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통상임금에 발목 잡힌 기아자동차

입력 2017-08-01 18:23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오는 17일 내려질 예정이다. 6년을 끌어온 이번 재판은 자동차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소송 규모가 관련 소송 중 최대인 3조원에 이른다.

기아차 노조 조합원 2만7458명은 2011년 10월 ‘연 750%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연장근로 등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미지급 임금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기아차 상여금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 통상임금 요건을 대부분 충족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아차 패소시 부담액 3조원

쟁점은 흔히 ‘신의칙(信義則)’이라 불리는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여부로 좁혀진 상태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신의칙을 적용해 통상임금 확대 청구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전제 조건은 정기상여금일 것,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등을 정해 왔을 것, 근로자의 청구를 인용하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 등이다.

기아차는 신의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사 모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임금협상을 맺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조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진행된 임금 협상에도 이런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가 이를 수용한다면 관건은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해석이다. 기아차 2분기 실적은 증권사 실적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 수준이다. 매출이 13조578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줄었다. 영업이익(4040억원)과 당기순이익(3896억원)은 각각 47.6%와 52.8% 감소했다.

주요 시장인 미국(-9.9%)과 중국(-41.5%)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도 불투명하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연장근무수당 등의 기준도 통상임금이어서 기아차는 임금으로 연 수천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車산업 해외이전 가속화될 것”

투자 여력 부족으로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미래 성장동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판부가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할 때 재무제표상 숫자에 국한할지, 회사가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지가 변수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자동차산업의 명운(命運)을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기아차와 비슷한 임금 및 근로 수준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았다. 상여금 시행세칙에 ‘두 달 동안 15일 미만을 근무한 자에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뒀기 때문이다.

기아차가 패소하면 여파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그룹 소속인 현대차 노조가 기아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 보전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국내 완성차 5사의 작년 평균임금은 9213만원으로, 일본 도요타 등보다 20% 정도 높다. 반면 생산성은 일본, 미국 업체보다 10~15% 낮다. 자동차 노조들은 거의 매년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전형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마저 더 올라간다면 국내 공장은 더 이상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자동차업계의 탈(脫)한국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에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걸렸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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