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로슨 "시장실패는 존재할 수 있는 문제. 모든 것을 시장이 해결할 것이라 맹신한다면 사회주의자와 다를바 없어"

입력 2017-05-08 17:11   수정 2017-05-08 17:51

몽펠르랭소사이어티 개막일 세션3 발표


▶로버트 로슨 서던메디스트대 석좌교수 ‘자유의 복지: 전통적 자유 사회의 세법’

자유주의자들은 공익·외부성 문제 과소평가하고 시장실패 자체를 부인하는 경향이 있어

그러나 시장실패는 존재할 수 있는 문제. 모든 것을 시장이 해결할 것이라 맹신한다면 사회주의자와 다를바 없어

예컨대 기후변화 문제에도 반대쪽을 음모론으로 비난할게 아니라 전향적으로 논의에 참여해야. 우리 주장을 그쪽도 받아들이고 바른 대안을 마련하도록 이끄는게 중요

과세에 대해, 특히 자유주의적 전통 속의 과세에 대해 발표하려합니다. 고전주의적 자유주의에서는 과세에 대해 ‘세금은 나쁘다’는 것 외에 큰 의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세금이 있을까요? 세금은 당연히 정부의 지출을 위해 존재하죠.

배경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 전인 1977년에 머레이 로스바드(Murray Rothbard)가 쓴 저술을 좋아합니다. 프리드먼을 비판한 글인데요, 이 분은 무정부 자본주의자(Anarcho-capitalist)였고, 프리드먼도 어느 정도 무정부 자본주의자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두 분 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로스바드 같은 경우는 국가를 싫어하고 증오합니다. 국가 자체가 ‘악하고’, 국가는 ‘인류의 적’이라고 얘기합니다. 반대로 프리드먼의 경우에는 국가를 증오하지는 않는다고 로스바드는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로스바드처럼 국가가 인류의 적이라면 과세에 대한 입장은 너무나 당연하죠. ‘모든 세금은 다 나쁘다’ ‘다 없애라’는 겁니다. 세금을 하나도 안 걷는 것이 바로 로스바드 같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그렇게 흥미를 끌 만한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정부 자본주의자들은 국가를 증오하고 비공격적 원칙에 집중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우리가 따르는 전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고전적 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학자는 국가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이 국가를 싫어한다고 느꼈던 것은 캘리포니아에서 사용했던 ‘MV PQ’라고 쓴 번호판입니다. 프리드먼은 전선용 테이프를 찢어서 이 두 글자 사이의 공간에 등표를 붙였습니다. 과속을 하다가 경찰에게 걸려 속도위반 딱지를 받았고, 또한 번호판을 변경한 것도 적발돼 이 노벨수상자는 차에서 끌려나와 번호판에 붙였던 테이프를 떼어야 했습니다. 제가 프리드먼 박사 댁에 방문했을 때 번호판 ‘MV=PQ’가 너무 좋다고 얘기했을 때, 그는 ‘세상에, 경찰이 나를 세워서 여기 테이프를 떼게 했다’고 화를 내더군요. 프리드먼 박사는 국가를 싫어했고, 그 경찰관도 정말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의 특성은 국가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무정부 자본주의자는 국가를 정말 증오했는데, 다만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국가를 싫어하지만 ‘필요악’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든 국가 권력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안녕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최초의 가장 위대한 고전적 자유주의자였던 애덤 스미스를 생각해 보죠. 국가는 필요악이자 힘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기관이고 여러 불필요한 목적이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방위를 위한 군대, 행정적 정의를 위한 법원과 경찰, 일부 공공정책과 작업은 시장이 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경우 공익의 역할과 자발적으로는 공익을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논문을 통해 기본적인 공익과 외부성에 대해 검토해 봤습니다. 공익, 그리고 이와 관련한 외부성을 함께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공익과 외부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공익과 외부성이 국수주의자나 국가주의자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는데요. 애덤 스미스도 공익과 외부성에 대해 논했기 때문에 사실 ‘적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봐야죠.

