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10조' 기준 완화에 제동
[ 임현우 기자 ] 국민의당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완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의당 정책위원회는 21일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안’을 내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해 9월 정기국회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2008년 이후 8년간 변하지 않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5조원에 대해 경제규모 변화 등을 감안해 일부 완화하되, 공정경쟁과 조세정의를 위해 맞춤형 차등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대기업집단 규제를 자산총액 5조원, 7조원, 50조원으로 구간을 나눠 차등화하는 것이다. 또 이 기준을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해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고치지 못하도록 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를 적용하고 공시의무를 지도록 했다. 다만 모든 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사전 규제는 자산총액 7조원 이상부터 적용받도록 기준을 높였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 셀트리온,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금호석유화학, 현대산업개발, 태영 등이 규제 완화 혜택을 본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현행 5조원 기준이 도입된 2008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49.4% 증가한 경제여건을 반영해 7조원을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산총액 50조원 이상의 초대형 기업집단에는 해외 계열사 공시 의무를 추가하고,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농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65개 대기업집단 중 37개가 지정에서 해제된다며 반발해 왔다.
국민의당은 정부 개정안이 ‘규제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채이배 제3 정책조정위원장은 “태광, 동부 등 금융보험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은 총수 일가가 횡령·배임 등으로 처벌받았거나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며 “정부안대로 10조원으로 완화하면 이들 그룹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비금융계열사의 위험이 금융계열사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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