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하이텔→파란→K쇼핑 무한변신…KTH, T커머스를 호령하다

입력 2016-08-11 16:43   수정 2016-08-11 16:50

KTH

하이텔서 시작한 혁신
1992년 PC통신으로 선풍적 인기
2003년 '파란' 으로 포털 도전
실패 딛고 2012년 T커머스 론칭

K쇼핑으로 '황무지' T커머스 개척
리모컨 조작으로 상품 검색·결제
1위 꿰차며 재도약 발판 마련
성장 둔화되는 TV홈쇼핑과는 달리
지난해 매출 1605억 창사 이래 최대

ICT플랫폼·콘텐츠 제작·유통 등
미래 먹거리 신사업 발굴 박차



[ 이정호 기자 ] 1990년대 초·중반은 PC통신 전성기였다. 전화 모뎀을 탑재한 PC를 통해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동호회, 채팅, 자료실 등의 신세계가 열렸다. KTH(옛 한국PC통신)가 운영한 ‘하이텔’은 당시 가장 영향력이 큰 PC통신 서비스로 업계를 주름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터넷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PC통신 시대도 저물었다. KTH의 회사 공식 명칭은 여전히 ‘케이티하이텔’이지만 이젠 이 회사 사업에서 하이텔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국내 T커머스 선두 업체로 180도 탈바꿈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텔’ ‘파란’ 버리고 T커머스 진출

KT 자회사인 KTH는 1992년 PC통신 하이텔 서비스를 선보인 국내 1세대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왔듯 당시만 해도 PC통신은 다른 사람과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준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월 9900원이라는 적지 않은 이용료에도 하이텔 유료 이용자는 서비스 출시 1년 만인 1993년 10만명을 넘어섰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6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웹 서비스가 대중화하자 PC통신 이용자는 급감하기 시작했다. PC통신이 주력 사업이던 KTH는 2000년 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다음해에는 손실이 196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3년 하이텔 서비스를 종료한 KTH가 눈을 돌린 곳은 인터넷 포털서비스였다. 2004년 종합 포털 ‘파란’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지만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웹 시대의 강자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힘겹게 사업을 이어가다 2012년 6월 파란 서비스도 종료했다.

하이텔, 파란 등 온라인 커뮤니티 사업을 접고 곧바로 뛰어든 사업이 T커머스다. 회사 내부의 반대도 많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했던 당시 최고경영진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홈쇼핑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한 결정이었다.

TV 기반의 양방향 홈쇼핑 서비스

정부가 2005년 10개 회사에 사업권을 주면서 T커머스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KTH가 국내 처음으로 ‘K쇼핑’이라는 브랜드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2012년부터다. T커머스는 TV와 상거래를 의미하는 커머스(commerce)를 결합한 단어다. 전迷箚킹?e커머스)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보급과 함께 PC 기반에서 시작됐고, 2000년대에는 스마트폰으로 범위를 확대하며 일정 수의 사람이 모이면 파격적인 가격에 상품을 파는 소셜커머스까지 등장했다.

e커머스는 PC나 스마트폰이 매개가 되지만 T커머스는 TV를 이용하는 게 차이점이다. 생방송 중인 제품만 살 수 있는 TV홈쇼핑과도 다르다. T커머스는 양방향 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가 리모컨 조작만으로 언제든지 다른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T커머스는 한국에만 있는 세계 유일의 홈쇼핑 서비스다. 유선 인터넷과 인터넷TV(IPTV) 보급률이 높은 국가적 특성 때문이다.

K쇼핑 매년 가파른 매출 성장

T커머스 사업 진출 후 4년이 지난 지금 KTH는 말 그대로 화려한 변신을 이뤄냈다. KTH는 국내 T커머스업계 전체 취급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년 77억원이던 K쇼핑 매출은 지난해 413억원으로 다섯 배 이상 늘었다. 올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5.3% 증가한 156억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K쇼핑의 방송 송출가구 수는 이달 현재 2000만가구를 넘어셨다. T커머스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잠재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T커머스 시장 규모(취급액)는 올해 7000억원으로 전년(2500억원) 대비 180%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15조원에 달하는 TV홈쇼핑에 비해선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지난해 시장 규모 증가율이 5.6%에 그치며 성장세가 둔화된 TV홈쇼핑과 달리 T커머스는 2013년 이후 매년 몸집을 두 배 이상 키워가고 있다. 판이 커지면서 기존의 일반 TV홈쇼핑 업체들까지 T커머스 시장에 가세해 KTH를 비롯 10개 사업자들이 경쟁하고 있다.

K쇼핑 사업 호조에 힘입어 KTH 전체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KTH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7.9% 늘어난 16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4억원, 74억원을 기록했다.

ICT 사업도 든든한 실적 버팀목

T커머스 외에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사업과 디지털 판권유통 사업도 KTH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다. 올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ICT플랫폼 사업 매출은 182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470억원)의 38.7%를 차지하고 있다. ICT플랫폼 사업은 하이텔, 파란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해온 이 회사의 기술 자산이다.

기업용 콜센터 솔루션인 ‘보는 ARS’ 구축, 홍보용 통화연결음, 대량문자메시지 발송 서비스부터 KT 올레맵 등 공간지리정보 서비스 및 플랫폼 구축 운영 사업까지 맡고 있다. ICT플랫폼 사업 부문은 모회사인 KT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것이 약점이자 강점이다. 오세영 KTH 사장은 “웹·모바일 서비스 구축 경험을 토대로 사업 외연을 넓혀나갈 수 있는 분야”라며 “외부 영업을 강화해 KT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90%에서 7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콘텐츠 유통사업에서도 꾸준히 수익이 나고 있다. KTH는 국내 최대 콘텐츠 2차판권 유통업체다. 1만건이 넘는 디지털콘텐츠 판권을 확보하고 있다. 국가대표2, 검은사제들, 차이나타운, 뷰티인사이드 등 2차 판권을 IPTV, 케이블TV, 모바일 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콘텐츠 제작단계에서부터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검은사제들, 뷰티인사이드가 대표적인 투자 작품이다. 모바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드라마 유통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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