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흑역사'…세계 유일 '반관반민 Fed'를 만들다

입력 2017-11-05 21:43  

'파월 시대' 맞는 미국 Fed

불신 키운 중앙은행
1791년 첫 중앙은행 출범했지만 면허 연장 안돼 20년 만에 사라져
뱅크런 등 쓰라린 경험 겪다 1913년 '연방지급준비제도' 탄생
반감 탓에 '은행'이란 말 안 써

특이한 Fed 시스템
민간은행이 출자한 지역연방은행과 Fed 이사회·FOMC가 핵심주체
화폐 권력의 중앙집중 회피



[ 뉴욕=김현석 기자 ]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차기 의장으로 지난 2일 제롬 파월 Fed 이사가 지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Fed 의장 인선 움직임은 올해 내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는 Fed는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Fed는 특이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단일한 국립중앙은행이 존재하는 세계 여러 나라와 달리 Fed는 수천여 개 민간은행이 출자한 12개 지역연방은행과 이를 총괄하는 Fed 이사회, 그리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3개의 핵심 주체로 구성돼 있다.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

미국은 중앙은행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진 나라다. 식민지 시절 영국이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을 통해 수많은 이익을 탈취해갔기 때문이다. 미 중부와 남부에선 뉴욕의 은행 자본가에 대한 반감도 컸다.

1776년 독립전쟁 승리로 출범한 조지 워싱턴 행정부는 중앙은행을 세우지 않았다. 정부가 신용을 근거로 화폐를 발행해 공급했다. 하지만 경제력이 미약한 신생 정부가 찍어낸 화폐 ‘콘티넨털’은 곧 신용을 잃는다. 당시 미국인들은 아주 가치 없는 일을 지칭할 때 ‘콘티넨털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비유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미국은 그러나 위기 극복을 위해 1791년에 첫 중앙은행(The First Bank of the United States)을 만든다. 이 은행은 지금 개념과 다르다. 신용 확보를 위해 민간은행과 자본가들이 출자했고, 영국 자본도 받아들였다.

첫 실험인 만큼 20년간 면허를 주는 식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출범한 첫 중앙은행은 1811년 의회에서 면허 연장이 부결되며 사라졌다.

미 정부는 1815년 정부가 20%, 자본가들이 80%를 출자한 제2중앙은행을 설립했으나 평민 출신인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 의해 1836년 또다시 폐지됐다. 잭슨은 은행을 없애려고 예치했던 정부 돈을 갑작스레 인출, 1837년 전국적 대량 인출 사태(뱅크런)와 공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은 주정부 면허 은행과 면허가 없는 민간은행들이 각자 자기 은행권을 발행해 유통했다.

이런 미국이 다시 중앙은행을 세운 건 남북전쟁 때였다.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군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자본가들과 타협, 정부의 그린백(달러)과 함께 국립면허를 받은 은행이 발행하는 은행권(뱅크노트)도 화폐로 인정했다. 국립은행은 수천여 개로 불어났다. 곳곳에서 은행 도산과 뱅크런이 반복됐다.

가장 큰 뱅크런이 터진 건 1907년이었다. 뉴욕에서 세 번째로 큰 금융사였던 니커보커신탁이 주식투자 실패로 도산하자 전국적인 뱅크런이 일어났다. 이는 4년간의 공황으로 이어졌고 1907년 3%였던 실업률은 8%까지 치솟았다. 중앙은행이 없던 이 시기, 사태를 해결한 건 뉴욕의 가장 큰 은행가인 J. P. 모간이었다. 모간은 주요 은행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선언했고, 그가 끌어들인 미국 최고 부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도 “전 재산의 반을 쓰겠다”고 공언하며 뱅크런은 막을 내린다.

이런 쓰라린 경험은 미국이 전국적 지급준비제도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민간은행들이 출자해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리치몬드 애틀랜타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미네아폴리스 캔자스시티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등 12개 지역연방은행을 세우고, 이들이 참여하는 연방지급준비제도(Federal Reserve), 즉 Fed를 구성해 뱅크런을 막고 통화정책도 맡기기로 한 것이다. 1913년 연방준비은행법이 의회를 통과했고 Fed가 탄생했다. 은행에 대한 불신 탓에 ‘은행’이란 말을 쓰지 않았으며, 뉴욕 은행가에 대한 반감을 감안해 본부도 워싱턴DC에 뒀다.

◆Fed의 시스템과 역할

Fed의 역할은 △통화정책 △금융 안정성 확보 △금융 감독 △지급결제시스템 조성 △금융소비자 보호 등 다섯 가지다. Fed는 세 개의 핵심 기구를 통해 이런 일을 하고 있다. 12개 지역연방은행과 Fed 이사회, 그리고 FOMC다. Fed는 홈페이지에서 이런 구조가 화폐 권력의 중앙집중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역연방은행은 1913년 당시 지역별 경제 규모에 맞춰 창설됐다. 다수가 동부에 몰려 있고 서부엔 하나밖에 없는 이유다. 각 지역의 민간 상업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만큼 민간은행인 셈이다. 현재 미국 전체 은행의 38%인 3000여 개가 회원사다. 미국 전역에서 영업하는 은행은 의무적으로 회원이 돼야 하며, 주면허를 가진 은행은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가입할 수 있다. 지역연방은행은 각각의 이사회가 경영한다. 9명의 이사 중 6명은 회원은행들이 뽑고, 3명은 Fed 이사회가 지명한다. 이들은 ‘은행의 은행’으로서 각 지역에서 통화 유통과 지급 결제 기능을 맡으며, 지역의 은행들을 감독한다. 또 ‘미국 정부를 위한 은행’으로서 재무부의 지불 처리를 대행한다.

Fed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된다. 모두 대통령이 지명하며 상원이 인준한다. 임기는 14년으로 연임할 수 없다. 2년에 한 명씩 임기가 만료되는 구조여서 대통령은 4년 임기 중 2명을 새로 임명할 수 있다. 또 이사 중 의장, 부의장도 임명한다. 임기는 4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이사회는 금융 감독과 규제, 소비자 보호, 국가 지불 시스템 감독을 총괄한다. 또 각 지역연방은행을 감독하고 일부 이사를 지명한다.

이사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FOMC에 참여하는 것이다. 공개시장 조작, 할인율, 지급준비율 등 Fed가 사용하는 세 가지 통화정책 수단 가운데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회의체다.

FOMC는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7명이 Fed 이사이며 5명은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이다. 가장 영향력이 큰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당연직이며, 나머지 네 자리를 11명의 다른 총재가 3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임기 1년을 책임진다. FOMC의 정족수는 7명이며, 적어도 1명은 지역연방은행 총재가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과반수로 표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7명의 이사가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FOMC는 매년 여덟 번 정례회의를 열어 연방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Fed에 법적 지급준비금 이상을 예치한 금융사가 다른 금융사에 그 돈을 빌려줄 때 받는 이자율이다. 이 금리가 미국의 시중금리와 자산 가격, 환율 등에 영향을 미치고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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