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금리 전환기 위험 요인

입력 2018-03-28 17:42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각국이 비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급기야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졌다. 금리 역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Fed는 올해 안에 세 번, 내년에도 세 번, 2020년엔 두 번 더 올려 연 3.4%까지 가겠다고 한다. 인상 폭은 ‘베이비 스텝(최대 0.25%포인트)’이지만 그 속도는 빠르다. 더욱이 올해부터 3년간 계속 올라간다. 미국을 따라가지 않으면 역금리를 몇 년 동안 감당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금리의 대전환기다.

금리 인상은 정상화하는 과정

사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금리였다. 각국은 유동성을 끝도 없이 확대해왔다. 제로금리도 모자라 교과서에도 없는 마이너스금리까지 등장했던 터다. 이런 상황이 정상일 수 없다. 금융위기를 넘었다지만 이런 비정상이 새로운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마당이다. 금리 인상은 비정상적인 금리를 다시 정상화하는 필연적인 조치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사뭇 다른 시각도 읽힌다. 금세 미국을 따라갈 게 아니라는 인식이다. 당장 정부부터 국내에 들어온 해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1999~2001년엔 쇼크가 있었지만 2005~2007년엔 오히려 달러가 유입됐다는 통계자료까지 제시한다.

일단의 과민반응과 공연한 불안심리를 차단하려는 의도야 모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일방적인 낙관론은 위험하다. 지금 상황은 과거와 분명 다르다. 2007년 이후는 세계적인 금리 하락기였지만 지금은 금리 상승기다.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당시보다 튼실한 것도 아니다. 재정은 큰 정부의 지출 증가, 복지 지출 증가로 계속 급증해 벌써 국가부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고용비용 급증으로 점점 코너에 몰리고 있지 않은가.

일단 해외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이미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 겪은 바다. 가계부채 문제는 비할 게 아니다. 위기 전엔 늘 무책임한 낙관론이 팽배했다. 막상 일이 터지면 외국 기업들에 이 땅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할 뿐이라면 안 될 말이다.

금리는 무차별적이어야

금리는 보편적이고 무차별적이다.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채권자와 채무자 등 이해가 상반되는 계층과 직군이 한둘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금리정책의 딜레마다. 그렇지만 한쪽 편에 설 수 없는 게 금리다. 물가, 성장(고용) 등 전체 경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올릴 때나 내릴 때나 마찬가지다.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금리가 아니라 정치, 즉 정부 정책으로 해야 한다.

정부로선 금리 인상이 동결 또는 인하보다 부담일 것이다.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해 무려 1450조원을 넘는다(작년 말 가계신용 기준). 그러나 가계부채는 금리가 아니라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문제다. 오랜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당국이나 국회는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라거나, 중금리 대출상품 전환,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등 실효성 없이 허공에 주먹질을 해대다가 시간만 날렸다. 따뜻한 금융론 같은 것은 또 어땠나. 골든타임을 놓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국회나 정치권은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또 빚을 깎아 준다, 금리를 낮춰 준다는 등의 사탕 발림 소리를 하고 나올지 모르겠다. 금리에까지 복지를 들이대다간 재앙이 닥친다. 문제를 해결 못한다면 키우지나 말기를.

m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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