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빛 바래서 더~ 예쁜 포르투

입력 2018-04-15 15:28  

우지경의 포르투갈 대발견 (4) 낭만이 흐르는 항구도시 포르투

김윤아가 버스킹한 히베리아 광장… 해리포터를 만날 수 있는 렐루서점




포르투는 도우루강 하구 언덕에 팝업 카드처럼 펼쳐진다. 언덕배기엔 세월의 더께가 쌓인 건물들이 고아한 정취를 풍긴다. 미로 같은 골목 안 고서점과 카페도 옛 모습 그대로다. 대서양에서 불어온 바람은 히베이라 강변 빛바랜 건물을 쓰다듬고, 노천카페에 앉은 여행자 머리 위로 따스한 햇빛이 쏟아진다. 풍경에 취한 여행자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포르투=글·사진 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

노천카페 즐비한 히베이라 광장

도루우강과 바다가 만나는 항구도시 포르투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다. 이곳에선 독특한 강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갈매기 울음소리가 번지는 강가, 봄꽃처럼 알록알록한 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다. 가까이서 보면 포르투갈 특유의 파란색 타일이 인상적인 아줄레주 장식으로 꾸민 집들이다. 위층 창가에는 빨래가 나부끼고 아래층엔 카페와 레스토랑이 둥지를 틀고 있다. 포르투 사람들은 이곳을 히베이라 지구라고 부른다. 히베이라는 포르투갈어로 ‘강변’이라는 뜻이다.

히베이라 지구 중심에 히베이라 광장이 있다. 포르투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이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JTBC의 예능 ‘비긴어게인2’에서 김윤아와 로이킴이 노래한 곳이기도 하다. 노천카페 레스토랑에 빙 둘러싸인 광장엔 늘 사람이 모여든다. 방송에서처럼 아무리 강바람이 찬 밤에도 많은 이들이 야경을 보기 위해 광장을 찾는다. 히베이라 광장의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강 위로 곡선을 그리며 서 있는 동 루이스 1세 다리가 시선을 끈다. 강 건너 빌라 노바 드 가이아를 잇는 다리다. 1층으로는 자동차가 지나고, 2층으로는 트램이 지난다. 두 층 다 보행자 도로가 있다. 아치의 양 끝에 교각을 세우고 이층 다리를 놓은 모양이 에펠탑 하부를 닮았다.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의 작품인 까닭이다. 밤이면 조명을 밝혀 금빛 찬란한 다리로 변신한다.


히베이라 광장 근처에는 유람선 선착장도 많다. 시간만 맞으면 라벨로(Rabelo) 모양 배를 타고 도우루강 유람도 즐길 수 있다. 라벨로란 오래전 포르투에서 영국으로 포트 와인을 실어 나르던 운송선이다. 배 위에서 도우루강 위에 놓인 6개의 다리(루이스 1세, 마리아 피아, 인판테, 상 주앙, 프레이소, 아라비다)를 빠짐없이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중 동 루이스 1세 다리와 똑 닮은 마리아 피아 다리는 구스타프 에펠이 설계했다. 에펠이 마리아 피아 다리를 먼저 세웠고, 이후 제자 테오필이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세웠다. 두 다리의 이름은 포르투갈 왕 루이스 1세와 왕비 마리아 피아에서 따왔다.

한편 동 루이스 1세 다리 건너 빌라 노바 드 가이아(이하 가이아)에는 샌드맨, 그라함 등 내로라하는 포트 와인 와이너리가 모여 있다. 가이아가 달콤한 주정강화와인, 포트 와인의 산지가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00년 전쟁에 패배한 영국이 프랑스에서 와인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자, 포르투로 와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든 와인이 배송하는 동안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랜디를 넣은 것이 신의 한 수가 돼 포트 와인이 탄생했다. 그래서 가이아에는 18세기 영국의 조지언 양식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볼거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포르투 지역

히베이라 광장에서 오르막을 오르면 언덕을 따라 신고전주의,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각종 양식으로 지은 건축들이 각축장을 이룬다. 1996년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포르투 역사 지구다. 역사 지구 산책은 상 벤투 역에서 시작하면 좋다. 역 내의 푸른 아줄레주 벽화는 당대 최고의 포르투갈 화가 조르주 콜라소가 1905년부터 1916년까지 11년간 공들여 그린 작품이다. 무려 2만 장의 타일 위에 포르투갈의 역사적 장면들을 세세하게 그려놓았다. 그 앞에 서면 마치 한 권의 그림책을 보는 기분이다.

