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교토에서 만난 사찰의 정수… 수천년 역사가 내앞에 왔다

입력 2018-02-25 15:19   수정 2018-02-25 15:23

색 다르게 즐기는 일본 여행 (6) 교토



교토는 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가장 잘 접할 수 있는 도시다. 일본의 옛 수도답게 헤이안 시대의 문화가 남아 있는 절, 신사 등 다양한 유적지가 발길을 머무르게 한다. 무엇보다 교토는 시간이 멈춰버린 박제된 도시가 아니다. 교토는 소개할 곳이 너무나 많다. 유적지마다 이야기는 산처럼 많고 지면은 손바닥만큼 작다. 교토는 이야기의 숲이다. 교토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소박하면서 고색창연한 긴카쿠지

긴카쿠지(銀閣寺)는 지난번에 소개한 긴카쿠지(金閣寺)와 발음이 거의 비슷하다. 심지어 내비게이션에 금각사를 입력해 놓으면 은각사로 인도하는 경우도 있다. 교토 사찰의 정수가 긴카쿠지(금각사)라고 하지만 긴카쿠지(은각사)는 그 못지않은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긴카쿠지의 원래 이름은 히가시야마지쇼지(東山慈照寺)였는데 일본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아시카가 쇼군이 금박을 입힌 긴카쿠지(금각사)를 모방해 지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관음전 외벽에 은박을 입히려고 했다고 한다. 긴카쿠지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반듯하게 다듬어진 높이 7~8m나 되는 동백나무 생울타리가 50m 넘게 이어진다. 어찌나 깔끔하게 다듬었는지 이것이 정말 사람이 조성한 것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긴카쿠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고색창연한 맛이 있다. 긴카쿠지 경내 하얀 모래 마당에 굵은 물결 무늬로 조성해놓은 은사탄(銀沙灘)이 펼쳐져 있다. 하얀 모래 한쪽에는 향월대(向月臺)라고 불리는 원추형 돌무지가 있는데 후지산을 닮았다고 한다. 주변의 하얀 모래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큰 바다를 의미한다. 정원에 자연의 요소를 도입하는 일본 정원 특색이 잘 살아 있다. 긴카쿠지 전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긴카쿠지 내의 긴카쿠와 도구도(東求堂)는 일본의 국보로 지정돼 있다. 도구도 안에는 도진사이라는 다실이 있는데, 현존하는 서원 건조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긴카쿠지로 향하는 참배길에서 구마노냐쿠오지 신사를 거쳐 긴카쿠지 다리까지 이어지는 철학의 길은 긴카쿠지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일본의 유명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 교토대 교수가 이 길을 걸으며 사색하기를 즐겼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철학의 길은 2.5㎞ 정도의 산책길인데 봄이면 벚꽃이 피고 가을에는 단풍잎이 물을 따라 교교하게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철학의 길 주변에는 전통적인 상점과 찻집, 민가 등이 들어서 있고 오래된 노포가 있어 미식여행을 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냐쿠오지바시 건너편 구마노냐쿠오지 신사에는 수령이 400년이나 된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나기 나무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나무는 고난을 이겨내는 수호신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산속에 세워진 거대한 무대 같은 기요미즈데라

기요미즈데라(淸水寺)를 빼놓고 교토를 이야기할 수 없다. 유흥준 교수는 교토에서 한 곳만 보고 가라고 하면 기꺼이 ‘기요미즈데라’를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기요미즈데라는 780년에 나라(奈良)에서 온 엔친이라는 승려가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친이 아스카에 있는 고지마데라(小島寺)의 스님이 돼서 학문과 수행을 닦던 중 778년 부처님오신날인 4월8일, 꿈에 노인이 나타나 “나라를 떠나 북쪽으로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꿈의 계시를 따라 가보니 신기한 금색 물을 발견했다. 이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니 한 거사가 있었다. 그는 기요미즈야마의 나무로 천수관음상을 만들고 여기에 사찰을 건립해서 안치하라고 말해줬다. 거사의 말대로 절을 건립했고 그것이 바로 기요미즈데라가 됐다고 한다.


