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인사 앞두고 '미제사건 털기' 바쁜 특수부·형사부…"부럽다 공판부"

입력 2017-01-03 18:18   수정 2017-01-04 05:27

대한민국 검사이야기 (11) 인사철에 희비 갈린 부서


[ 박한신 기자 ] 해마다 인사철이 되면 검사들은 ‘미제사건’을 처리하는 데 여념이 없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 자신이 수사하던 사건을 끝내고 가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평검사 인사는 통상 2월과 8월에 맞춰져 있다.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문에 검찰 인사가 전체적으로 미뤄지는 분위기지만 ‘윗선’의 조율이 필요없는 평검사 인사는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검사들이 인사를 앞두고 미제사건 처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검찰 내부에 ‘불문율’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내가 벌인 사건은 인사 전 마무리하고 간다’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 수사한 사건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직업정신’의 이유가 크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많다.

먼저 ‘역지사지’ 정신이다. 한 수도권 검찰청에 근무하는 검사는 “검사라면 누구나 새 부임지에 가서 새로운 사건을 잘 인지해 해결해보려는 욕심이 있다”며 “새로 간 곳에 몇 년 묵은 사건기록이 몇천, 몇만 장 쌓여 있으면 나 같아도 짜증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다른 검사는 “남이 하던 사건 받는 걸 좋아하는 검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내 자식’ 키워야 하는데 ‘버려진 자식’ 돌보려면 힘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비유했다.

그렇다고 미제사건을 나몰라라 할 수도 없다. 사건 처리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제쳐두고 자기 사건에 몰두하는 검사는 많지 않다”고 했다.

미제사건 처리는 평판에도 영향을 미친다. 검찰 사건들은 각각 담당검사가 정해져 있어 누가 수사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미제사건을 많이 남기고 다니는 검사는 평판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검사 세계도 좁아 ‘전임자 뭐한 거냐’고 소문내고 다니면 결과적으론 자기한테 마이너스”라며 “반면 깨끗이 비우고 가면 ‘일 깔끔하게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제사건 처리 때문에 평소엔 한직으로 평가받는 부서가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공판부는 직접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공소유지를 전담하는 부서다. ‘칼’을 쓰는 특수부 등에 비해서는 비인기부서로 꼽힌다. 하지만 미제사건 처리에 있어선 자유로운 편이다. 형사부 소속의 한 검사는 “양이 너무 많아 미뤄놨던 결정문을 쓰려고 밤샘하다 보면 막막할 때가 많다”며 “공판부 검사들이 부러워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미제사건은 청별로 다르지만 한 해 처리하는 전체 사건의 2~3%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최우선 과제는 3개월 이상 장기 미제사건 처리다. 당사자 간 합의를 기다리는 형사조정사건이나 경찰에 수사지휘로 내려보낸 사건 등이 미제로 많이 남는다. 쟁점이 많고 복잡한 이른바 ‘깡치’사건도 장기 미제로 남을 때가 많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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