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예술법정이 가져온 변화

입력 2017-03-26 18:20  

강민구 < 법원도서관장 >


세상은 인연에 따라 변한다. 좋은 변화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긍정적인 사회를 만든다.

필자는 몇 년 전 미국 샌타바버라주법원, 스웨덴 웁살라지방법원, 노르웨이 오슬로시청사를 견학할 기회를 가졌다. 벽면을 장식한 훌륭한 회화들은 감동으로 다가왔고 한참 동안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추었다.

성남지원에 있을 때 형사법정 개정 전 음악법정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음악이 소송 당사자들의 마음을 변화시켜 합의로 이끌었고 예술이 인간의 감성을 보듬고 치유하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때부터 예술법정에 대한 희망을 키워 왔다.

2014년 창원지법에 와서 간절한 소망을 담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진심은 감동을, 감동은 기적을 만든다”고 했다. 지역 작가들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동참으로 창원법정은 예술품으로 장식됐다. 예술품 몇 점 전시했다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시행하다 보면 법정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들이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예술품 설치 후 조정 성공률도 10% 이상 개선되는 등 실증적 재판 통계가 향상됐다.

임관 전 돌아가신 어머니 작품을 본인 법정에 건 초임 법관이 어떤 마음으로 재판을 할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 아들을 그린 지극한 모성이 아들의 재판정에 그림으로 남아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인연의 기적을 만들었다. 소년법정 대기실에 쇠창살을 제거하고 작품 몇 점을 장식하고 난 뒤 생긴 긍정적인 변화도 기억에 남는 사례다.

창원법원에서 시작한 예술법정은 부산법원에서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국 12개 단위 기관(본원, 지원)이 동참했고, 법원의 예산 부족은 지역 작가들의 아낌없는 재능 기부로 해결했다. 예산이 확보되는 신축 법원은 규정에 따라 예술품을 확보했다. 앞으로 법원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에 아름다운 작품이 전시돼 시민과 함께하기를 소망해 본다.

사법부의 목표는 국민의 시각에서 법정 환경을 재설계하고 배치해 궁극적으로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어 수긍할 수 있는 재판을 하자는 것이다. 물적 인프라인 ‘전자법정’의 발전과 더불어 심적 인프라인 예술법정이 바로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한 사례다. 유튜브에서 예술법정으로 검색하면 관련 영상을 모두 볼 수 있다. 이런 시도는 기관장 혼자만의 노력에 의해 그 성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와 구성원 모두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동고동락할 때 비로소 그 시도가 변화를 만든다. 다양한 변화가 가져올 미래 사회를 기대하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강민구 < 법원도서관장 fb.me/KANGMK7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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