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실천이 어린이들의 행복으로] 아이가 아프면 모두가 아프다

입력 2016-10-17 14:53   수정 2016-10-17 14:55

송이(가명)는 초등학교 입학 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15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했다. 아빠가 사업에 실패한 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이네 가족은 송이가 병에 걸린 후 빚까지 늘어났다. 아빠는 밤낮없이 치킨 배달을 하고 엄마는 송이 간호에 매달렸다. 언니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학 진학까지 포기하며 집안일과 동생 간호에 힘썼다. 다행히 송이와 언니의 골수가 일치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민간 NGO에서 의료비 지원을 한다는 정보를 얻고 뒤늦게 지원신청을 했다. 하지만 수술을 기다리던 중 증상이 악화되었고 결국 송이는 수술도 받아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한 아이가 아프자 온 가족이 함께 무너졌고 아이는 떠나고 빚만 남았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신청했던 지원금은 수술비 대신 그동안 쌓인 빚의 일부를 갚는데 쓰이고 말았다.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었다면, 보호자가 가난해도 아무 상관없이 입원하고 수술 받을 수 있었다면 이 아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까?

송이의 이야기는 특별히 불행했던 한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으며,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 부담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얼마 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병원비 지원을 신청한 가구 중 103 가구의 실태를 파악해본 결과 55%의 가정이 아이가 아프기 전보다 월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고, 70%의 가정은 팀?치료비 때문에 부채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간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정규직에서 일용직으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많았고 아픈 아이의 형제, 자매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분리불안을 느끼거나 우울증을 겪는 경우까지도 있었다. 이처럼 아이가 아프면 한 가정의 경제적, 심리적 토대가 무너져 버린다. 아이의 치료를 가족의 몫으로만 남겨둘 수 없는 이유이다.

부모의 경제력, 상황에 따라 아동의 치료 여부, 치료 정도가 결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까운 일본도 대부분의 아동이 본인 부담 없이 병원진료를 받을 수 있고, 대만 역시 본인부담상한제를 시행하고 있어 실제 병원비 자기 부담액이 매우 적다. 국가별 보장률의 차이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나라별 입원보장률은 스웨덴 98.3%, 프랑스 93.0%, 일본 90.5% 이며, OECD 평균은 85.8%이지만 우리나라의 입원보장률은 평균을 훨씬 밑도는 59.8%이다. 이처럼 국민이 직접 짊어져야 하는 의료비 비중이 높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의료비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의 경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비 부담률이 높아 가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다행이 몇몇 복지기관들이 아이들의 병원비 지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온정을 보내주고 있지만, 후원금만으로 치료비가 필요한 모든 아동의 병원비를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기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늉編?지원을 신청한 아동 중 74%의 아동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나머지 26%의 아동들은 다른 자원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동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국가는 모든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지원과 건강관리의 제공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협약 24조 1항에서는 “당사국은 도달 가능한 최상의 건강수준을 향유하고 질병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을 위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 당사국은 건강서비스의 이용에 관한 아동의 권리가 박탈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의무가 있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아픈 아이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기꺼이 후원 천사가 되어주었다. 살림이 넉넉할 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IMF 시절에도,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까지도 아픈 아이들에 대한 온정이 끊긴 적은 없었다. 질병 코드, 급여 여부 등에 따라 지원 규모에 큰 차이가 있는 정책과는 달리 국민적 관심과 후원은 아이들을 차별 없이 따뜻하게 품어 주었다. 그 마음을 정부와 사회가 공감한다면 어린이 병원비 걱정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보장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제도 개선이 될 때까지 어린이 병원비 지원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함께 지켜온 천사들의 마음이 이러한 노력에 날개를 달아준다면 모든 아이들이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은 시작될 것이다.

여승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서명 캠페인’
http://campaign.childfund.or.kr/camp/cpView10000371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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