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독립은 독립, 음식은 음식…바르셀로나의 미식은 영원하리

입력 2017-10-29 15:06  

'글쓰는 셰프' 박찬일의 세계음식 이야기 - 스페인 바르셀로나

돼지 뒷다리 염장해 말린 하몽, 특유의 감칠맛
50~60종 타파스는 안초비·판 콘 토마테 추천
솥밥 같은 파에야, 한국인 입맛에 딱

'바르셀로나의 부엌' 라 보케리아 시장
미식의 도시 맛과 정취 한눈에




마침 도시가 열기에 가득 찬 때였다. 국제 뉴스로 우리도 익히 들어온 카탈루냐 지방 독립 투표를 앞둔 시기. 도처에 무장 경찰이 깔리고, 도심에서는 시위가 이어졌다. 그래도 바르셀로나의 미식을 원하는 시민과 관광객은 이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독립은 독립, 음식은 음식이라고 할까.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는 스페인의 미식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인구 150만 명 규모의 도시로 카탈루냐주의 주도(州都)다. 가우디로 너무도 유명해진, 소위 요즘 뜨고 있는 도시다. 시내는 관광객으로 점령당하다시피 했고, 아시아 관광객 중에는 중국계와 한국인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혹자는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준 선물로 평생을 먹고사는 도시라고도 한다. 그만큼 가우디의 명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파리나 마드리드처럼 대형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거의 없어서 관광 인프라가 약한 편인데 가우디라는 천재의 작품이 도시 곳곳에 있어서 이를 상쇄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 과연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예술적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를테면 파밀리아 성당을 보는 순간 보는 이들의 넋을 빼앗을 정도의 진경이랄까. 도대체 유럽의 다른 어떤 성당도 이 같은 독창성은 보여주지 못한다.

바르셀로나가 만약 가우디의 유산인 건축물들이 없었다면 무엇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을까. 우스갯소리로 ‘메시’(바르셀로나 축구단의 공격수)라고 하는 말도 결코 우스개가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 메시의 경기를 보러 이 도시를 찾은 이들도 적지 않으니까. 메시를 제외한다면 바르셀로나는 당연히 미식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고급 음식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소박한 시민 음식이 경이로울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이유일 것이다.


이 도시의 맛을 단번에 포획하고자 한다면 ‘라 보케리아 시장’을 들러보면 된다. 바르셀로나의 부엌이자 시민의 식탁이 바로 이 시장에 있다. 지금은 워낙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퇴색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여전히 이 도시만의 맛과 정취를 보여주고 있다. 생선, 고기, 과일, 육가공(특히 하몽), 향료, 과자 같은 음식을 다루는 부스가 가득차 있으며 고객을 부르는 호객소리도 힘차다.


특히 이 시장은 식재료를 파는 곳뿐 아니라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작은 부스가 많다. 하몽 몇 조각을 잘라 담아 1, 2유로에 파는가 하면 과일 한 쪽이나 과자를 먹을 수 있는 부스가 있고, 소꼬리찜과 해산물구이 같은 본격적인 요리를 간이 탁자에 앉아 먹을 수 있기도 하다. 시장이 아침 일찍 열리면 도시 식당들의 요리사와 사장들이 장을 보며, 이때가 바르셀로나다운 모습이 연출된다. 그 후에는 관광객이 점령하다시피 한다. 가급적 오전 일찍 가는 것이 유리하다.

하몽, 타파스 등 다채로운 맛 즐비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스페인에 가면 반드시 거쳐가는 미식 절차가 있다. 바로 하몽이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엄밀히 말하면 엉덩이)를 염장해 말린 것을 얇게 저며 먹는데, 그 엄청난 감칠맛과 특유의 향이 일품이다. 유럽 다른 나라들도 이런 염장품을 만들지만 하몽은 독보적이다. 크게 흑돼지와 일반 돼지로 나눌 수 있고, 특히 흑돼지(파타 네그라) 중에서도 이베리코 품종의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가 인기 있다.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라고 하면 바로 그것을 말하고, 가격도 높다. 물론 일반 돼지의 하몽도 충분히 맛있으므로,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하몽을 썰어 파는 주점 등에서 한 접시에 5~6유로에서 30유로가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스페인 요리는 대개 타파스를 떠올린다. 원래 남쪽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크게 성행했다. 바르셀로나도 타파스의 본고장 중 하나. 시내 어디든 타파스 집이 널려 있다. 유명한 노포(오래된 집)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 우리가 들른 시우다트 콤탈이라는 타파스 바는 점심 무렵부터 줄이 늘어서 하루종일 줄이 사라지지 않는다.

