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극 '애인 있어요', "몇 년 후엔 기억도 안 날 분노로 지금을 망치지 마"

입력 2016-02-26 17:31  

미디어 & 콘텐츠

불륜조차 '로망' 주옥 같은 대사에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과 음악

40대 여성들이 빠져든다



불륜,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불치병, 음모, 술수…. ‘암 유발자’라고 불리는 ‘막장 드라마(자극적인 상황이나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드라마)’가 갖고 있는 코드다. 시청률 상위 드라마의 상당 부분은 늘 이런 막장 드라마 차지다. 욕하면서도 권선징악적인 ‘사이다 효과’를 기대하는 대중의 심리를 잘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장 코드는 물론이고 친구를 죽인 아버지와 아내를 청부살인한 매형이 나오는데도 명품이라고 극찬받는 드라마가 있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사진·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는 불륜으로 포문을 열었다. 사랑해서 최진언(지진희 분)과 결혼한 도해강(김현주 분)은 천년제약 최고경영자(CEO)인 시아버지 최만호(독고영재 분)에 의해 냉정한 기업변호사가 된다. 어린 딸이 도해강 대신 죽으면서 부부 사이는 급속히 나빠지고 강설리(박한별 분)와 불륜관계가 된 최진언은 진통 끝에 이혼한다.

도해강이 내부고발자이자 쌍둥이 동생인 독고용기(김현주 분)라고 오인한 민태석(공형진 분)은 청부살인을 지시한다. 기억을 잃은 도해강은 독고용기의 첫사랑 백석(이규한 분)에 의해 독고용기로 살아가며 다시 최진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기억을 찾아 천년제약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막장의 연속이다.

‘애인 있어요’가 초반부터 마니아 시청자들을 통해 입소문을 양산할 수 있었던 것은 ‘갓현주’라고 불리는 김현주의 1인 4역 연기가 화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냉혈인 도해강과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 기억을 잃은 도해강, 깨달음을 얻고 착해진 도해강 등 같은 얼굴로 네 가지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 김현주를 보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지진희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불륜남이지만 그 불륜조차 아내를 사랑해서라는 논리에 설득력을 갖게 하는 지진희의 지고지순한 표정과 발성은 숱한 여성들의 ‘로망’이 됐다.

10% 미만의 시청률인데도 마니아층을 양산하며 40대 전후 여성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막장의 주재료인 분노와 복수를 주옥 같은 대사와 음악, 여백으로 승화해 다루기 때문이다. 다른 막장 드라마가 쉴 새 없이 독한 대사를 쏟아내는 것과 달리 ‘애인 있어요’는 간결한 대사와 표정, 가슴 저미는 음악으로 대신한다. 때로는 CF 같고 뮤직비디오 같다.

가족 전체가 원한관계로 똘똘 뭉쳐 있는 최진언 집안에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홍세희(나영희 분)는 가족에게 말한다. “미움이라는 게, 분노라는 게 가라앉고 사라질 수 있는 거더라. 몇 년 후엔 기억도 안 날 분노로 지금을 망치지 마. 인생 안 길어.” 유일하게 모든 것을 다 품고 이해하는 현자(賢者)가 치매 환자이며, 스스로 치매를 인정하고 치료에 적극적이라는 점 또한 일반 막장 드라마에서는 보기 어려운 설정이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부부가 등장하는 ‘애인 있어요’는 결국 부부애에 대한 드라마다. “살아서는 지겨워 죽지만 죽어서는 그리워 죽는 게 부부”라는 간병인의 푸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한 인간이기에 같이 살며 내가 못하는 거 네가 하고 네가 못하는 결정 내가 하고. 그렇게 서로의 구멍을 메우며 사는 게 인생”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 와 닿는다.

이주영 < 방송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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