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못 내는 1500만 점포 '고객'으로 끌어들인 미국 스퀘어

입력 2017-12-25 17:44  

도전 2018, 다시 블루오션 시대로
역설로 가득찬 블루오션 전략 '5계명'

높은가치·낮은가격 중 택일?
말레이시아 교도소 개혁
재범률·비용 동시에 낮춰

기존산업 파괴만이 혁신?
세상에 없던 미국 라이프코칭
IT 다음으로 급성장 산업



[ 고재연 기자 ] 블루오션 전략은 역설로 가득 차 있다. 기존 경영학의 교과서적인 가르침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의미다. 이기려고 노력할수록 레드오션에 빠지고 만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블루오션 전략의 방법론을 5가지로 정리했다.


1. 경쟁을 멈춰라

대부분 조직은 경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자를 벤치마킹하고 이들을 이기는 데만 집중한다.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반대다. 경쟁자가 하는 것은 외면한다. 대신 진정한 전략은 경쟁을 불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가전 및 주방용품 회사 세브가 2006년에 개발한 ‘액티프라이’가 대표 사례다. 전기 감자튀김 조리기를 생산하던 이 회사는 당시 경쟁 심화로 마진 압박에 직면했다. 회사는 제조원가를 낮춰 경쟁에서 이기기보다는 경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이 회사 조리팀장은 ‘감자튀김을 위해 식용유를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에 의문을 품었다.

세브는 뜨거운 공기를 활용해 감자를 튀기는 방식을 찾았다. 한 번에 식용유 한 스푼만 있으면 바삭한 감자튀김을 만들 수 있다. 기존 제품보다 칼로리는 40%, 지방은 80%가 적다. 폐식용유를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제품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세브에 특허권이 있어 경쟁사는 5년 뒤에나 모방품을 만들 수 있었다. 세브 덕분에 튀김기를 살 의사가 없던 신규 소비자까지 몰리면서 튀김기 시장은 40% 이상 성장했다.

2. 차별화 함정서 벗어나라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1980년 내놓은 경쟁 전략은 ‘경영의 교과서’로 통한다. 포터 교수는 차별화 혹은 저비용 중 하나만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은 고객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그에 합당한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이런 관습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가치는 획기적으로 높이면서도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가블루오션전략회의(NBOS)는 2011년 공동체 갱생 프로그램(CRP)을 만들었다. 높아지는 범죄율, 교도소에 넘치는 재소자로 인한 행정 비용, 높은 재범률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세계 최초로 군사기지의 유휴지에 경범죄자를 수용하는 CRP센터를 설립했다. 이들을 중범죄자로부터 격리하고, 물고기 양식과 농작물 재배 교육을 했다. 출소 후에는 인적자원부를 통해 구직 서비스를 제공했다.

CRP센터가 출범한 이후 경범죄자의 재범률은 90% 감소했다. CRP센터는 이전의 교도소와 비교해 건설비는 85%, 운영비는 58%나 적게 들었다. 감소한 재범률 등으로 볼 때 CRP센터 설립 후 10년간 절감된 비용과 사회적 편익을 더한 금액은 1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추산했다. 교도소 운영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낸 사례다.

3. ‘파괴적 혁신’의 도그마에서 탈출하라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주창한 ‘파괴적 혁신’은 경영의 ABC로 통한다. CD가 카세트테이프를 대체하고, MP3 플레이어가 CD를 대체한 것처럼 ‘기존 것을 파괴해야만 혁신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반면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파괴적 혁신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비파괴적 창출’을 통해 기존 기업이나 산업을 반드시 대체하지 않고서도 성장과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산업을 파괴하지 않고도 수익과 매출, 일자리를 확대하는 성장모델이다.

미국의 라이프 코칭(life coaching) 사업이 단적인 예다. 사람들이 삶의 보람과 인생 목적을 찾고,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이 사업은 미국에서 정보기술(IT) 분야를 제외하고 가장 빨리 성장하는 업종이다. 25년 전까지만 해도 이 산업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무담보 소액금융 시장도 비슷한 예다. 1983년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은 무담보 소액대출을 제공해 빈민들이 사업을 하거나 농사를 지어 빚을 조금씩 갚아 ‘소득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대출시장을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소액금융’이라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4. ‘고객 만족’의 고정관념을 버려라

경영자들의 ‘고객중심적 사고’는 전략적 발상을 제약한다. 여기서의 고객은 ‘기존 고객’을 뜻한다.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고객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와 짐 매켈비가 2009년 개발한 모바일 결제시스템 스퀘어가 단적인 예다. 미국 신용카드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달해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봤지만 스퀘어는 달랐다. 2700만 개의 미국 소규모 사업체 중 55%(약 1500만 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 피자배달원, 정원사, 전기기술자, 아이스크림 장수 등도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다. 스퀘어에는 현금이나 수표 거래를 하는 신용카드사의 비(非)고객이 블루오션이었다.

5.숨겨진 문제를 찾아내라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숨어있는 문제점’을 찾아내라고 조언한다. 혁신은 여기서 출발한다. 공급자 관점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고객의 경험 주기를 단계별로 세분화하고 구매자 효용을 단순성, 편의성, 위험 감소, 재미와 이미지, 환경 친화성으로 세분화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이다.

구매자의 숨은 효용을 찾는 것도 블루오션을 여는 열쇠가 된다. 네덜란드 전자회사 필립스는 친환경 형광등을 개발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사용자의 저항에 부딪혔다. 필립스는 친환경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공략 대상을 사용자가 아니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바꿨다. 기업 현장 실무자들은 싼 제품을 찾지만 CFO의 생각은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다. 구매자에게는 단가는 싸지만 폐기물인 수은을 처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 형광등보다는 가격은 비싸지만 폐기물 처리 비용이 들지 않는 친환경 형광등을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친환경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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