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한국·중남미 경제협력 이끄는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 총재

입력 2017-10-29 18:33   수정 2017-10-31 15:20

"중남미 중산층 두배로 급증…콘텐츠·화장품 등 소비시장 공략하라"

아르헨티나 등 우파정권의 친시장정책 효과 나타나
중국 공격적으로 진출하지만 한국기업 기술력 우위
탱고·강남스타일 통하듯이 '문화 연결고리' 강해져야
한국의 '빨리빨리' 남미 생산성·경쟁력 높일 것



[ 허란 기자 ]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IDB) 총재(64)는 “중남미는 젊고 성장하는 지역”이라며 “중산층 인구가 10년 새 두 배로 늘면서 소비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외교관이었던 모레노 총재는 지난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중남미의 관심사는 혁신과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시장과 정부 모두 통신 에너지 등 인프라 확충에만 치중했다면 이제는 하이테크기기 화장품 콘텐츠 등 소비시장 확대로 방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3일부터 이틀간 열린 ‘2017 한국·중남미(LAC) 비즈니스 서밋’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올해 서밋은 한국과 중남미 기업 간 비즈니스 미팅이 1000건 이뤄지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며 “중남미가 한국의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IDB는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LAC·Latin America and Caribbean) 경제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1959년 설립된 국제금융기구로 한국은 2005년 가입했다.

중남미는 오일머니에 기반한 ‘핑크타이드(중도좌파 물결)’가 원자재 가격 하락과 함께 잦아들고 우파 정권이 속속 들어서면서 경제 전환기를 맞았다.

▷10년새 한국의 중남미 투자가 6배 증가했습니다.

“한국과 중남미 간 무역은 1990년 이래 평균 14%씩 증가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투자는 6배로 불어났고요. 한국은 2000년대 초 중남미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최초의 동아시아 국가입니다.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페루(2011년), 콜롬비아(2016년)와 양자 FTA를 체결했습니다.”

▷주로 IDB를 통한 인프라 투자였는데요.

“IDB는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중남미 지역 인프라 개발 투자에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제조업 부문을 넘어 기술혁신 분야로의 경제협력 기회도 찾고 있습니다. 중남미 개발에 필요한 한국의 전문가와 재원의 흐름을 촉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죠.”

▷올해로 네번째 열린 한중남미 서밋의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올해가 네 번째 서밋인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습니다. 최근 한국 기업에 중남미가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남미 각국에서 22개 수출지원기관 관계자가 왔고, 한국과 중남미 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비즈니스 매칭 미팅만 1000건이 이뤄졌죠. 코스모스벽지, 스포츠용품을 파는 까사도르는 에콰도르와 수출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남미 시장이 부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중남미는 젊은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중남미 중산층은 거의 두 배로 늘어 1억8600만 명에 달합니다. 그 자체로 한국 수출기업에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죠.”

▷중국이 중남미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은 커다란 자국 내수시장을 갖추고 있는 게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수출, 수입 할 것 없이 공격적으로 남미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단, 일본수출입은행을 통해 아주 오랫동안 전략적으로 투자했죠.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칠레에 일본 이민자도 많습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한국 기업은 조선 에너지 통신 공항 등 인프라에 강점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진짜 턴어라운드한 경제는 없습니다. 한국의 교육열, 경제적으로 이룬 성공의 역사, 기업들의 꾸준한 단련은 우리에게 감명을 줍니다.”

▷어떤 기업들이 중남미 진출에 관심이 많은가요.

“중남미에 필요한 건 기술과 혁신입니다. 인프라를 두 배 더 늘려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제조·인프라 기업들이 강점이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기술, 소비재 분야 협력 방안도 찾고 있습니다. 카카오 코스맥스 딜라이브 CJ 등 K콘텐츠·화장품·인터넷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했습니다. 한국과 중남미 기업들이 협력해 미국 유럽 중국 같은 더 큰 시장으로 나간다면 성공스토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해외 진출 시 현지 문화와 제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한국은 중국 일본과 달리 좀 더 ‘라틴(남미)스러운’ 면이 있죠. 한국인은 열정적이고, 파티를 즐기고,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남미 사람도 그렇습니다. 탱고와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서로 비슷하지 않나요.”

