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진정한 용기

입력 2017-10-12 18:21  

기찬수 < 병무청장 kchs5410@korea.kr >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입대를 앞둔 남성이라면 한 번쯤 불러봤을 노래 ‘이등병의 편지’다. 애틋하고 구슬픈 노래 가사처럼 과거에 입대는 사랑하는 이와 헤어짐을 뜻했다.

부모와 가족, 연인을 뒤로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훈련소로 향하면 엄숙한 분위기와 군가 소리, 걸음을 재촉하는 선임의 구령으로 입대자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군 생활의 시작인 입영 현장이 막연한 두려움과 쓸쓸함만 가득한, 잊고 싶은 장소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 육군훈련소를 찾은 입대자 부모들의 반응을 보자. “분위기가 자유롭고 축제 마당에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나라에서 우리 아들을 존중하고 잘 보살피겠다는 모습 같아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28년 만에 다시 이곳에 왔는데, 이런 모습은 상상도 못 했어요. 말로만 듣던 입영문화제가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예전 입영 현장은 부모들의 눈물로 뒤덮이곤 했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 고된 훈련을 잘 마치고 무사히 제대하길 바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요즘 아들을 배웅하기 위해 훈련소를 찾는 부모들은 달라진 입영 풍경에 놀란다.

2011년 본격 시작된 현역병 입영문화제는 어둡고 우울하던 입영일의 분위기를 밝고 활기차게 바꿔줬다. 입대하는 젊은이에게 용기를 주고, 부모에겐 늠름한 아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는 입영 축제다.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군악대의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연인과의 포토타임, 부모님을 업고 걸으며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어부바길’,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는 ‘사랑의 편지쓰기’ 등 문화예술 공연과 체험행사로 입영 현장이 웃음과 감동으로 채워진다. 올해 처음 시작한 ‘아버지와 아들의 병역이행 시간’은 과거와 현재의 입영 사진을 전시해 부자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했다. 입영문화제가 입대하는 청춘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별의 아쉬움이 있기에 만남의 기쁨이 더 소중해지는 것이리라. 저마다 사연은 다를지라도 국가의 부름을 받고 당당하게 입영하는 그들에게 ‘이등병의 편지’는 더 이상 슬픔의 노래가 아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새로운 도전 앞에 선 자랑스러운 그들, 대한민국 청춘들의 건투를 빈다.

기찬수 < 병무청장 kchs5410@kore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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