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 계보 잇는 진영, '수식어 부자'…"캐릭터에 녹고 싶죠"

입력 2016-11-03 10:23  

'구르미 그린 달빛' 윤성 役 진영
"아직도 촬영하는 기분…이제 시작이죠"



'연기돌' 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이면서 연기를 하는 이들을 말한다. 안방극장에서 연기하는 아이돌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오랜 계보만큼 최근에는 믿고보는 연기돌이란 호평이 더 많다. 배우로서의 가능성과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이 계보를 잇고 있는 이가 진영(24)이다. [편집자주]



아이돌 출신 배우는 많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 진영이 캐스팅됐을 때도 선입견은 존재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그가 이렇게까지 잘해낼지는 누구도 상상 못했다.

박보검의 블랙홀 같은 매력에서도 진영은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빛을 발했다. 일명 '조선 심쿵남' 김윤성 역으로 말이다. 지난 2일 W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이 어려운 일을 해낸' 진영을 만났다.

"입어본 옷이 아니었어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이 있었던 건 사실이죠. 뜻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종영한 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 윤성을 떠나보내지 못參ず좆? 촬영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구르미'에서 진영이 맡은 윤성은 조선 최고 권력가 영의정 김헌(천호진)의 손자이자 품격, 여유, 치명적 매력을 가진 남자다. '온무파탈'(溫無破奪, 따뜻함은 없지만 여자의 마음을 깨뜨리고 빼앗는다.) 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다.

역사적 배경에 허구를 더한 팩션 드라마는 대중의 판타지를 현실감 있게 옮겨야만 설득력을 가진다. 그만큼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는 캐릭터에 대한 확실한 통찰력이 필수.

"일단 '힘을 빼고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내관이 이리 고운건 반칙 아닌가?', '제 여인입니다, 저하'와 같은 대사들은 일상적으로 쓰지 않죠. 느끼할 수 있는 대사들을 능청스럽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진영의 첫 등장은 마치 영화 '늑대의 유혹' 강동원의 전성기 시절을 오마주 한 듯 한 우산 신이었다. 베일 듯 날렵한 턱선과 갓 너머로 보이는 반짝이는 눈동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눈이 올라간 것이 콤플렉스였습니다. 우산 신에서 카메라 감독님이 갓 끝과 눈매를 일치시켜 촬영해주시더군요. 사극에서는 제 눈도 장점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싶어요."



'구르미'는 시청률 23.3%(닐슨코리아 제공)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중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왕이 된 이영(박보검 분)도, 이영과 다시 만난 홍라온(유정)도 모두 행복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윤성만은 새드엔딩이었다. 어쩌면 서브 남聆?숙명처럼,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꼭 윤성을 죽였어야 했냐'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윤성은 세도가 자제로 아쉬울 게 없지만 인생이 공허한 인물이었다. 그를 바꾼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뚝 떨어진 라온이다.

홍라온 역의 김유정과 이영 역의 박보검 호흡도 좋았지만, 윤성과 라온, 윤성과 이영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윤성의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해요. 자객들 앞에서 라온이를 잡고 "홍라온!"이라고 부르죠. 원래부터 자객들을 물리칠 생각이었어요. 결국 칼에 베이고 라온이 품에 안기죠. 윤성이는 혹여나 라온이가 상처를 보고 놀랄까 가리기 급급했어요. 배려심이 깊은 아이죠."

윤성은 라온에게 시시한 사내로 남고 싶지 않았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윤성이는 결코 울지 않았어요. 눈물을 흘리면 모든 것이 라온 탓이 되죠. 끝까지 농담을 던지면서 웃으려고 노력해요. 윤성은 그 죽음이 준비되어 있었고, 더 이상 여한이 없었습니다. 죽음까지도 윤성의 뜻이었다라고 생각하게 끔요."

시청자에게는 뜬금없는 죽음이었을지라도 진영에게는 갑작스럽지 않았다.

"윤성의 삶을 살아보기 시작하면서 주변 상황을 이해하게 됐어요. 윤성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대본을 보면서 글썽인 적이 많았죠.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팠어요."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진영은 할아버지 역의 천호진과 호흡을 쩠?일이 많았다. 대선배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게 '구르미'를 통해 얻은 값진 선물이다.

"정말 많이 배웠어요. 연기에 대한 디테일을 알려주셨죠. 연기를 깊이 있게 생각하는 법도 옆에서 보고 깨우치게 됐죠."

선배들 뿐 아니라 박보검, 김유정, 곽동연, 채수빈 등 신예 스타들이 모인 촬영장은 언제나 화기애애했다.

"아버지가 감독하고, 어머니가 촬영하는 기분이었어요.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착하고 인간미 넘치거든요. 실수해도 유하게 넘어가 줬어요. 그래서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실수할 줄 미리 알고 계신 게 아닐까 해요."

진영은 2013년 tvN '우와한 녀'를 시작으로 '칠전팔기 구해라', MBC '맨도롱 또?', 웹드라마 '연애탐정 셜록K'까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착실히 필모그라피를 쌓아왔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진영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했다. 이제 진영 이름 앞에는 '구르미'가 먼저 올 예정이다. 든든한 대표작이 생긴 셈이다. '온무파탈 윤성' '마성의 꽃선비' '프로염탐러' 등의 별명, 수식어는 덤이다.

"이제 시작이죠. 해보고 싶은 일을 스스로의 역량으로 얼마큼 해내는 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대표작에 연연해 하진 않을 거예요. 언젠가 '여러가지 역할을 해도 캐릭터에 녹아드는 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진영은 어쩌면 건강한 욕심쟁이 아닐까. 그와의 인터뷰는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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