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은 만만찮다. 그제 펜스-아베 회담에서 미·일 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 압박해 고립시키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펜스 부통령은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고, 아베 총리도 동의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어제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ICBM급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강행했다. ‘평창 이후’ 우리가 갈 길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대규모로 들어온 북한의 예술단과 응원단도 대화국면 조성에 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들의 활동이 자칫 ‘남남갈등’을 부채질하고 한·미 동맹에 균열을 초래하는 불씨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도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 정부가 남북 대화의 지향점과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남북 공동팀이 구성되고 개막식 동시 입장에도 합의했지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북한의 첫 핵실험 때 충격이다. 2006년 10월9일 북한의 1차 핵실험은 그해 2월10일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함께 흔들며 남북 팀이 공동 입장한 지 8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런 사실에도 우리는 무덤덤해졌지만, 펜스 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를 냉철히 지적했다.
정부가 핵무기 저지와 함께 눈감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의 인권 문제다. 대화에 매달려 이 문제를 외면하면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도, 대화도 다 놓칠 것이다. 정면승부의 자세로 핵과 인권 문제에 접근할 때 북한도 대한민국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오늘 평창에서 남북한은 국제 스포츠 행사로는 11번째 동시 입장한다. 이로써 북한이 조금이라도 변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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