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PT 한번에 7000억원 위탁 결정…‘투명성’에 목메는 국민연금 PEF 뷰티 콘테스트

입력 2016-06-27 15:01  

대형 PEF, 케이스톤·스카이레이크·VIG·IDG캐피탈 4파전 압축
국민연금, 매년 PEF 뷰티 콘테스트…심사위원 “007 작전처럼 긴장”
투명성·공정성 최우선 추구…해외 연기금엔 없는 제도



이 기사는 06월27일(11: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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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 A씨는 지난해 국민연금기금의 PEF 위탁 운용사 선정 결과를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쓰린다. 당시 회사 평판, 운용 실적을 따져보면 결과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만전을 기하느라 며칠 밤을 세워 프리젠테이션(PT)을 준비한 게 화근이 됐다. 심사 당일 심한 몸살 감기에 걸린 A씨는 목이 잠겨 PT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의 회사는 최종 PEF 위탁 운용사 명단에서도 빠졌다.

“결과적으로 컨디션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위탁 시스템도 뭔가 구멍이 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국민연금 PEF 위탁 방식은
국민연금은 매년 1조원 안팎의 PEF 자금을 국내 운용사에 배분한다. 국내 펀드 투자자(LP) 중 최대 규모다. 국민연금의 위탁 자금을 종잣돈으로 삼아 다른 연기금들에 추가 자금을 유치해 PEF 규모를 키울 수 있다. 국내 최대 펀드 투자자(LP)인 국민연금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다른 연기금들에겐 보증 수표가 된다. 국민연금의 PEF 위탁 운용사 심사에 내로라 하는 국내외 간판 PEF 운용사들이 집결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PEF 뷰티 콘테스트(미인 대회)’라고 부른다.

국민연금의 PEF 위탁 심사는 철저하게 ‘공정성과 투명성’의 기준에 따라 진행된다. 한 민간심사 위원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있다”고 귀띔했다.

심사는 서류 평가와 면접 평가로 나눠 진행 된다 서류 평가는 국민연금 내부 실무진이, 면접 평가는 민간위원 4명과 국민연금 내부 위원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위탁운용사 선정위원회가 담당한다.

민간 심사위원은 대학 교수, 전현직 민간 운용사 임원 등으로 구성되는 데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정보가 새는 걸 막기 위해 면접 이틀 전 선정위원을 확정한다. 심사를 받는 PEF 운용사들의 PT 시간은 10분, Q&A(질문과 답변)는 20분 등 총 30분이다. 국내 PEF의 한 대표는 “10분이 넘어가면 칼같이 자른다”며 “다른 운용사와 형평성 차원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실무 업무를 전담하는 국민연금 대체투자실 운용역들은 한달 전부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식사, 미팅, 전화 등 외부 접촉을 삼간다. 대체투자실장과 팀장은 위탁 운용사 선정위원에서 배제된다. 심사를 받는 PEF 운용사들은 ‘비밀유지약정서’에 서명한다. 면접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의미다.

“탈락한 운용사들이 각종 투서와 루머를 양산하다보니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원칙을 최우선하게 됐다”는 게 국민연금 측의 설명이다.

◆대형 PEF 위탁 운용사 ‘오리무중’
올해의 경우 국민연금은 대형(라지캡)과 중형(미드캡) PEF 운용사를 각각 2곳씩 선정할 계획이다. 대형 운용사는 2500억원, 중형은 1000억원을 각각 위탁한다. 28일 면접 심사가 치러진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형 PEF 심사에 총 5곳이 지원했고 이중 한곳은 결격 사유로 떨어져 총 4곳이 면접 심사를 치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케이스톤파트너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VIG파트너스 등 국내 운용사와 중국계 IDG캐피탈 등이 면접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 실적에 운용사 대표들의 PT 실력을 종합하면 스카이레이크와 VIG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대표는 삼성전자 사장 시절인 2002년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미국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동앙인 최초의 기조 연설자로 나설 정도로 PT에 능숙하다. 김앤장의 인수합병(M&A) 스타 변호사 출신인 박병무 VIG 대표도 투자은행(IB) 업계를 통틀어 최고 ‘달변가’로 통한다.

하지만 중국계 운용사인 IDG캐피탈이 지원한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최종 결과가 ‘오리무중’이라는 豁坪?나온다. IDG캐피탈은 중국의 바이두, 샤오미, 텐센트 등 IT 기반 대기업들에 직접 투자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이어 국내 PEF 운용사들과 차별화된 강점을 갖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출신의 유현갑 대표가 이끄는 케이스톤은 최근 운용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중형 PEF 최종 후보엔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 LB인베스트먼트, SG PE 등 4곳이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실무진 운용 자율성 확대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PEF 심사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PEF 운용사들의 덩치와 운용 실력이 커지면서 10년 전 국내 PEF 출범 초기에 만들어진 평가 제도가 잘 맞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성과 투명성을 너무 앞세우다 보니 실력 있는 운용사들을 제대로 뽑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글로벌 PEF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 선진 연기금들은 PEF와 같은 대체투자 운용사를 선정할 때 뷰티 콘테스트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펀드레이징(투자금 유치)를 추진하는 운용사로부터 개별 제안을 받고 자체 기준에 따라 심사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개별 운용사에 대한 최초 투자를 결정할 경우 해당 실무진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접촉하면서 개별 운용역 실력과 회사 평판 등을 골고루 따져본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국민연금도 해외 PEF 운용사를 선정할 때는 이 같은 글로벌 관행을 따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출신의 한 관계자는 “실무 경험도 없고 결과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 민간 위원이 고작 30분 면접으로 수천억원의 자금 위탁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우선순위를 둔 시스템”이라며 “개별 운용역의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뷰티 콘테스트 평가 방식이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의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저금리로 투자 대기 자금이 많은 현 국면에서는 운용사에 친화적인 선정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국민연금 대형 PEF 경쟁률이 2대 1에 그친 것이 국민연금의 이런 문제를 상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실력 있는 운용사들의 펀드레이징 시점에 맞춰 수시 출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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