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생제 사용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나노 약물 전달체가 개발됐다.서울아산병원은 주진명 융합의학과 교수팀이 박테리아 감염 염증반응이 일어난 조직만 선별적으로 표적할 수 있는 펩타이드를 발견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펩타이드는 생물을 구성하는 단백질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결합된 것이다. 연구진은 펩타이드를 생분해성 실리콘 나노입자에 붙여 포도상구균에만 선택적으로 항생제를 전달하는 전달체를 개발했다.
포도상구균 등 세균에 감염되면 폐렴, 패혈증 등이 생긴다.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은 일반적으로 쓰는 1차 항생제에 내성이 있어 감염되면 반코마이신처럼 독한 항생제를 써야 한다. 신경계, 신장 이상 등 부작용 위험도 크다.
연구진은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급성 폐렴이 생긴 쥐에게 반코마이신 항생제를 정맥주사로 투여했을 때와 나노 약물 전달체로 투여했을 때를 비교했다. 나노 약물 전달체를 이용했을 때는 정맥주사로 투여할 때의 10분의 1 용량으로도 폐렴이 완치됐다.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급성 폐렴에 걸린 쥐는 48시간 생존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 약물 전달체를 이용하면 적은 양의 항생제로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고 건강한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독성 항생제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발견한 펩타이드는 세균 뿐 아니라 세균이 침투한 염증성 백혈구도 표적으로 삼을 수 있어 신약 개발 가능성도 높아졌다.
주진명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나노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효과적 약물 전달체 개발 등 의학기술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며 "감염성 질환은 전파되기 전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기 ?문에 화학, 생물학, 공학, 의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협력한 융합연구를 통해 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고, SBP 의학연구소, 이탈리아 메시나 대학, 에스토니아 타르투 대학과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온라인판에 실렸다. 교육부의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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