두 그렇다.

기술개발 등 연구개발(R&D)에 노력하지 않는 기업도 없다. 유니클로의 도약은 단지 중저가의 힘이 아니다. 아시아인 체형에 맞춘 제품 개발, 소비자가 편하게 쇼핑할 수 있게 매장 직원을 감축하는 등 남다른 혁신에 나선 결과다. 농심은 짜왕의 면발을 일반 라면보다 두 배 굵고 쫄깃하게 내놓기 위해 연구개발에 1년 넘는 시간을 들였다.

해외에서 성공하는 기업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 한방 화장품으로 중국과 아시아 소비자를 잡았다. 중국시장에선 미국 일본을 제치고 프랑스 다음인 2위로 올라섰다. 빵만으로 4조원 넘은 매출을 올리는 SPC는 프랑스와 미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5개국에서 20여개국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혁신하는 기업 앞엔 불황 없다

시장이 아니라, 경쟁과 혁신이 없는 게 문제다. 미국이 강한 것도 바로 이 ‘혁신의 힘’에 있다. 지난 세기의 자동차 비행기 세탁기 텔레비전 등에 이어 정보화시대에도 인터넷 스마트폰 페이스북까지 모두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은 무인차의 IoT시대도 질주할 태세다.

이에 비해 한국의 역동성은 최근 들어 더욱 떨어지고 있다. 각종 보호법,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몰이해가 넘치고 있다. 기업도 도전정신을 잃어간다. 그러나 삼성페이, 제네시스의 명차화,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레드오션만 탓하고 시장의 포화를 거론하는 것은 패자의 변명일 뿐이다. 비관론 역시 쏠림에 불과하다. 시장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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