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김이수 대행체제 유지…헌법 수호인가, 헌재 수호인가

입력 2017-10-10 17:46  

[ 고윤상 기자 ] 청와대가 10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를 결정했다. 헌재 소장을 새로 임명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겠다는 이야기다.

법조계에서는 정당성이 결여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는 비판이 크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거부된 인물을 밀고 나가는 것은 청문회를 통한 상호 견제라는 민주적 절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헌재 소장 공백을 우려했다’고 했지만 새 소장을 임명하고 국회 판단을 다시 받는 게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부여한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 대통령에게 소장 임명권을 준 것은 재판관이 가진 민주 정당성의 결여를 보충해 주는 의미가 있다. 대통령 결정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통해 다시 한번 민주적 정당성을 검증받는다.

절차적 문제도 있다. 소장 대행 선출은 ‘헌재 소장의 권한대행에 관한 규칙’을 따르게 돼 있다. 헌재 소장이 ‘궐위(자리가 빔)’되거나 1개월 이상 사고로 인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면 재판관 회의에서 선출된 사람이 권한을 대행토록 하는 내용이다.

헌재는 지난달 18일 ‘재판관 간담회’에서 소장직 계속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간담회는 아무 법적 근거가 없다. 헌법재판관들은 김 대행의 소장직을 ‘셀프 승인’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헌재 관계자는 “간담회는 언론 보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 얘기고 사실은 이전에 대행으로 결정한 재판관 회의의 효력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이야기는 ‘연막탄’이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뒤늦은 핑계이자 꼼수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꼴이다. 한 법조계 고위 인사는 “간담회까지 열어 전원이 결의했다니 헌법재판관들 의리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지원 사격과 헌재의 침묵도 부적절하다. 청와대는 국회가 헌재 소장 임기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며 화살을 돌렸다. 예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국회가 김 소장 대행을 거부했다는 본질과는 동떨어졌다. 김 소장 대행은 이런 논란의 중심에서 아무 말이 없다. 출근길마다 고개를 숙이고 헌재 정문을 향해 걸어갈 뿐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소장 대행이 사실상 소장으로서 내년 9월 임기를 채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행과 실제 소장의 권한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기형적인 모양새다. 헌법 수호인지 헌재 수호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선에서의 줄타기다. 김 소장 대행이 청와대의 지원 사격을 받아 자리를 유지하는 ‘빚진 자’가 된다면 헌재 독립은 기대난망이다.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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