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허인 국민은행장 "법대 나왔지만 司試 관심없어 운명처럼 은행원 길 걷게 됐죠"

입력 2018-06-15 19:16  

"공식 모임서 'NO알코올' 선언…워라밸 앞장서 실천합니다"


[ 안상미/정지은 기자 ]
허인 국민은행장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아주 잘했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별로 알아주지 않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해 전교 1, 2등까지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 1등 하는 친구를 따라잡고 싶다는 욕심에 공부에 몰입해 서울대 법대까지 들어갔다.

허 행장은 타고난 천재보다 노력파에 가까운 사람이다. 지난 30년 ‘은행맨’ 생활도 그랬다. 첫 직장인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인수되고, 또다시 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 합병한 변화무쌍한 조직에서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묵묵히 일했다. 그 결과 국내 1등 은행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제주 해산물 음식점 ‘제주항구’에서 허 행장을 만났다. 허 행장은 “이 집은 푸짐한 데다 맛도 좋다”며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직원들과 함께 자주 찾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허 행장의 어릴 적 이야기와 함께 제주도 해산물 한상 차림이 시작됐다. 바삭하고 노릇하게 구워진 갈치구이와 무·시래기를 넣고 푹 익힌 고등어조림, 새콤달콤한 바지락무침 등이 넓은 상을 한가득 채웠다.

원래 꿈은 ‘교수’

허 행장은 어린 시절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보다는 다른 분야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시험 전날까지도 관심있는 책만 봤다”고 회상했다. 대구고 시절 ‘전국 1등 하는 친구를 꼭 한 번은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 뒤 갑작스레 학구열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난공불락(難攻不落)이었다. 그는 “책도 끊고 죽어라 공부만 했는데 결국 공동 1등 두 번 해본 것 말고는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허 행장은 쌀밥 한 술을 떠 노릇한 갈치구이 한 점을 올리면서 “해산물을 무척 좋아한다”며 “아버지 고향이 진주인데 평소 밥상에 늘 생선이 있어서 생선을 김치같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근처에서 하숙할 땐 생선 반찬을 구경조차 할 수 없어서 밥 먹기가 쉽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허 행장은 진주 출신이지만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이사하면서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다녔다. 허 행장의 인생 전반에서 아버지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허 행장은 “아버지는 제 일거수일투족에 관여하셨다”며 “밥상 앞에 앉으면 소리 내지 말고 먹어라, 편식하지 마라 등 시시콜콜한 일까지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어린 마음에 거부감과 반발심이 들기도 했지만 한 번도 아버지를 거스른 적은 없었다. 허 행장은 “대학 때 하숙을 했는데 아버지께선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로 편지를 보내셨다”며 “한결같이 해야 할 일과 삼가야 할 일을 당부하셨는데 졸업 때까지 그러셨다”고 말했다.

이때 제주 앞바다에서 직배송으로 올라온 싱싱한 모둠회 한 접시가 나왔다. 허 행장은 회 한 점을 쌈장에 쿡 찍어 먹고선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 대학 입학시험 원서를 보지도 못했어요. 당시 저는 경제학과 진학을 희망했는데 아버지와 담임선생님은 법대를 원하셨죠. 과 선정을 놓고 아버지와 밤샘 토론을 벌였는데 결국 아버지께서 담임선생님과 상의해 원서를 내셨더라고요.”

원래 허 행장의 꿈은 교수였다. “아버지 뜻대로 법대에는 들어갔지만 사법시험은 보지 않겠다고 일찍부터 선언했어요. 다른 동기들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반독재, 사회부조리 등을 다룬 책들을 많이 읽었죠. 겁도 많고, 교사인 아버지께 피해가 갈까봐 학생운동은 엄두도 못 내고 책만 읽었어요. 그러다 아버지의 설득에 못 이겨 4학년 때 딱 한 번 사법시험을 쳤는데 바로 떨어졌죠.”

진로뿐만이 아니라 아내도 아버지 소개로 만났다. “아버지가 근무하던 학교 교사였어요. 평소 점찍어 두고선 자리를 마련해주셨죠. 당시 민법 전공은 드물어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교수가 되려고 했지만, 석사장교로 전역하자마자 결혼해 생계를 위해 은행에 들어갔어요.”


지점장 경력만 8년 반… ‘영업의 달인’

서울대 법학 석사 출신인 허 행장 이력은 당시 은행 내에서 특별했다. 덕분에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하자마자 중요한 업무들이 허 행장에게 내려졌다. 그는 “업무부, 종합기획부에서 근무하면서 굵직한 서류 검토 등을 맡았고, 업무를 처리하면서 선배들과 토론하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매일 야근으로 밤 10시나 11시에 퇴근하기 일쑤였지만 힘들다는 생각 없이 일에 푹 빠졌다.

승진도 빨랐다. 허 행장은 “합병된 뒤 보니 같은 직급에서 5년 정도는 어렸다”며 “덕분에 지점장 경력도 8년 반 넘게 쌓았는데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제외하곤 대기업, 중소기업, 일반개인 지점을 두루 거쳤다”고 말했다.

영업그룹 부행장을 거친 허 행장에게 ‘영업의 달인’이란 수식어는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그는 극구 부인했다. “매년 본사에서 지점별 영업 성과를 따져 상을 주는데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지점장 시절 점포 직원들에게 즐겁게 꾸준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는 편이었죠. 그래도 1등은 아니지만 늘 중상위권은 유지했어요.”

