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강원도 가는 길

입력 2017-06-30 18:11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강원도 하면 으레 ‘오지’라는 말부터 떠오른다.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지라고 하지만 강원도는 유독 험준한 산이 많고, 산지 비율이 82%에 달한다. 해발 100m 이하 저지대는 전체 면적의 5.6%에 불과해 함경남도(9.6%)보다도 적다. 반면 100~500m는 43.1%에 달하고 500~1000m 고지대는 43.4%로 전국에서 비율이 가장 높다. 1000m 이상 고산지대도 7.7%나 될 정도다.

예로부터 왕래가 쉽지 않았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에서 강원도 초입인 원주까지만도 말을 타고 꼬박 이틀이 걸렸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평지가 꽤 있지만 원주부터는 가파른 산이 가로막고 있어 말로 가기도 힘들었다. 세조가 사육신 사건 후 조카 단종을 강원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영월로 유배 보낸 것도 첩첩산중으로 내몰아 다시는 복위를 도모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단종이 첫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명승 제50호)에 도착한 것은 한양을 떠난 지 엿새 만이었다고 한다. 31번 국도를 따라 영월군 주천면과 한반도면 경계 지점에는 군등치(君登峙)라는 표지석이 있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 갈 때 넘었던 고갯길이라 하여 임금 군(君), 오를 등(登), 언덕 치(峙) 자를 붙인 이름이다. 단종이 워낙 힘들어 호송관에게 고개 이름을 물으니 “임금이 오르는 고개니 군등치라고 하겠다”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런 강원도가 오랜 세월 ‘오지’에서 벗어난 계기는 영동고속도로 개통이었다. 1971년 첫 삽을 떠 1975년 서울~강릉 간 200㎞ 전 구간이 완공되면서 멀게만 여겨졌던 서울~강릉 사이가 자동차로 세 시간대 거리로 단축됐다. 설악산과 동해안이 여름철 관광명소로 떠오른 것도 이때부터였다. 동해안을 가기 위해 멀리 경북까지 내려가 돌아가야 했던 불편도 사라졌다.

영동고속도로 개통 40년이 넘었지만 강원도는 여전히 한적한 지역이다. 강원도 인구는 우리나라 총 인구의 3%인 155만 명(2월 기준)에 불과하다. 면적이 강원도의 30분의 1도 안 되는 대전광역시 인구와 비슷하다. 강원도 총 면적이 한반도 전체의 9.3%, 남한의 17%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사람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수도권과 동해안을 최단 거리로 잇는 서울~양양 간 동서고속도로(150.2㎞)가 어제 전 구간이 완전 개통됐다. 서울서 양양까지 자동차로 1시간30분대가 되면서 연간 2035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완공된 경기광주~원주 간 제2 영동고속도로와 함께 강원도 가는 길을 한층 더 단축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잇따른 교통망 확충으로 강원도가 좀 더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역이 됐으면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