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 "2~3시간 안에 450개 이상 병원균 찾는 진단시스템으로 시장 판도 바꿀 것"

입력 2017-11-20 08:34   수정 2017-11-20 11:18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 DNA, RNA 등 분자 단위까지 들여다보면 질병을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지 않을까.’ 분자진단은 이런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분자 단위의 연구는 진단, 신약 개발 등 오늘날 정밀의학 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분석 정확도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단점은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며칠 시간이 걸린다. 메르스, 결핵, 패혈증 등 촌각을 다투는 감염병을 수시간 내에 진단하는 기술은 상용화돼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의심 질병을 특정하기 어려운 증세가 많아 일선 의료진들이 애먹는 경우가 많다.

의심 질병을 특정하더라도 병원들이 보유한 진단기기 수가 충분하지 않아 질병 순서대로 샘플을 모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 결과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진단기기 1대에 1가지 질병만 검사할 수 있어서다.

의심되는 여러 질병을 단시간 안에 검사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하는 기업이 있다. 국내 체외진단 업체의 대표주자 씨젠이다.

천종윤 씨젠 대표(사진)는 16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당일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체외진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지 못했다”며 “여러 감염증에 대해 내년에 450개 이상의 바이러스 세균 유전체를 2~3시간 안에 검출이 가능한 진단시스템을 시장에 내놔 분자진단의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일 검사가 어렵다는 한계가 체외진단 시장의 성장에 족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서는 정밀의료의 구현을 방해한다고도 했다.

천 대표는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채혈을 하고 분자진단에 기반한 검사 결과를 확인하려면 2~3일은 걸린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원인을 모르니 환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이 어렵고 그저 항생제 등을 투여하는 게 전부”라고 했다.

그는 “감기도 원인균이 셀 수 없이 다양하지만 환자들은 그저 종합감기약에 의존한다”며 “감기 증세처럼 보이지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질병이 수두룩한데 과학적 진단 없이 항생제 성분의 감기약에만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분자진단 기반의 체외진단에 일반 환자들이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원인균을 진단해 내는 기술은 씨젠의 간판 기술이다. 천 대표는 “타사 제품은 많아야 한번에 원인균 3~4개를 진단하는 데 그친다”며 “씨젠은 2015년에 개발한 진단시약 ‘올플렉스’를 통해 원인균 20여 종을 한번에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을 이미 시장에 증명했다”고 했다.

올플렉스는 성 감염증, 호흡기 질환, 소화기 질환에 대한 3종류로 나뉜다. 각각 25개 안팎의 원인균을 2~3시간 안에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3종의 올플렉스를 활용해 성 감염증, 호흡기 질환, 소화기 질환을 동시에 검사할 수는 없다. 한번에 진단해 내는 병원균이 여러 개로 확대됐을 뿐 여러 질병에 대한 동시 진단은 아직까지 어렵다.

씨젠이 내년에 선보이는 진단 시스템은 여기에 여러 시약을 하나의 장비로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 더해진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성 감염증, 호흡기 질환, 소화기 질환 등을 한번에 검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천 대표의 설명이다. 질병 별로 나눠서 샘플을 모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며칠 기다리지 않고 바로 검사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1개의 장비에 여러 개의 시약을 넣고 동시에 검사하는 ‘원플랫폼 사업’이 시장에 나오면 기존에 있던 체외진단 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이러날 것이라는 게 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더 좋은 기술력을 갖고도 씨젠이 로슈, 홀로직 등 글로벌 체외진단 업체들에 시장 점유율 면에서 밀리고 있는 것은 씨젠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한 이들이 진단기기를 염가에 공급하는 물량공세를 펼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단시약은 진단기기를 통해 사용하는데 고가의 진단기기를 빌려주거나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때문에 의료진들이 그들의 진단시약을 선택하게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 한꺼번에 450개 이상의 원인균을 찾아내는 진단 시스템이 시장에 출시되면 씨젠에 맞춰 장비를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천 대표는 말했다.

씨젠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을 꿈꾸고 있다. 진단 시스템 연구개발(R&D)에 인공지능(AI)을 입혀 진단시약 개발의 자동화하는 구상이다. 천 대표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스스로 타깃 원인균을 찾고 진단시약을 디자인하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수학, 컴퓨터공학, 통계학, 기계공학 등 이와 관련된 인력만 사업을 구상한 지난해 가을부터 지금껏 50명 이상 채용했다. 씨젠의 계획대로라면 제품개발 시간이 1년 걸리던 게 3일로, 개발 비용이 10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다. 이런 구상을 담은 자동화 프로젝트도 내년에 선보인다.

씨젠은 지난해 7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6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규모다. 내년부터 씨젠이 계획중인 제품들이 출시되면 이전까지와는 다른 성장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 대표는 “씨젠은 2000년 설립됐지만 본격적인 사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에 공개될 결과물들이 체외진단 시장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치료 중심의 의료 체계가 예방 중심의 의료 체계로 전환하는 데 씨젠이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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