▷공장에서 ‘빨리빨리’를 강조하고 일중독적인 모습은 싫어하지 않을까요.

“서로 다른 기업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것이죠. 한국 기업은 업무처리 속도가 빠르지만, 남미 기업은 느리죠. 한국식 기업문화가 남미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남미의 총기, 마약, 폭력 사건은 시장 진출 시 위험 요소로 꼽힙니다.

“그런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들이 관리·통제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사실 인식의 문제죠. 남미 사람들이 북한과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국인에게도 남미 모든 지역이 위험해 보일 것입니다.”

▷좀 더 나은 경제협력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경제 협력도 문화적 연결 고리가 강해져야 가능합니다. 정부 공무원 교류든, 문화교류든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상대방 문화의 지식을 키우는 게 필요하죠. 살사, 탱고뿐만 아니라 푸에르토리코의 라틴팝 ‘데스파시토(Despacito·천천히)’를 들어보세요.”

▷중남미 우파정권의 친시장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의 우파 정권 경제개혁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친시장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십수년간 경제가 부진했지만 올해 2.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0.7%를 나타낼 전망이고, 내년엔 더 높은 증가율(1.5%)이 예상됩니다. 다음달 칠레를 시작으로 파라과이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이 1년 내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남미의 경제개혁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는 어떻습니까.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에선 10개 기업 중 9곳은 생산성 있는 기술력을 갖춘 근로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학생의 48%가 겨우 기본 문법을 이해하는 수준이며, 62%는 기본 계산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찾는 데 필요한 기술 기반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기술 교육이죠. IDB는 비영리단체와 함께 2014년 페루를 시작으로 칠레 멕시코에서 저소득 젊은 여성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400명이 넘는 여성을 교육했으며, 이 중 77%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도왔습니다.”

▷중남미가 직면한 도전 과제는 무엇입니까.

“지난 20년 동안 중남미 지역은 연 3% 이상의 경제성장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인프라, 교육 및 혁신 분야 격차는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중남미 국가들은 연간 1200억~1500억달러의 인프라 투자 갭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할수록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입니다. 또 15~24세 인구의 5명 중 1명은 일이나 공부를 하지 않는 ‘니트(NEET)’에 속합니다. OECD 국가의 1인당 특허 비율은 중남미의 150배에 달합니다.”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요.

“‘한국 지식 공유 프로그램’과 ‘한·중남미 장학금 프로그램’ 같은 협력이 중요합니다. 한국 정부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협조융자를 3억달러 추가 출연하기로 한 점도 인프라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는…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IDB) 총재는 저널리스트에서 공직자, 외교관, 국제기구 수장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그에게 이처럼 많은 커리어를 쌓은 비결을 묻자 “기회가 왔을 때 도전했다”고 답했다.

모레노 총재는 아버지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에서 유학 중이던 1953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이후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와 선더버드대 국제경영대학에서 공부했다. 20~30대에는 멕시코 TV 뉴스프로그램 ‘오이(Hoy)’의 책임프로듀서 등을 맡으며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시절이었다”고 했다.

엘리트 저널리스트였던 그는 1992년 고국인 콜롬비아의 경제개발장관에 발탁됐다. 장관 시절 공기업의 민영화 및 산업개발정책을 주도했다. 1998년 콜롬비아 대선에서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아랑고 당시 보수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곧바로 요직인 주미 대사에 임명됐다.

7년 동안 주미 대사를 지내며 콜롬비아 마약 퇴치, 반군 척결을 위한 40억달러의 미국 예산 지원을 이끌어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성사시켰다.

워싱턴 외교가에서 신망을 쌓은 덕분에 그는 IDB 총재로 또 한번 변신에 성공했다. 2005년 총재 선거에 나가 미국의 지지를 받아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했으며, 이후 3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임기는 2020년까지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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