첫 사례로 도심 공원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00만명의 시민이 있고, 공원을 만드는 데 20달러씩 납부할 용의가 있다고 하면 가치는 2000만달러가 되는 겁니다. 만약 이 공원을 만드는 비용이 1000만달러가 든다면, 공원이 부가적으로 창출한 가치는 1000만달러가 됩니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로서 사람들의 경험 향상과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 도심 공원은 당연히 필요하겠죠. 비용보다 편익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임승차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민간 도심공원 업자가 무임승차를 방지할 수 없게 된다면 당연히 도심 공원을 만들기 꺼리겠죠. 도심 공원을 만들더라도 원하는 만큼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인위적인 사례지만 실제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례들은 심각한 문제로 여겨져야 할 겁니다.

비슷한 사례로 외부성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저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라서 빛 공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댈러스에 살고 있는데요, 별을 거의 다 외운 것 같습니다. 몇 개 안 되니까요. 만약 1만명의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1000달러씩 납부해 빛 공해를 줄일 용의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리고 이 도시에는 100만명이 살고 있는데 조명을 바꾸면 5달러씩 받을 용의가 있다고 합시다.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집단적으로 충분히 100만명을 매수할 금액을 얻을 수 있고, 그러면 500만달러의 추가 가치가 창출됩니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정도 바기닝(bargaining)이 있을 수 있지만 거래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에 가치 창출이 가능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창출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기본적으로 교과서 상에서 공익과 외부성의 논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경제학자로서, 사회과학자로서, 또 고전적 자유주의자로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사람들을 도와 가치 창출을 도울까’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익과 외부성의 이슈는 실제적인 상황입니다.

실제 세상에서 이런 시나리오로 자발적인 교환은 창출이 어렵습니다. 국가의 장점이 있다면 자발적 교환뿐 아니라 과세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를 통해 조명을 바꾸게 하거나, 세금을 거둬 도심 공원을 만들 수도 있죠. 여기에 여러 학자들을 포함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여기에 대해 ‘그렇지만…’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도심 공원에 20달러씩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어떻게 알까요? 사실 사람들이 직접 20달러씩 내지 않는 한 이런 용의를 파악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공원이 건축비 자체보다 가치가 높다는 걸 쉽게 상상할 수는 있지만, 시장의 교환 없이 실제 이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관료주의적 비효율성 또한 ‘그렇지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예컨대 도시공원을 1000만달러로 지을 수 있다 해도 행정절차를 거치다 보면 3000만달러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이해관계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공익과 외부성에 전문용어를 사용해 실제 납세자들에게 편익을 돌려주는 것이 아닌데도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죠. 또 공익을 민간을 통해 제공한다거나, 외부성을 민간을 통해 처리하는 것 등과 관련해 여러 연구가 있습니다. 공익과 외부성의 문제를 자발적 교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여러 주장이 있습니다.

제가 고전적 자유주의자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시장 실패’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장 실패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시장 실패를 절대 부인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시장 실패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공익과 외부성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어, 시장이 다 알아서 할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사회주의자와 같은 사고방식이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의도적으로 좀 충격적인 사례를 소개해 보려 하는데요. 기후변화에 대해 제가 최근 쓴 논문의 사례를 가져왔습니다. 기후변화는 실재하고, 인간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는 주장을 저는 믿습니다. 왜냐면 기초과학이 잘 정립돼 있고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기후변화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의 반응은 ‘기후변화를 좇는 사람들은 자유유주의의 적’이라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과학을 부인하고 ‘과학이 틀렸다, 물리학자들이 우리 세상을 사회주의 세상으로 만들기 위한 음모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었죠. 저는 지금 이 시점에서 그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 논의에 참여하고, 기후변화의 현실과 화석연료로 인한 배출에 대해 인지하고, 우리의 지구에 온난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사회주의자가 되라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동시에 화석연료의 장점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단순히 석탄을 재미로 태우는 것이 아니라 식료품을 냉장 저장하고, 여름에는 에어컨도 틀고, 겨울에는 난방도 하는 등 우리 생활을 개선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화석연료에서 다른 연료로 대체하는 것의 비용도 계속 연구하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저를 포함한 많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빈다. 사회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요.

결론을 맺겠습니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비공격 원칙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복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아주 특징적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민족국가 얘기가 나왔었는데, 제가 보기에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항상 개인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시장실패 문제는 중요하고 실질적인 것입니다. 시장실패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뭔가 잘못됐을 때마다 ‘이게 시장실패’라고 하는 건 부적절하지만, 좀 더 심각하게 고려는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정치적 실패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상대편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해하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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