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범답안 같은 경영 전략, 소비자는 지루해한다

입력 2016-10-06 17:37  

나쁜 기업이 되라

김수욱 지음 / 박영사 / 269쪽│1만4000원



[ 양병훈 기자 ] 무조건 소비자에게 맞춰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고 싸게 제공하는 ‘착한 기업’의 시대는 갔다. 여가를 중시하는 문화가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서 소비자는 예전처럼 가격과 품질만으로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가치를 소비에 반영한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상식을 깨는 기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나쁜 기업이 되라》에서 “예측된 수요, 예측 가능한 고객, 뻔한 서비스로는 도무지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통계 수치를 맹신하는 것은 기업을 실패로 끌고 가는 지름길이다.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된장녀’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던 때였다. 한 기업이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의 이미지에 관해 설문조사를 했다. 약 50%가 이들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알고 보니 설문조사 당시 카페 안에 있던 사람은 긍정적으로, 다른 장소에 있던 사람은 부정적으로 답했다. 조사원들이 카페의 안과 밖에서 절반씩 조사했고, 장소가 응답을 결정짓는 바람에 왜곡된 결과를 낳았다. 이 조사 결과와 달리 커피전문점사업은 지난 수년간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 중 하나였다.

저자는 “잘나가는 기업을 벤치마킹하지 말라”며 “균형 잡힌 안정성보다는 불균형한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품과 프리미엄 시장 전략, 파괴적 혁신, 발상의 전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식이 아니면 새로운 기회는 생기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패션업체 스타일난다는 이런 도전적인 경영전략으로 성공했다. 패션업체들이 중국으로 앞다퉈 진출하며 잘 팔리는 옷을 벤치마킹할 때 스타일난다는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내놨다. 다른 업체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세울 때 스타일난다는 모든 제품을 국내에서 만들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부각시켰다.

저자는 “말 잘 듣는 모범생은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을 나와서 탄탄한 기업에 들어가 월급쟁이가 되고, 사고만 치던 불량아가 어느 날 사업이나 장사로 두각을 나타내 큰 부자가 되기도 한다”며 “기업도 고분고분 착하게 정도만 걷는 것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나쁜 기업은 곧 좋은 기업이 되는 지름길이기도 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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