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하나의 중국'

입력 2016-12-05 17:29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중국은 주말인 데도 이례적으로 외교부 성명을 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의 영토이고,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이념적 원칙이다. 중국은 물론 대만까지도 자국 정부가 유일·합법이라며 이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중국이 1971년 유엔총회에서 합법적인 대표권을 갖게 되고 대만이 퇴출된 이후 중국이 강조하는 자국 외교원칙으로 인정돼왔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의 수교 때도 이를 명시하는 공동코뮤니케를 작성했다.

‘하나의 중국’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13년 집권하면서 천명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에도 들어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요약되는 구형(舊型) 강대국 관계를 대체하는 이 새로운 전략에서 중국은 미·중 양국의 상호존중과 공동 발전을 제안했다. 시진핑은 2013년 6월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신형대국관계를 오바마에게 직접 설명했다.

‘신형대국관계’는 미국과 중국이 지켜야 할 것을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우선 양국의 ‘핵심이익(core interest)’이다. 핵심이익은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들로 정치체제 유지, 주권과 영토의 수호, 지속적인 경제 및 사회의 안정적 발전 보장 등이다. ‘하나의 중국’은 여기에 포함된다.

핵심이익보다 낮은 단계로 제시된 것이 ‘호혜적 협력관계’다. 국제 문제와 글로벌 이슈들에 관해 협력 체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인데, 경제 협력 및 환경 문제 등과 북한 핵개발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당국이 이 신형대국관계를 천명하기에 앞서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 깊이 공부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강대국 사이의 상호불신과 오해가 전쟁의 원인이었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신뢰 형성을 새로운 대국관계의 핵심으로 도출한 것이다.

중국은 이런 신뢰관계가 ‘대만의 장난질’에 손상됐다며 트럼프의 진의를 궁금해하는 눈치다. 반면 트럼프는 “대만에 수십억달러어치 군사장비를 파는데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거냐”는 반응이다. 파장을 알 수 없는 외교전이 막 시작됐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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