상 벤투 기차역은 역사 지구 순례의 서막에 불과하다. 언덕을 오르고, 골목 깊숙이 들어갈수록 또 다른 건물이 등장한다. 역사 지구는 구시가 전체라 할 만큼 넓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볼사 궁전,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이끈 엔리케 왕이 세례를 받은 포르투 대성당, 엔리케 왕의 생가 카사 두 인판테 등 볼거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고딕 양식이 돋보이는 상 프란시스쿠 성당, 바로크 양식과 마니에리슴이 공존하는 카르무 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유적보다 사람 냄새 나는 재래시장을 좋아한다면 볼량 시장은 들러야 한다. 19세기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문을 열어 온 재래시장이다. 올리브, 치즈, 와인, 각종 해산물 등 싱싱한 식재료로 포르투의 식탁을 책임진다. 식자재는 물론 꽃과 기념품을 사고파는 이들로 늘 활기를 띤다.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탑을 올려다봤다. 역사 지구를 산책의 피날레는 클레리구스 탑에서 장식할 요량이었다. 76㎝ 높이의 바로크 양식 종탑으로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18세기 초 니콜라우 나소니가 설계한 탑으로 포르투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니콜라우 나소니는 이탈리나 투스카니 출신 건축가다. 포르투를 제2의 고향이라 여겨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포르투의 여러 건물을 지었다. 그중 클레리구스 탑과 성당은 보수조차 받지 않고 설계하는 열정을 불태웠다고. 죽어서는 클레리구스 성당에 묻혔다. 헉헉. 숨이 찰 때마다 그의 예술혼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나선형 계단 240개를 올랐다. 마침내 눈앞에 포르투가 3차원(3D) 입체 지도처럼 펼쳐졌다. 때마침 대서양에서 불어온 바람이 스쳤다. 어깨를 토닥이기라도 하듯이.

‘해리포터’ 작가의 발자취를 찾아서

클레리구스 탑 근처, 카르멜리타스 거리에는 줄을 서서 입장하는 렐루 서점이 있다. 영국 소설가 조앤 K 롤링이 쓴 ‘해리포터’ 속 마법 학교의 계단에 영감을 준 장소로 유명해졌다. 요란하게 기념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이 늘어나자 렐루 서점에선 1인당 4유로의 입장료를 받는다. 아르누보풍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렐루 서점의 역사는 18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인 에르네르토 샤드롱이 문을 연 것이 시초다. 1890년 렐루 형제가 서점을 인수했다. 1906년 지금의 네오고딕 양식의 흰 석조 건물로 이전해 문을 열었다. 그 안은 더 매혹적이다. 천장과 맞닿은 금갈색 서가와 한가운데 붉은 계단의 유려한 선이 숨이 막힐 듯 아름답다. 대형 유리로 된 천장에는 ‘노동에 전념하라(Decus in labore)'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서가에는 희귀한 고서부터 정치, 역사서와 세계 각국의 소설, 영어로 출간된 포르투갈 소설과 포르투 가이드 북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포르투에는 롤링이 이곳에서 해리포터의 첫 시리즈를 집필한 마제스틱 카페도 있다. 그녀가 포르투에서 낮에는 영어 강사, 밤에는 소설가의 꿈을 키우던 시절 이 카페를 작업실 삼아 글을 썼단다. 아르누보 건물의 우아한 외관부터 남다른 마제스틱 카페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로 꼽힌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유려한 곡선의 고풍스러운 몰딩, 초콜릿색 가죽의자, 커다란 거울로 꾸민 인테리어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치 19세기로 타임 슬립을 한 것 같다.

롤링은 어느 자리를 좋아했을까 상상하며 메뉴를 펼쳤다. 커피나 에그타르트 외에 ‘프란세지냐’가 눈에 띄었다. 작은 프랑스 소녀란 뜻의 포트투 전통 음식이다. 치즈 아래 빵, 훈제 염장 돼지고기 소시지, 햄, 구운 고기 등을 층층이 쌓은 뜨거운 샌드위치다. 여기에 감자튀김과 포르투갈 국민맥주 수퍼복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1번 트램 타고 해변으로 가요

리스본에 28번 트램이 있다면 포르투에는 1번 트램이 있다. 도우루강을 따라 달려 포즈 두 도우루(Foz do Douro)에 내려주는 카멜색 빈티지 트램이다. 창가에 앉아 스치는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난다. 도우루강 끝자락, 포즈 두 도우루는 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이다. 야자수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해변이 펼쳐진다. 여름날엔 수영복을 입고 바다로 뛰어들거나 일광욕을 즐기기 그만이다.


포즈 두 도우루에 도착하자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빛나는 해변이란 뜻의 ‘프라이라 다 루즈(Praira da Luz)’는 비치 바에 도착했을 때쯤엔 바람까지 거세졌다. 야외 테이블은 포기하고 실내에서 차를 마셨다. 해변은 어둑했고, 성난 파도는 잠잠해질 줄을 몰랐다. 포르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햇살 좋은 여름날 꼭 다시 오리라. 맹렬히 다짐했다. 어쩌면 미로 같은 골목을 누비고, 아름다운 강가를 거니는 내내 포르투에 다시 올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손 가득 찻잔의 온기가 번졌다.


포르투 여행 정보

인천공항에서 포르투까지 직항은 없다. 서울에서 갈 경우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을 거쳐 가는 비행기를 이용해야 한다. 리스본에서 간다면 버스로 3시간30분, 기차로 2시간30분이 걸린다. 지중해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 13~38도. 화폐는 유로를 쓴다. 시차는 한국과 9시간 차이가 난다. 포르투를 이틀 이상 여행할 땐, 교통이 포함된 포르투 카드가 유용하다. 트램이나 지하철 이용은 물론 11개의 박물관 무료입장, 8개의 박물관 50%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포르투 역사지구는 걸어서도 충분히 둘러 볼 수 있지만, 그 밖의 지역은 트램이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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