기요미즈데라는 마치 산속에 세워진 거대한 무대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청아한 목탁소리보다는 한편의 가부키가 펼쳐지는 무대. 139개의 기둥이 떠받치는 무대는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정교하게 끼워서 조합했다. 예불 공간이기도 하고 그 말대로 본존 관음보살에게 바치는 전통 예능을 공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창건 당시의 본당에는 무대가 없었으나 참배객의 증가에 따라 무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기요미즈(청수)의 무대에서 뛰어내릴 셈 치고’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일종의 비유적인 말인데 실제로 무대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적지 않았다. 1694년에서 1864년까지 170년간 234건이나 발생했다. 왜 무대에서 뛰어내렸을까? 이곳에서 뛰어내리면 소원이 이뤄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천 년 역사로 이어진 산넨자카, 니넨자카

기요미즈데라를 제대로 찍고 싶으면 무대 건너편으로 산자락으로 가면 된다. 청수의 무대는 물론 삼중탑까지 한 번에 담을 수 있다. 사진작가들의 작품은 대개 이곳에서 찍혀졌다. 서문 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기요미즈데라의 기원이 된 오토와 폭포가 나타난다. 세 개의 물줄기가 떨어지는데 학업과 연애, 장수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물을 마신다. 서문 근처에 세워진 3층탑은 꼭 보고 가야 한다. 탑 안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높이 31m나 되는 일본 최대의 3층탑이기 때문이다.


기요미즈데라를 가는 길 왼쪽에는 계단으로 이어진 길이 보인다. 산넨자카(三年坂)다. 이 길을 계속 가다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니넨자카(二年坂)가 나타난다. 이 길은 808년에 만들어진 유서 깊은 길이다. 산넨자카의 자카는 ‘언덕길’이라는 뜻이다. 니넨자카는 산넨자카보다 1년 빠른 807년에 만들어졌으며 모두 17단으로 돼 있다. 길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찾는 명소가 됐고 길옆으로 기념품이나 전통의상, 과자 등을 파는 상점이 생겨났다. 이글을 걸어갈 때는 급히 뛰어다니면 안 된다. 혹여 넘어지기라도 하면 길의 이름처럼 3년 혹은 2년 동안 재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넘어졌다면 길 끝에 있는 호리병 박을 파는 상점에서 호리병 박을 사야 액땜할 수 있다고 한다. 호리병 박 상점에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4000개의 도리이가 늘어선 후시미이나리

“숲속의 도리이 터널 속을 거닐어보자.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마법과도 같은 경험이 된다.”

지난 711년 신라계 도래인인 하타씨가 세운 것으로 알려진 후시미이나리 신사에는 빨간색 도리이 4000여 개가 입구부터 빼곡하게 줄지어 서 있다. 도리이가 줄지어 늘어선 길은 지난 1300여 년간 일본인들이 산을 오르는 일종의 순례길이었다.


붉은색으로 현기증 나게 이어지는 도리이를 걸으면 마치 환상의 길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다. 도리이를 경계로 안쪽은 신의 영역이고 바깥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한다. 도리이가 빨간 것은 귀신이 빨간색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어린 시절의 주인공이 후시미이나리의 도리이 사이를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도리이 사이를 뛰어다닐 수 없다. 수없이 많은 관광객이 밀물처럼 올라가기 때문에 자칫하면 대열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도리이가 신적인 영역의 성스러운 것 같지만 실상은 대단히 자본주의적이다. 신사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도리이를 지어주고 건립 날짜와 기부한 회사나 기관 단체의 이름을 새겨준다. 에도시대부터 있는 전통인데 최근까지 이어져 내려온다고 한다.

모든 도리이를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후시미이나리 곳곳에는 여우 모습의 상이 보이는데 이 때문에 이 신사가 여우신을 모시는 신사라고 오해받기도 했지만 여우는 신의 사자일 뿐 실상 ‘쌀과 사케의 신’인 이나리를 모시는 신사라고 한다.

여행메모

콩물로 치즈처럼 만든 유도후 요리 유명

1200년 이상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궁중의 부엌이었다. 교토의 ‘가이세키 요리’나 채식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쇼진요리’, 평범한 일상식인 ‘오반자이’ 등과 같은 다양한 요리가 전해져 내려온다. 스시, 튀김, 소바, 라멘 등을 파는 많은 전문 식당이 밀집해 있다. 교토는 일본 전역에 걸쳐 일본의 다도에서 사용되는 전통 일본 화과자로도 유명하다. 교토의 음식은 다양하고 맛이 깊다. 무엇보다 조미료를 적게 쓰고 채소를 많이 넣는 것이 특징이다. 두부요리인 유도후(사진)는 콩을 갈아 만든 콩물을 응고시킨 뒤 응고물을 블록 형태로 눌러 만든 음식이다. 콩에서 두부를 얻는 과정은 우유에서 치즈를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하다. 유도후는 만들기 쉽고, 칼로리와 지방이 적기 때문에 겨울철 야식으로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다. 두부를 작은 네모 형태로 썰어 큰 뚝배기에 넣은 뒤 높은 열로 가열하고, 서서히 끓여 익힌 두부를 소스에 찍어 먹는다.


교토=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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