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대착오 의료 규제, 그대로 따랐다면 말기환자 살렸겠나

입력 2017-11-16 18:03  

서울아산병원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살아 있는 사람의 폐 일부를 떼어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폐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말기 폐부전 환자를 살려낸 첨단 의료기술의 쾌거다. 하지만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수백 명의 환자들은 여전히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장기(臟器)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 이식법)’에 따르면 생체(生體) 이식은 간, 소장, 신장, 췌도, 골수, 췌장만 허용된다. 이번 수술은 의료진으로부터 적극적인 승인 요청을 받은 보건복지부가 ‘수술의 긴급성’을 예외적으로 인정했기에 가능했다. 복지부는 저간의 상황을 고려해 “형사고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불법 수술’이 ‘합법 수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외를 인정받기 어려운 대다수 환자들은 이식 수술의 유일한 방법인 뇌사자 기증(평균 대기일 1456일)을 기다리다 죽어가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기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포지티브 규제(법률에 명시된 것만 허용)가 낳은 참상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의료 관련 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의 한 병원은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에 성공했지만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과는 달리 국내 ‘인체조직의 안전과 관리에 관한 법률(인체조직 안전법)’에선 팔은 이식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식 수술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관련 법 개정 전까지는 ‘불법’ 딱지를 뗄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규제 개혁과 제도 개선,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의료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과 의료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갖추고도 낡은 제도와 규제의 틀에 갇혀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다. 관련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신(新)의료 기술을 제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기본이 되는 원격진료는 일부 시민단체와 병원협회의 반대로 수십 년째 가로막혀 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에도 핵심인 의료서비스 시장개혁은 뒷전에 밀리고 있다. 무엇이 신산업을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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