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커피 한 잔도 특별해지는 곳… 뉴욕

입력 2016-11-06 15:28   수정 2016-11-06 15:30

뉴욕 맨해튼·필라델피아로 떠나는'카페투어'

뉴요커 즐기는 스페셜티, 풍부한 향 입안 가득
노천 테이블에선 따뜻한 커피로 여독 녹이고…
인근 필라델피아에는 '핫'한 카페들 넘쳐나




미국 뉴욕을 여행할 때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은 맨해튼이다. 다양한 패션, 예술, 문화, 음식이 녹아든 맨해튼은 너무나 방대하다. 이럴 땐 미술관이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탐방 같은 주제를 정하면 좋다. 가을이라면 커피를 찾아 나서 보면 어떨까. 낙엽이 흩날리는 뉴욕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여행에 진한 향을 불어넣는다. 멋스러운 카페들은 작은 휴식이 되고, 따뜻한 커피는 쌀쌀한 날씨를 녹이는 온기가 된다.

뉴욕=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뉴욕에서 좀 더 특별한 커피를 맛보다

개성 넘치는 뉴요커들의 공통된 특징은 커피를 무척 사랑한다는 것이다. 뉴요커 사이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다. 스페셜티 커피는 단지 고급 커피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잘 만든 커피가 아니라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가 규정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서 薦?점수를 얻은 커피를 말한다. 생산지와 품종, 생두 특성, 재배 과정, 건조 과정, 공급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80점이 넘어야 스페셜티 커피로 분류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쓰는 카페 중 라 콜롬브(La colombe), 블루 보틀(Blue Bottle), 스텀프 타운(Stump Town)이 마음에 들었다. 각각 필라델피아, 오클랜드, 포틀랜드에서 시작해 뉴욕에 진출했다.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커피를 공급할 만큼 맛이 뛰어나고, 맨해튼 곳곳에 지점이 있어서 쉬어 가기에도 좋다.

맨해튼에 도착해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배터리 파크(Battery Park)였다. 허드슨강 너머 리버티섬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정부가 기증한 것이다. 뉴욕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라면 여객선을 타고 리버티섬으로 향하겠지만, 여러 차례 온 여행자들은 벤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자전거를 타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뉴요커들 사이에 섞여 있는 시간이 여유롭다.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커피 중 예쁜 비둘기가 그려진 컵에 시선이 갔다. 프랑스어로 비둘기를 뜻하는 카페 ‘라 콜롬브’가 근처에 있었다. 스페셜티 커피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한 모금 머금으니 부드러운 감촉과 풍부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맨해튼의 유명 관광지와 함께 커피를

따뜻한 커피로 몸을 덥힌 뒤 소호(Soho)로 갔다. 1960년대까지 공장과 창고만 있던 곳에 예술가들이 이주하면서 갤러리가 형성됐다. 지금은 명품 브랜드 매장과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섰지만, 일부 예전 건물과 벽화들 덕분에 독특한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 빈티지 숍과 디자인 소품점을 따라 걷다 보니 워싱턴 스퀘어 공원이 나타났다. 조지 워싱턴 취임 100주년을 기념한 개선문 앞에서 거리의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은 공원 안 분수대에서 뛰놀고 있었다. 워싱턴 스퀘어 공원 앞에는 ‘스텀프 타운’ 카페가 있다.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노천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밀크 초콜릿과 캐러멜이 들어간 커피의 달콤한 풍미는 여독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좀 더 동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점 더 번화한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블루 보틀’ 카페가 보였다. 하늘색 병 모양의 간판이 특징이다. 이번에는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했다. 일반 커피보다 연하고 부드럽다. 뉴욕에서는 어딜 가나 디카페인 커피를 만날 수 있다. 하루에 여러 잔을 마셔도 부담이 없다.