타파스 바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기다란 바에서 서거나 앉아서 이미 만들어 놓은 요리를 가볍게 먹는 것이 기본이다. 타파스란 말 자체가 원래 술잔을 덮는 빵 같은 스낵을 의미하는 것으로, 화려하고 복잡하며 커다란 요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값이 싸고 양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육류, 하몽, 해산물, 채소 요리가 다채로운데 대개 5유로에서 6~7유로 선이다. 비싼 것은 12, 13유로 정도. 지역 와인을 곁들여 서너 명이 충분히 먹어도 100유로 정도면 충분하다. 만약 이런 음식을 파리나 런던에서 먹었다면 300유로는 넘게 나올 양과 품질이다.

타파스 바는 규모에 따라서 다루는 요리 가짓수가 다른데, 시내의 유명 바는 보통 50~60종이 넘는다. 계절적으로 음식이 달라지지만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는 대체로 이렇다. 먼저 당연히 올리브와 하몽이다. 올리브는 보통 2~3유로 정도로 ‘올리브가 이렇게 맛있는 것이었어?’ 하는 말이 나온다. 하몽은 앞서 말한 대로 가격대가 다채롭지만 보통 10유로 내외면 충분하다. 판 콘 토마테도 시켜야 한다. 시골빵을 썰어서 다시 바삭하게 구운 것에 생마늘과 토마토를 내준다. 생마늘을 빵에 문지르고 토마토를 으깨 바른 뒤 올리브유를 뿌려 먹으면 된다. ‘강추’다. 올리브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스페인 절임음식이 바로 안초비다. 소금에 절여서 오일 절임한 것과 식초 절임한 것 두 종류가 있다. 반드시 먹어볼 것.

한국인이 좋아하는 파에야 맛도 각별

고기 종류는 소시지나 소꼬리찜, 간단한 스테이크류가 있다. 해산물이 역시 다양하다. 한국의 맛조개와 비슷한 레이저 클램이 있다. 아주 실하고 달다. 역시 ‘강추’다. 한국의 바지락과 비슷한 클램도 있고, 홍합도 아주 맛있다.


지중해에서 잡은 자연산 붉은 새우도 있다. 큰 새우를 제외하면 모두 10유로 이내. 특히 맛봐야 할 해산물은 문어 요리다. 삶아서 썰어 내는 것과 구운 것 두 종류가 인기 있다. 둘 다 맛있지만 삶아서 썰어 내는 갈리시아식 샐러드가 더 낫다. 삶은 감자를 썰어 곁들이고 파프리카 파우더를 뿌려준다. 살살 녹는 부드러운 문어의 맛에 깜빡 죽는다. 정어리 요리도 빠뜨리면 아쉽다. 구워서 내는 것과 쪄서 양념에 담가둔 것이 있는데, 나는 구운 것이 더 맛있었다. 레몬즙을 뿌려서 살을 발라먹고, 시원한 화이트와인 한 잔을 마시면 천국에 온 것 같다. 화이트와인은 잔술로 2~3유로 정도다.


스페인의 유명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파에야다. 한국인은 특히 이 쌀 요리를 좋아한다. 일종의 솥밥 스타일이다. 이탈리아의 리소토와 다른 점은 리소토는 계속 저어가며 쌀을 익히는 반면, 파에야는 육수를 잡아 고명을 얹어서 한국에서 밥하는 과정과 비슷하게 요리한다. 그래서 리소토보다 한국인에게 더 잘 맞는다. 또 냄비(솥)째 요리한 뒤 담아주므로 더 야성적이고 소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은 동네에서는 보통 미리 해둔 파에야를 냄비에 덜어서 데워 내는 경우가 흔하다. 제대로 하는 집은 메뉴판에 ‘주문 후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써 있어서 구별할 수 있다. 한국보다 쌀의 힘이 딱딱한 편. 원하면 미리 더 익혀달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은 유명한 와인 산지다. 국제적으로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품질이 뛰어난 와인이 아주 많다. 가격대가 좋은 것도 강점. 시내의 어지간한 술집과 식당에서 로컬 와인은 10유로 안팎의 가격에 한 병 딸 수 있다. 한국에서 20만원 이상인 레스토랑의 와인도 이곳에서는 30~40유로면 충분하다. 심지어 베가 시실리아 우니코라는 전설적인 고가 와인(한국 레스토랑에서 100만원 호가)도 잔술로 파는 집에서 한 잔에 20유로에 파는 것을 목격하기도.

타파스 말고 핀초스라는 것도 있다. 핀초스는 이쑤시개를 뜻하는 것으로 넓게 보면 타파스에 속한다. 핀초스는 빵에 여러 가지 재료를 얹고 이쑤시개로 고정하는 형태인데, 타파스보다 더 가볍게 먹는 경우에 선택한다. 에스파냐 광장 근처 골목에 핀초스를 다루는 집이 많고, 한 개에 1유로에 판다.

바르셀로나는 에스트레야 담이라는 브랜드의 로컬 맥주가 맛있다. 한국에도 수입되지만, 현지에서 먹는 맛이 각별하다.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3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