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괴발개발] AI가 봐주는 손금 "용하네"…운세 서비스앱 '운수도원'

입력 2017-02-15 07:30   수정 2017-02-15 10:38

페이코 회원에게 무료로 운세 제공
NHN엔터 임직원 손바닥 사진으로 스스로 공부
"매일 살아있는 운세 콘텐츠 준비"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저기요, 손바닥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그들은 손바닥에 집착했다. 점심시간 구내 식당 입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을 덥석덥석 잡았다. 막대 사탕 하나씩을 건내며 손바닥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그렇게 모은 손바닥 사진만 1000장이 넘었다.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의 손바닥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집한 손바닥 사진은 데이터 증강 기법을 통해 방대한 양의 사진 데이터로 불어났다. 손금의 상하좌우를 반전시키거나 미세하게 위치와 길이를 바꿔가면서 100만장 이상의 서로 다른 사진을 만들어 냈다.

손금 사진은 운세 서비스 앱(응용프로그램) '운수도원(運數桃源)'의 학습 대상이었다. 앱에 적용된 인공지능(AI)은 수백만개의 손바닥을 스스로 분석하고 공부하면서 제법 용한 능력을 갖게 됐다. 손바닥 사진만 보고 손금을 읽어내 운세를 점치게 된 것이다.

운수도원의 손금 풀이는 다른 온라인 운세 서비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NHN엔터 개발팀이 공들여 완성한 기능이다. 운수도원을 기획한 김동우 NHN엔터 O2O서비스개발팀 책임(37)은 "손바닥을 내어준 직원들에게 고맙다"며 앱을 소개했다.

"손금 데이터를 모으는 게 최대 난관이었죠. 작년부터 생체인증과 개인정보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모르는 사람들의 손바닥 사진을 찍는 건 거의 불가능했으니까요. 반면 관상 서비스는 데이터 수집이 쉬웠어요.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공공적으로 접근 가능한 얼굴 사진들을 이용해 앱을 트레이닝 시켰죠."

운수도원은 NHN엔터가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의 이용자 확대를 목표로 만든 서비스다. 운수도원 앱을 이용하려면 페이코 계정이 필요한 이유다. 페이코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손금과 관상 토정비결 사주 궁합 등 앱 내 모든 운세 서비스를 복채 없이 볼 수 있다.

"페이코 이용자들만을 위한 혜택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운세 콘텐츠를 많이 보니까 전용 앱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서비스 출시 일정을 연말로 잡고 있어서 시기도 적당했고요. 보통 연말이나 연초에 운세를 많이 보잖아요."

작년 가을 김동우 책임은 전국에 내노라 하는 무속인들에게 자신의 사주를 봤다. 용하다고 소문난 곳이면 점집 무당집 철학원을 가리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특별한 고민거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운수도원 콘텐츠의 원천 소스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무속 업계의 진정한 고수들은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많았다고 그는 귀띔했다.

"전화로 저희 얘기를 하면 일단 와보라고 하세요. 대부분이 저희 서비스보다는 제 사주와 운명에 더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웃음) 사실 서비스 준비 기간이 타이트해 무속인보다 책에서 콘텐츠를 많이 얻었어요. 올 상반기엔 실력있는 무속인들과 협업해 콘텐츠 질을 더욱 높일 예정입니다."

관상과 손금 서비스는 콘텐츠보다 기술적인 부분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이록규 NHN엔터 토스트기술연구랩 선임(35)은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해 컴퓨터가 스스로 사진에서 손금과 이목구비를 찾아내게 했다.

딥러닝은 AI의 한 분야로 뇌의 뉴런과 비슷한 정보 입·출력 계층을 활용해 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하게 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뇌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류하고 일정한 패턴을 발견해 사물을 구분한다. 운수도원에 적용된 AI 역시 수많은 손바닥 사진을 보고 스스로 학습하며 손금을 분별·인지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손금 서비스에 딥러닝이 적용된 건 운수도원이 처음이에요. 딥러닝이 아니더라도 기존 이미지 추출 기술인 '컴퓨터 비전'으로 손금을 뽑아낼 수 있긴 해요. 컴퓨터 비전도 AI의 일종인데 사람의 시각적인 능력만 구현했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불필요한 주름까지 전부 인식하거나 조명에 따라 결과물도 많이 달라져요. 딥러닝을 사용한 것보다 손금 추출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죠."

기존 손금 앱이나 오락실,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손금 서비스 기계들은 바로 이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재미를 위해 손금 촬영 과정을 넣었을 뿐 운세 풀이 결과와 손금이 무관한 경우도 있다.

그들은 작년 10월 중간 보고 회의를 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운수도원 개발을 시작하고 3주 만에 열린 회의였다. 이준호 NHN엔터 회장의 손금과 얼굴 사진을 그 자리에서 찍어 앱에 넣어봤다. 이 회장과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요. 다행히도 회장님 운세가 꽤 좋은 편으로 나왔어요. 재물운과 사람운이 좋다는 풀이에 회장님이 굉장히 잘 만든 것 같다며 칭찬해주셨어요.(웃음) 성격도 제법 잘 맞다는 게 사람들의 반응이었어요."

운수도원이 출시된 지 일주일 만인 작년 12월에는 이용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있었다. 국내 한 언론에서 운수도원 앱을 이용해 박근혜 대통령의 관상을 분석하면서 화제가 됐다. 당일 손금과 관상 이용 횟수만 16만건에 달했고, 접속자 수는 6만명을 넘었다.

"현재는 하루 1만5000명 정도가 꾸준히 앱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운세 콘텐츠는 생명력이 길지 않아요. 올해의 운세 같은 경우는 한 번 보면 더 안 보잖아요. 앞으로는 충성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선보일 예정이에요. 예를 들면 오늘의 운세에 날씨 같은 생활 정보를 끼워서 제공하는 방식으로요."(김동우 책임)

운세 콘텐츠를 일상에서 더 재밌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운수도원과 NHN엔터의 다른 서비스를 결합시켜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만약 오늘의 애정운에 '운동경기장에서 인연을 만난다'는 점괘가 나왔다면 앱에서 야구 티켓 예매 사이트로 바로 들어갈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이록규 선임)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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