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오피니언] 자동차 동력전환 앞당기는 EV 랠리

입력 2017-05-30 15:55  

오토타임즈의 확대경



1911년부터 1921년까지 열린 몬테카를로 자동차 경주에 ‘랠리(rally)’라는 용어가 공식 등장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되돌아오는 것’을 의미하는 ‘랠리’는 아니었다. 유럽 내 11개 도시에서 자동차를 출발시켜 모나코공국의 몬테카를로에 집결하는 방식이었다.

출발 지점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의미의 ‘랠리’는 몬테카를로 경기 이전에 존재했다. 1895년 6월 ‘파리-보르도-파리 트레일’ 경주다. 이른바 세계 최초의 ‘레이스’로 불리는데, 1178㎞를 48시간에 걸쳐 왕복한 에밀 르바소가 가장 빨리 들어왔다. 하지만 그보다 11시간 늦고, 세 번째로 돌아온 폴 케클랭이 공식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규정은 4인승 좌석이어야 했지만 르바소의 경주차는 2인승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초창기 자동차 경주는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에 열광한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증기기관을 대체한 내연기관차는 가격도 비싸고, 기름값 또한 일반 서민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각 나라 제조사에 주요 소비층인 부자와 그들이 호기심을 갖는 자동차 경주는 제품을 뽐낼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은 부자뿐 아니라 서민의 자동차 소유 욕구를 크게 자극했다. 그 결과 대중적인 소형차가 등장하면서 증기기관은 빠르게 내연기관으로 대체됐다. 지금의 거대 자동차 회사가 탄생한 배경이다.

150여 년이 흐른 지금, 자동차 경주는 또 다른 동력의 전환을 예고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레이스를 통해 내연기관이 증기기관을 밀어낸 것처럼 이제는 전기 동력이 내연기관을 삼킬 태세다. 재규어와 르노를 비롯해 수많은 자동차 공룡이 전기차의 F-1(포뮬러1)이라 할 수 있는 F-e인에 참가해 기술을 축적하는 게 대표적이다. 배출가스가 없어 도심 자체가 경주장이 되는 일도 허다하다. 동시에 제조사마다 전기차(EV) 개발 경쟁으로 일반인의 전기차 구매를 독려하는 중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EV 에코 랠리(사진)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2015년 1회 때는 참가자가 별로 없어 주최 측에서 제주도 내 전기차 보유자를 찾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올해는 자발적으로 무려 81대가 참가했다. 급기야 더 많은 참가를 오히려 막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며 불과 2년 사이 확연히 달라진 동력 전환 시대를 입증했다. 마치 증기기관이 자동차 경주를 통해 내연기관으로 빠르게 대체된 것처럼 말이다.

주최 측은 벌써부터 내년 대회를 즐겁게 걱정(?)하고 있다. 소비자의 전기차 접근이 예상보다 빨리 전개되고 있어서다. 1회 충전으로 정부 인증 거리를 모두 가뿐히 넘긴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한국도 동력 전환의 시대가 됐다는 사실이다. 제주도는 이미 EV가 점차 내연기관을 대체하고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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