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벽지 여교사에 스마트워치 지급…"뭣이 중헌디?" 묻게되는 '정부 종합대책'

입력 2016-06-22 16:51   수정 2016-06-27 15:55

한달 만에 발표된 '도서벽지 근무안전 종합대책'
"단편적 방안" 비판…교원단체도 반대입장 내놔



[ 김봉구 기자 ] 정부가 도서벽지 여성 근무자 전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키로 했다.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전남 신안군에서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여 만에 내놓은 정부의 ‘종합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치다.

정부는 22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도서벽지 근무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사건 발생 후 여론이 들끓자 전수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공공기관 관사의 ‘나홀로 거주 여성’은 1366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인원 모두에게 스마트워치를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지급되는 스마트워치는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스마트워치와는 다르다. 손목시계 모양을 한 일종의 긴급호출기다. 보복범죄 표적이 될 수 있는 범죄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경찰청이 지급해 왔다. 비상시 스마트워치 버튼을 누르면 112 상황실과 담당 경찰관에 신고할 수 있다.

도서지역 근무자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통합관사 확대, 도서벽지 관사 출입문 자동잠금장치방범창CCTV 설치, 성폭력 예방교육 등도 종합대책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미흡한 점이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마트워치 지급이 한 방편일 수는 있으나 ‘종합대책’의 대표성을 띨 만한 대안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여성학자인 허성우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는 “종합대책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관행이나 남성 중심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 등에 대한 정치경제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조사 타깃팅이 적절했는지의 문제가 있다. 교육부는 사건 발생 후 도서벽지 여성교원 1인 거주 현황과 각종 관사 안전시설 설치비율 등을 전수조사해 이날 통계치를 제시했다. 스마트워치 지급 대상인원 1366명이란 숫자가 여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전수조사라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허 교수는 “관사 CCTV 숫자 통계를 낼 게 아니라 지역별·상황별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부터 해야 한다”며 “도서벽지 여성 근무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무슨 위험을 겪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스마트워치 지급과 같은 기술결정론적 시각부터 버리자는 것이다. 개인 소유의 스마트폰으로도 경찰 신고는 할 수 있다. 이건 핵심이 아니다. 그보다는 문제를 낳고 키운 도서벽지 특유의 정서나 환경적 요인,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인식과 처벌 수준 등이 꼼꼼히 다뤄져야 하는데 정부 종합대책?이러한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종합대책에 포함된 성폭력 예방교육 안도 발표 직후 현장 반대에 부딪쳤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부모의 학교 방문과 상담·교육이 어려운 지역적 특성이 있다. 학부모 대상 성폭력 교육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면서 “학교장이 반기별 1회 이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뿐더러 도서벽지 소규모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의 업무 부담만 가중될 것으로 봤다. 한 달여에 걸쳐 정부가 마련한 종합대책 발표 즉시 교원단체의 반대 입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현장 의견수렴이 제대로 안 됐다는 방증이다.

상주 경찰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도서벽지 지역의 문제도 남는다. 설령 신고한다 해도 제시간에 달려올 수 있는 경찰이 없는 셈이다. 섬 하나에 경찰관 한 명 꼴인 곳도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기껏 지급한 스마트워치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여성학자는 “사람들이 과연 이걸 ‘종합대책’으로 받아들이겠나. 예방에 도움은 되겠지만 절대 본질적 대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 “현재 성폭력 피해 신고율이 10% 정도밖에 안 된다. 전수조사 해서 종합대책을 수립한다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신고율을 높이고 제대로 된 피해구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부터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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