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우주로 날아간 '라이카'

입력 2017-11-02 18:07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우주의 어둠을 소리없이 가로지르는 인공위성. 작은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이는 요염한 검은 눈동자. 끝없는 우주적 고독 안에서 개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개는 옛 소련이 1957년 11월3일 쏘아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비행을 한 ‘라이카’다. 소련은 미국보다 우주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생명체의 우주비행을 추진했다. 라이카는 모스크바 시내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던 개였다. 떠돌이 개를 선택한 이유는 열악한 환경에 잘 적응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소련 과학자들은 라이카를 캡슐에 넣어 스푸트니크 2호에 실었다. 맥박, 호흡 등을 측정할 장치를 라이카에 부착했다. 산소 발생기와 젤라틴 형태의 먹이도 넣었다. 라이카는 고도가 급상승하면서 맥박과 호흡이 급격하게 빨라졌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안착한 뒤엔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지구를 3, 4바퀴 돌자 캡슐 내부 온도가 급상승했고, 라이카 생체 신호는 더 이상 수신되지 않았다. 라이카는 우주 비행 5~7시간 사이에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스푸트니크 2호는 라이카의 사체를 실은 채 5개월 동안 지구를 2570바퀴 돈 뒤 돌아왔다. 비록 살아서 오지는 못했지만, 라이카는 최초로 우주 궤도를 돈 생명체로 기록됐다.

우주 개발 역사에서 동물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인간의 우주 생존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동물을 활용했다.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미국은 1959년 두 마리의 원숭이를 우주로 보냈다. 소련은 1960년 8월 벨카와 스텔카라는 두 마리의 개를 우주로 보낸 뒤 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텔카는 이듬해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다.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이 중 한 마리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에게 선물로 보냈다. 이에 질세라 미국은 침팬지를 훈련시킨 뒤 1961년 1월 머큐리-레드스톤 2호에 태우고 우주비행을 했다.

소련이 1961년 4월 처음으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뒤에도 실험용 동물들은 우주로 계속 보내졌다. 미국은 무중력상태가 인체의 뇌, 신경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생쥐, 귀뚜라미, 개구리, 뱀 등을 우주선에 태웠다. 러시아는 전갈, 도마뱀 등을 궤도에 진입시켜 스트레스가 생물의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프랑스는 뇌파 측정 장치를 머리에 단 고양이를 우주로 보냈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희생됐다.

오늘은 라이카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가 발사된 지 60주년 되는 날이다. 우주개발 성과 뒤엔 라이카 등 동물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한 번쯤 되새기면 어떨까.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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