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社 눈물 쏟게한 '이중규제'

입력 2018-03-29 17:48  

세계 첫 개발 제품 8개월째 늑장 심사…도산 위기

늑장심사·부실평가도 빈발



[ 임유 기자 ] “8년 동안 150억원을 들여 어렵게 개발한 제품을 해외에서는 인정하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홀대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중소 의료기기업체 알로텍 고정택 대표의 하소연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품 효과 검증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8개월째 판정을 보류하면서 이 회사는 2015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일회용 의료 핸드피스(인공관절 수술에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출시 일정을 못 잡고 있다. 이 제품은 3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을 거친 뒤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 품목허가(판매허가)를 받았다. 고 대표는 “기존 핸드피스 제품은 수술 뒤 소독하고 재사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2차 감염 위험이 컸다”며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알로텍은 지난해 미국 의료기기업체 아이래미디와 56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수출 계약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고 대표는 “아이래미디가 한국 내 판매 실적과 판매가 자료를 요청하고 있지만 국내 출시가 늦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본계약이 무산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제품 출시를 못하는 것은 심평원의 보험급여 결정 절차 때문이다. 의료기기는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뒤 식약처의 판매 허가를 받아도 곧바로 판매할 수 없다. 심평원이 기존에 없는 신의료기기인지 판가름한 뒤 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해야 판매가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 판매 허가를 하는데 심평원이 비슷한 심사를 이중으로 한다”며 “신기술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혁신 의료기기가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알로텍의 지난해 매출은 7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직원 10여 명의 급여는 8개월째 밀렸다.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면서 은행 대출금 만기 연장조차 어려워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고 대표는 “정부 지원금뿐 아니라 금융권 대출과 유상증자, 지인 및 친인척 도움으로 힘겹게 여기까지 왔는데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고 했다.

알로텍뿐만 아니다. 이중 규제 때문에 혁신적인 신기술로 제작한 국산 의료기기가 홀대받으면서 신기술의료기기 허가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2013년 120건이던 신의료기기 허가 건수는 지난해 26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연구원(NECA) 등 의료기기 심사기관이 동시에 심사하는 패스트트랙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도 보건의료연구원과 심평원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고 비판한다.

심사가 늦춰지거나 신제품의 혁신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혁신적인 의료기기를 육성하겠다고 하면서도 현재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1등은 없고 2등만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보건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수가 산정은 국민 세금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업체 사정은 이해하지만 쉽게 판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보험급여 여부를 떠나 혁신 제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규하 삼성서울병원 의과학연구실 교수는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규제기관이 의료기기를 허가하면 비급여로 일단 판매를 허용한 뒤 업체가 급여를 희망할 때 의료기술 평가를 한다”며 “정부가 새로 나온 기술을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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