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로펌 대표변호사 간담회] "법률시장 3단계 개방에도 아직 아쉬운 부분 많아…한국법 자문 응할 수 없어 손발 묶인 채로 뛰는 것"

입력 2016-06-23 17:06  

법률시장 개방 평가와 한국진출 성과


[ 사회=김병일 / 정리=김인선 기자 ] 지난 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7층 회의실에서 외국 로펌 대표 간담회가 열렸다. 다음달 3단계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그동안의 한국 진출 성과를 되짚어보고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2012년 7월과 11월 각각 설립 인가를 받은 쉐퍼드멀린 릭터&햄튼(미국)의 김병수 대표변호사와 오멜버니&마이어스(미국)의 박진원 대표변호사, 2014년 8월 설립 인가가 난 스티븐슨 하우드(영국)의 김경화 대표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 시장 진출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정부의 법률시장 개방 폭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 진출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다면.

▶김경화 변호사=제가 하는 조선, 해양 시추선, 해운 분야는 모든 계약이 영국법에 기초하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면 런던에서 중재가 열립니다. 그런데 한국과의 시차가 8시간이어서 한국 고객이 고생을 많이 했습求? 지금은 서울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자문을 받으니까 고객들이 좋아합니다. 저도 사건을 빨리 알아서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니 자문 받을 기회가 더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김병수 변호사=우리 로펌 역시 한국 진출 이후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많이 개발했습니다. 외국 로펌이 수임료를 과다하게 청구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오해도 많이 풀린 것 같습니다.

▶김경화 변호사=런던과 서울의 시간당 수임료가 원칙적으로는 같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직접 고객을 상대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홍콩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수임료가 상당히 적게 발생합니다.

일본 등 다른 나라 진출과의 차이점은.

▶박진원=일본에선 국내외 로펌이 합작하지 않아도 일본변호사를 직접 고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도쿄 사무소에는 미국변호사보다 일본변호사 수가 훨씬 많습니다. 한국에선 일을 본사 등에 연결해주는 연락사무소 같은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김병수=외국 로펌은 해외사무소에서 현지변호사를 더 많이 고용한다는 조사자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합작하지 않으면 한국변호사 고용이 불가능합니다. 개방 폭이 더 넓어지면 한국변호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김경화=홍콩은 완전히 개방돼 있고, 싱가포르는 합작을 다양하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로펌은 싱가포르에서 현지 로펌과 합작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시장 개방의 폭에 대한 견해는.

▶박진원=싱가포르와 일본은 자발적으로 개방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유럽연합(EU)·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개방했고, 3단계가 최종 단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3단계 조치가 완전하지 않고, 최종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분명치 않습니다. 한 로펌에 가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장 개방의 궁극적인 목표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번 3단계 개방 방안은 시장 개방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경화=외국 로펌은 지분을 최대 49%까지만

갖는 반면 책임은 무한대로 진다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한국 기업에 대한 영국법 서비스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앞으로 조건이 좀 더 공정해진다면 합작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합작로펌에서 한국의 젊은 변호사들이 한국 고객과 글로벌 고객에게 서비스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병수=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FTA 조문을 읽어보면 해석하기에 따라서 3단계 개방 폭이 더 넓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합작 상대방 로펌의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하고 업무 범위에도 상당한 제한이 있습니다. 사실상 하나의 로펌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규제로는 합작하기 어렵습니다.

개방조치 미흡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박진원=한국변호사가 합작로펌에 들어가는 순간 허용되는 업무 영역이 대폭 줄어듭니다. 합작로펌에 들어가면 헌법, 공법, 형사법, 소송은 물론이고 부동산법, 가족법, 등기에도 자문받을 수 없습니다. 같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도 합작법인에 들어가면 팔 하나, 다리 하나 없는 절름발이 변호사가 되는 것입니다.

▶김경화=한국에서 비즈니스하는 해외 고객이 한국법을 자문할 때 바로 응하지 못해 미안한 경우가 있습니다. 또 국제거래가 많은 한국 고객에게 한국변호사와 뉴욕·런던·홍콩변호사들이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는데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김병수=나 역시 한국에서 비즈니스하는 외국 기업에 한국법 자문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법 자문에 응할 수 없기 때문에 또다시 한국 로펌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시간과 비용이 중복될 수 있습니다.

개방으로 법률수지 적자가 커질 것이란 우려는.

▶박진원=외국 로펌이 들어오면 여기서 일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기 때문에 수지 적자가 오히려 줄어듭니다. 전체 경제에서 봤을 때 법률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법률시장을 더 활짝 열어 골드만삭스 같은 외국 기업이 한국에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률 무역수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병수=시장 개방은 전체 법률시장 파이(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김경화=한국 시장은 작고 글로벌 시장은 크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해외에 나가 외국법 서비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3단계 개방 내용은

외국법자문사법 도입
EU와는 7월 이후 적용
미국과는 내년 3월 시행

법률시장 3단?개방 방안을 담은 외국법자문사법은 유럽연합(EU)에 대해 오는 7월, 미국에 대해선 내년 3월 이후 적용된다.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르면 합작법무법인은 국내 변호사와 외국법자문사를 고용해 외국법 사무와 일정 범위의 국내법 사무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외국법자문사는 영국 미국 등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법무부 장관의 자격 승인을 받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사람을 말한다. 한국변호사가 미국변호사 자격도 있어서 외국법자문사가 되려고 할 경우 한국변호사 일을 휴업하거나 폐업해야 한다. 또 자격증을 딴 미국 등 원자격국에서 3년 이상 법률 사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외국법자문사나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외국 로펌)는 한국변호사·법무사·변리사·공인회계사·세무사 및 관세사를 고용하거나 동업할 수 없다. 다만 대한변협에 등록한 경우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국내 법무법인과 국내법·외국법 사무가 혼재된 사건을 현안별로 계약을 맺어 공동으로 처리하고 그로부터 얻는 수익을 분배할 수 있다.

합작에 참여하는 국내외 로펌은 모두 3년 이상 운영되고, 5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 5명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합작법무법인에는 5년 이상 경력인 선임변호사와 선임외국법자문사를 2명 이상씩 둬야 한다. 선임외국법자문사 수는 한국변호사인 선임변호사 수를 넘을 수 없다. 합작법무법인 내 선임이 아닌 외국법자문사 수 역시 선임 아닌 한국변호사 수를 넘을 수 없다.

합작에 참여하는 외국 로펌의 지분율과 의결권은 49% 이내로 제한된다. 수익도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존 외국법자문사뿐만 아니라 외국변호사도 90일 미만 기간 입국을 통해 국제중재 사건을 대리할 수 있다.

합작법무법인은 법무사·변리사·공인회계사·세무사 및 관세사를 고용할 수 없다. 특허·회계·세무법인 등과의 동업도 금지된다.

사회=김병일 / 정리=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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