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직원 6명 프랑스 스타트업 "2억원짜리 탄소섬유 경비행기 23대 팔았죠"

입력 2018-03-22 16:41   수정 2018-03-23 13:02

항공기·자동차·플라잉카 등
탄소섬유 활용한 제품 대거 전시
복합소재 가공 3D프린터도 눈길




“우리는 3년 전에 설립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입니다. 직원은 6명에 불과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제작한 비행기는 23대가 팔렸습니다.”

노르빌팽트전시장에서 만난 프랑스업체 엘릭시르항공(Elixir Aircraft)의 시릴 샴페누아 최고운영자(COO)의 설명이다. 그는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기도 하다. 탄소복합소재(CFRP)로 제작된 엘릭시르항공기는 날렵한 모습이 상어를 닮았다. 2인승으로 무게가 265㎏, 적재중량은 280㎏이다. 날개 길이 8.34m, 높이 1.94m, 길이 6.35m다. 일반 항공기에 비해 이착륙거리가 훨씬 짧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 항공기는 독특한 원샷(one shot)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한번에 통째로 프레임을 성형했다는 의미입니다. 크랙이나 녹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외관은 와일드하지만 내부는 안전합니다.”

이 비행기 가격은 15만유로, 한화로 약 2억원이다. 고급 외제승용차 한 대값이다. 엘릭시르는 프랑스어로 ‘묘약’을 의미한다. ‘과거는 잊고 앞으로 나아가라(Forget the past. Fly forward)’는 이 회사 구호처럼 교통체증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에게 이 비행기가 묘약이 될지 관심을 모으는 제품이다.

◆탄소섬유 소재 항공기 대거 전시

이번 전시회의 특징 중 하나는 항공기다. 전시회 주최 측이 항공기 제품 전시공간을 별도로 꾸몄을 정도다. 여기엔 10여 대의 항공기가 전시돼 있었다. 항공기는 복합소재 사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다. 경량화를 통해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소재 사용 비중이 이미 50%를 넘어섰다. 일부 제품은 프레임 전체를 복합소재로 제작했다. 슬로바키아의 에어로모빌은 주행하다 날 수 있는 ‘플라잉카’를 선보였다.

항공기 분야에서의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는 수년 전 일본 도레이가 미국 보잉으로부터 10조원어치의 탄소섬유 주문을 받은 데서 잘 나타난다. 수십 년간 이를 개발해온 도레이는 단 한 번의 수주로 그동안의 개발비를 뽑은 셈이다. 항공기 소재가 복합소재로 바뀌면서 항공기 제작에 들어가는 절삭공구도 복합소재에 적합한 공구로 바뀌고 있다. 독일 마팔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탄소섬유가공에 적합한 절삭공구를 전시해 바이어들을 끌어들였다. 이 회사의 페터 뮐러 허멜 부장은 “복합소재용 절삭공구는 섬유가 찢어지지 않도록 끝부분을 특히 날카롭게 가공하는 게 특징”이라며 “이를 에어버스와 보잉에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는 복합소재 전쟁 중

자동차도 수십 대 전시됐다. 도레이를 비롯해 수십 개 업체가 자동차를 선보였다. 이 중에는 자사의 원료로 자동차 프레임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제품도 있고 실제 상용화된 제품을 전시한 업체도 있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의 대학생들이 창업한 라이트이어원은 길이 500㎝, 폭 165㎝, 높이 122㎝의 태양전지 자동차를 선보였다. 무게는 380㎏이다. 이 회사의 닐스 테랍스트라는 “태양전지가 주된 에너지원이고 경량화된 52㎏의 전지를 보조배터리로 쓴다”며 “시속 130㎞로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도 속속 탄소소재 자동차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캉더(康得)복합재료(KDC)’의 관계자는 “우리가 이번에 선보인 복합소재 자동차는 무게가 950㎏에 불과해 동급 자동차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복합소재 자동차는 주로 고급 스포츠카에 국한됐지만 이젠 일반 승용차 분야에서도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줬다. 탄소섬유는 일반 강판에 비해 훨씬 비싸지만 연비 절감을 위해 이를 부품으로 채택하는 자동차업체가 늘고 있다. 특히 독일 BMW가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게다가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용량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더욱 빠른 속도로 복합소재를 채택하고 있다.

◆가공 기술도 급속 진화

복합소재 가공 시 가장 큰 문제는 자동화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아직도 수작업에 의존하는 분야가 많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선 자동화를 통해 복합소재를 가공하는 장비들이 대거 선보였다. 피네트페이는 탄소섬유(파이버)를 넣으면 이를 직물로 짜서 복합소재로 제조한 뒤 원하는 모양의 제품을 성형하기까지 단 90초에 해결하는 장비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탄소섬유는 비싸기 때문에 자투리가 생기면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회사의 장비는 최종 산출물을 미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계산해서 거꾸로 원료 투입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쿠카로봇이 복합소재를 가공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나 복합소재를 원료로 한 3차원(3D) 프린터가 전시된 것은 복합소재 수요가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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