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데스크 시각] 실리콘밸리가 주목하고 있는 재판

입력 2017-11-12 18:16  

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


[ 윤성민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숨죽여 결과를 기다리는 재판이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중순부터 심리에 들어간 ‘미국 법무부 vs 마이크로소프트(MS)’ 사건이다. 디지털 시대 정부와 기업 간 권력구도,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른 데이터산업의 향배, 국가안보와 범죄수사를 위한 프라이버시 침해 허용 등 굵직한 이슈들의 시금석이 될 재판이다.

국가와 IT 자본 간 주도권 싸움

발단은 2013년 벌어진 마약사범 수사였다. 미국 사법당국이 영장을 발부받아 용의자의 이메일 정보를 요청했지만, MS가 이 중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저장된 내용에 대해선 제출을 거부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쟁점은 ‘저장통신법(SCA)’이라는 미국법에 근거한 압수수색 영장이 해외에 있는 디지털 자료에까지 집행 권한이 미치냐는 것이다. 1심은 미국 정부가 승소했다. 해당 정보 접근이 미국 내에서 미국인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합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어졌다. MS는 다른 외국 정부가 미국 내 서버에 있는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했을 때 이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논지를 폈다. 국제법상 형사주권의 침해라는 논리가 먹혀 들었다.

이 재판은 공권력과 IT 자본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 주요 IT 기업과 미디어, 경제단체, 정보통신 학자들이 MS를 지지하고 있고, 미 행정부에는 대부분 주정부가 동조하고 있다. 양측이 이처럼 대립하게 된 데는 2013년 부즈앨런해밀턴 소속으로 미국 국가안전국(NSA) 파견 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스노든은 NSA가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의 온라인상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왔고, 이 과정에서 구글 페이스북 애플 MS 유튜브 스카이프 팰토크 AOL 야후 등 9개 대형 IT 기업이 NSA의 서버 접속에 협력해 왔다고 폭로했다.

‘권력의 시녀’로 내몰린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후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의 개인정보 접근 요구에 대해 공세적으로 전략을 바꿨다. 애플이 총기 난사 사건 범인의 휴대폰 잠금장치 해제와 관련해 FBI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이번 재판은 IT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클라우드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1심 판결대로 해외에 있는 MS의 서버에 미국 사법당국이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MS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해외 기업이 얼마나 될지는 뻔한 얘기다. 구글 아마존 등 클라우드 강자들이 이 재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 법령 정비

항소심 법원이 MS의 손을 들어준 데는 현실과 동떨어진 법령 자체의 문제도 있다. 미국 SCA 법령은 클라우드라는 말을 ‘구름’으로만 알던 1986년 제정된 ‘아날로그 시대’의 법이다. 미 대법원 재판 결과와는 별도로 IT 발달을 감안한 개인정보 보호 및 접근에 관한 법령 정비와 함께 국제 간 사법공조 개편 작업이 힘을 받을 것이다.

미국 소송제도에는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도 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아미커스 브리프(amicus brief)’가 있다. 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 정부도 이를 활용해 이번 재판에 의견을 내볼 만하다. 그럴 때 향후 사법권 및 프라이버시 충돌과 관련한 국제 협의 과정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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