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억 들인 하나금융 복합점포, 휴일에도 문여는 문화공간으로

입력 2017-03-06 18:46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금융사 점포를 고객 체험형 문화공간으로 바꿔야
금융서비스 경쟁서 이길 수 있다"



[ 이지훈/김은정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총 580억원을 투자해 서울, 부산, 제주에 자산가들을 타깃으로 한 랜드마크 복합점포를 세운다. 전국 21개 은행지점을 리모델링해 ‘핀란드 지점’ 등 테마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작업도 추진한다. 온라인·모바일뱅킹 시대에 은행·증권 영업점을 마냥 줄일 것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문화플랫폼으로 바꾸려는 역발상 전략이다.

3개 랜드마크 프로젝트 추진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서울 삼성동, 부산 서면, 제주 제주시에 있는 옛 외환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해 회원들이 음악감상·영화감상·식사 등 최고급 문화생활을 즐기는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460억원을 투입해 오는 6월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여는 은행·증권 복합점포 ‘클럽원(CLUB1)’이다. 하나금융은 클럽원을 지역 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외부 업체들과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세계 3대 음반회사로 손꼽히는 유니버설뮤직이 이 건물 3~4층에 입점한 게 대표적이다.

우수고객(VIP)들만 출입할 수 있는 6층에는 명품 음향업체 스타인웨이를 통해 음악감상실과 홈시어터 시설을 구비한다. 하나금융은 3억원 이상을 하나금융에 맡긴 자산가들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클럽원 지하에는 국순당이 운영하는 샐러드 전문점 ‘베지 테이블’과 배우 배용준이 운영하는 ‘센터커피’가 입점한다. 아이리버의 최고급 MP3플레이어 ‘아스텔앤컨’도 구비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한다. 휴일에도 문을 연다. 클럽원은 이 공간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금융투자 및 재테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부산 서면과 제주시에도 오는 4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올 9월까지 점포 조성을 마무리한다. 일명 ‘잭과콩나물 빌딩’으로 불리는 부산 서면 점포는 옥상에 7개의 개별 정원을 조성해 VIP 회원들이 각종 모임 공간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제주시 지점은 옥상을 VIP 라운지로 내놓고 1층은 영업시간 후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한다.

곳곳에 콘셉트형 점포들

하나금융지주는 3개 랜드마크 프로젝트 외에도 전국 21개 은행 점포를 지역 특색에 맞는 인테리어와 콘텐츠를 제공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도 함께 추진한다. “점포를 비용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개방형 문화플랫폼으로 변모시켜야 금융서비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자가 건물과 지점을 순차적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홍대 지점의 경우 지하에 공연장을 설치하는 게 대표적이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을 테마로 점포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나아가 비틀스 지점, 성심당 지점, JYP 지점 등 특정 콘셉트를 소비하는 장소로 은행 점포를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 점포는 조명과 인테리어, 가구까지 모두 핀란드화할 계획이다. 핀란드 ‘이딸라’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여행에 관심 있는 고객에겐 현지 맛집과 숙소도 소개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기획자인 전병국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장은 “금융회사의 미래는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점유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금융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쉴 수 있고 머물게 하자는 것이 공간 설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김은정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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