허 행장도 영업점 근무가 힘들었다고 했다. “장기신용은행에 1988년 입행해 1998년 국민은행에 합병되기 전까지 10년간 주로 본부에서만 근무했어요. 합병 후에는 서울 종로5가에 있던 지점에서일을 했습니다. 고객과 대면하는 것도 어려웠고, 수작업으로 업무를 처리했는데 크고작은 실수가 많았어요.(웃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명확한 ‘소신 은행맨’

허 행장은 소신과 원칙이 확고한 스타일이다. 1998년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과 합병할 당시 허 행장은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직원들은 합병 반대 투쟁을 원했는데 제가 거부했어요. 제가 할 일은 합병에 대한 시비를 가리는 게 아니라 합병 이후 침해받기 쉬운 조합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합병을 결정하는 건 경영자의 몫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10개월 만에 노조위원장직을 그만뒀어요.”

허 행장은 사원 시절 같이 일했던 홍기택 전 부행장을 멘토로 삼았다고 했다. “당시 저와는 15년 이상 연차가 나는 대선배였죠. 임원 코스를 밟다가 한 사건으로 인해 당시 한직으로 여겨지던 기업금융부장을 잠시 맡으셨죠. 기업금융을 한 번도 안 해본 데다 좌천됐다는 억울함도 컸을 텐데 부원들의 역할을 명확히 구별해주고,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하는 모습에 많은 걸 배웠어요.”

허 행장은 그 시절 멘토를 떠올리면서 신입행원들이 들어오면 직접 편지를 써 보낸다. 허 행장이 제일 강조하는 부분은 윤리의식과 소통이다. “은행원은 영업점에서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직업이다 보니 대인관계가 중요해요. 자기중심적인 사고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우선이죠. 상사와의 소통에서 의견이 다른 것을 참거나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해요. 예의를 갖춰 본인 의사를 잘 전달하면 되는 겁니다.”

젊은 직원들에게 조언도 덧붙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삶이 결정된다는 시각에 많이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요. 인생은 주어진 조건을 바꾸기도 하고 때론 뒤집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고, 내가 하는 데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허 행장은 소주잔을 비우며 갖은 채소와 바지락을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바지락 무침을 안주로 집어들었다. 올초 허 행장은 은행 내 공식모임에서 ‘노(NO)알코올’을 선언했다. “저는 이제 좀 마시지만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자리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처음 영업현장을 돌면서 한 사람씩 술잔을 받다 보니 엄청난 양을 마셨는데 이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물잔으로 대신합니다.”

그는 행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몸소 실천 중이라고 했다. “그동안 휴가를 제대로 간 적이 없는데 지난주 나흘간 휴가를 갔다 왔어요. 제가 먼저 가야 임원, 직원들이 차례대로 갈 것 같아서 먼저 모범을 보여줬어요. 1년에 최소 10일은 가려고 해요.”

△1961년 경남 진주 출생
△1980년 대구고 졸업
△1984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7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석사
△1988년 장기신용은행 입행
△2004년 국민은행 대기업팀장
△2005년 동부기업금융지점장
△2008년 신림남부지점장
△2013년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장
△2013년 여신심사본부 상무
△2014년 경영기획그룹 전무
△2016년 영업그룹 부행장
△2017년 11월~ 국민은행장

■ 국민銀 총자산 329조… 자타 공인 '리딩뱅크'

KB금융지주 자회사인 국민은행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리딩뱅크다. 외환위기 시절 국민은행이 장기신용은행을 인수한 뒤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해 국내 최대 은행으로 탄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규모 329조7660억원, 전체 직원 수 1만7222명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다. 실적에서도 지난해 2조17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신한은행으로부터 1등 자리를 탈환했다. 올 1분기에도 순이익 6825억원을 달성하며 1위를 굳혔다.


■ 허인 행장의 단골집 제주항구
제주에서 공수한 갈치로 만든 구이… 고소한 맛 일품

갈치, 고등어부터 옥돔, 전복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제주산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제주음식 전문점이다. 제주 성산포 출신 사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제주 청정해역에서 원재료를 직접 공수해 싱싱한 해산물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점은 1997년 문을 열어 21년째 영업 중이며, 여의도 대표 음식점 타운인 여의도백화점 4층에 있다.

이 집의 인기 메뉴는 손바닥만 한 갈치구이가 나오는 특정식과 A세트다. 갈치구이는 제주 바다에서 잡은 크고 싱싱한 갈치를 그대로 구워내 다른 음식점 갈치보다 큼지막하고, 살이 통통하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함께 나오는 고등어조림도 이 집 대표 메뉴로 꼽힌다. 적당히 얼큰한 양념과 살이 오른 싱싱한 고등어, 양념이 충분히 밴 달짝지근한 무조림은 흰 쌀밥과 궁합이 좋아 ‘밥도둑’으로 불린다.

‘제주항구’에는 모둠회와 낙지철판, 옥돔구이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요리도 마련돼 있다. 정식과 코스요리에 빠지지 않는 바지락무침도 찾는 손님이 많아 별도 식사 메뉴로 주문할 수 있다. 옥돔구이 맛도 갈치구이 못지않게 일품이란 평가다.

안상미/정지은 기자 saramin@hankyung.com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8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개그맨 Y씨 믿고했더니, "40억" 통장에 찍혀..충격!
2분기 이끌 新대장주 BEST 5 억대계좌 이종목에서 또 터진다! >> [바로확인]
▶ 터졌다! 매집주130%수익은 시작일뿐 연일上한가! 종목 또적중! 500%황제주 선취매 타임 전격 大공개!
최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마지막 버스, 신용·미수·예담 대환하고 취급수수료 할인 받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