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세포 이동 스위치 역할…암 전이 막는다"

입력 2016-06-05 19:48   수정 2016-06-10 13:42

주목 받는 광유전학

세포를 빛에 반응하도록 유전자 조작하는 기술
고장 난 세포만 고칠 수 있어…치매·암 치료에 활용도 높아



[ 박근태 기자 ]
우리 몸에 있는 세포는 100조개에 이른다. 세포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끝없이 움직인다. 인간이 성장하고 암세포가 전이되는 건 이런 세포의 이동 때문이다.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 그룹리더)연구진은 빛을 쏘여 세포 이동을 유도하는 원격 조종 기술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개했다. 허 교수는 “빛으로 신경세포와 같은 특정한 세포 이동을 조작할 수 있다면 암세포 전이 과정과 면역세포 작용, 뇌 신경세포가 발달하는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빛으로 세포 이동, 기억력 향상

연구진은 세포에서 성장과 이동에 관여하는 성장인자수용체가 빛을 받으면 흥분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이 수용체가 있는 세포 앞부분에 빛을 쏘이면 세포 내에 신호전달이 이뤄지면서 세포막이 앞으로 이동한다. 신호를 전달받은 세포 뒷부분도 움츠러들면서 세포를 앞으로 전진시킨다. 연구진은 세포 이동에 칼슘이온?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세포가 일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빛이 스위치 역할을 한 셈이다.

허 교수는 지난해 신경세포에 빛을 쪼여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바이오놀로지에 소개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빛에 반응하는 신경세포를 가진 생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빛을 쪼여주기 30분 전 뇌 속 칼슘농도를 올려주면 기억력이 두 배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광(光)유전학’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광유전학은 빛과 유전학을 결합한 용어로, 세포를 빛에 반응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세포 생리를 연구하는 분야다. 광유전학이 주목받는 건 고장 난 세포의 기능을 정교하게 알아낼 수 있고 세포 활동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이나 수술은 고장 난 세포를 고치다가 건강한 세포까지 손상을 줄 수 있지만, 광유전학을 활용하면 빛에 반응하도록 미리 조작한 세포만 콕 찍어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짜 기억 만들고 시력 회복에도 활용

광유전학은 청색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인 채널 로돕신이 발견되면서 시작했다.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005년 녹조류에서 이 단백질을 떼어내 신경세포에 이식하고 빛을 쪼여 흥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 세계 각국은 청색빛을 내는 레이저와 LED(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연구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2007년 조지 오거스틴 듀크대 교수가 채널 로돕신 유전자를 가진 생쥐를 만들면서 초파리와 꼬마선충 연구에 집중하던 광유전학이 본격적인 뇌 연구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도네가와 스스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은 2013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빛을 이용해 생쥐 뇌 해마에 가짜 기억을 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진은 2014년에는 생쥐의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는 데도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과 각종 정신질환, 암세포 연구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시각과 청각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망막연구재단 의료진은 시각장애인의 손상된 시력 회복에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솔크연구소는 예쁜꼬마선충에게 초음파에 반응하는 유전자가 나타나도록 한 뒤 초음파를 쏘자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를 응용하면 소리를 들려주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빛을 사람 몸속 깊은 곳까지 보내는 데는 제약이 많다. 현재 쓰이는 청색빛은 파장이 짧아 피부 밑 3~4㎜까지밖에 도달하지 못한다. 사람 뇌세포에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허 교수는 “빛으로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현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세포의 성질을 더 많이 알아내면 암세포나 신경세포 치료제를 좀 더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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