석 잔째 커피를 마신 뒤에 도착한 곳은 맨해튼 심장부인 5번가였다. 화려하게 빛나는 마천루가 ‘이것이 맨해튼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서로 경쟁하듯 현대적인 디자인을 뽐내는 빌딩 속에서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고풍스러운 신고딕 양식으로 빛나는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Saint Patrick’s Cathedral)이다. 1858년에 착공해 남북전쟁 때 중단했다가 1865년 공사를 재개해 1879년에 완공한 건축물이다. 차갑고 날렵하게 솟은 빌딩 사이에서 포근한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본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놓칠 수 없는 모마(MoMA)와 록펠러 센터

맨해튼 5번가의 중심부에는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가 서 있다. 마치 이곳의 주인인 양 거대하다. 중앙의 광장은 수많은 영화에도 등장했다. 수많은 전구가 반짝이고 있어서 낭만적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20여개의 건물 중 GE빌딩 꼭대기의 ‘톱 오브 더 록(Top of the Rock)’을 놓치면 곤란하다. 뉴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하다.

야경을 보려면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한 블록 뒤에 있는 뉴욕현대미술관에 들렀다.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은 흔히 모마(MoMA)라고 부른다. 약 20만 점의 근현대 예술품을 보유하고 있다. 미술관은 가장 위층으로 올라간 뒤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것이 좋다. 5층으로 올라가자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바스키아의 작품이 방문객을 반긴다. 전시관 안은 고흐, 모네, 클림트, 샤갈, 피카소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으로 가득하다. 고흐와 피카소 작품 앞에 운집한 사람들을 뚫고 4층으로 내려가자 앤디 워홀, 잭슨 폴록 등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기다린다. 3층에서 만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과 1, 2층의 서점까지 구석구석 누볐다.

미술관에서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야가 흐려 야경이 제대로 안 보이면 어쩌나 걱정스럽다. 가슴을 졸이며 ‘톱 오브 더 록’에 올랐다. 다행?비에 젖은 도시는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물기 어린 빌딩들의 말간 빛이 밤하늘에 광채를 발했다. 서쪽으로 보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그 풍경에 정점을 찍는다. 관광객들 모두 자신만의 시간에 빠진 듯 오래도록 시선을 떼지 못한다.

뉴욕의 근교 도시 필라델피아

다음 날에는 펜 스테이션(Penn Station)에서 기차를 타고 필라델피아로 향했다. 뉴욕에서 1시간30분이면 닿는 근교 도시 필라델피아에는 미국 독립기념관도 있어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필라델피아는 뉴욕에서 맛본 커피 중 ‘라 콜롬브’의 고향이기도 하다. 라 콜롬브는 1994년에 스타벅스 출신 청년과 프랑스의 외식업 전문가가 함께 문을 열었다. 동부 여러 곳에 카페가 있고, 뉴욕현대미술관, 포시즌스 호텔, 장 조지 레스토랑 등에 커피를 공급하고 있다.

기차역에 도착한 뒤 약 1.5㎞ 떨어진 필라델피아시청으로 갔다. 1872년에서 1901년 사이에 지은 시청 건물은 당시엔 초고층

건물로 꼽혔다. 바로 맞은편 라 콜롬브 카페 창가에 앉으니 우아한 조각이 새겨진 시청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청에서 몇 블록 이동하자 독립기념관이 보였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과 1787년 미합중국 헌법 통과가 이뤄진 역사적인 곳이다. 18세기에 지은 수수한 벽돌 건물과 독립전쟁 영웅 존 배리 대령의 동상 등이 눈길을 끈다. 떠나기 전에 필라델피아 곳곳의 카페를 돌아봤다.

피시 타운(Fish Town)의 카페는 커다란 벽돌 건물과 내부의 벽화가 인상적이고, 리튼하우스 광장(Rittenhouse Square)의 라 콜롬브 1호점은 조용하고 여유로웠다. 카페에 녹아든 경쾌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커피의 맛을 더욱 감미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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